🌍 3줄 요약
- 인도네시아 켈리무투 정상에는 파랑·초록·붉은색 화구호 세 개가 나란히 있고, 색이 수시로 바뀐다. 2016년 한 해에만 여섯 차례 바뀌었다.
- 색을 정하는 건 물감 같은 광물이 아니라 물에 녹은 철·망간의 산화 상태다. 산소가 적으면 푸르고, 오히려 산소가 많아지면 붉거나 검게 변한다.
- "예고 없이 제멋대로"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다. 30년치 위성 기록을 이어 붙이자 장기 추세와 계절 주기가 드러났고, 아무도 몰랐던 1997년의 사건까지 뒤늦게 발견됐다.
켈리무투를 다룬 글에는 거의 예외 없이 같은 문장이 붙는다. "호수의 색이 예고 없이, 아무런 규칙 없이 바뀐다." 신비롭게 들리지만 자료를 하나씩 대조해 보면 이 문장은 사실의 절반만 담고 있다. 색이 바뀌는 이유는 이미 화학적으로 상당 부분 밝혀져 있고, '규칙이 없다'는 인상은 상당 부분 우리가 이 산을 아주 가끔만 들여다봤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30년치 인공위성 기록을 한 줄로 이어 붙이자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한 산꼭대기에 색이 다른 호수가 셋, 어떻게 된 곳인가?
켈리무투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엔데 지역에 있는 해발 1,639m의 화산이다. 정상부에 화구호 세 개가 모여 있는데, 저마다 다른 색을 띠고 각자 따로 색을 바꾼다. 현지 리오족(Lio)은 이 호수들을 죽은 이의 영혼이 돌아가는 곳으로 여겼고, 세 호수의 이름도 거기서 나왔다.
| 티우 아타 음부푸 | '노인들의 호수'.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자리로 여겨진다. 대체로 푸른색. |
|---|---|
| 티우 누와 무리 코오 파이 | '젊은 남녀의 호수'. 젊어서 죽은 이들의 자리. 대체로 초록빛·청록빛. |
| 티우 아타 폴로 | '마법에 걸린 호수'. 악행을 저지른 영혼의 자리로 전해진다. 대체로 붉거나 갈색. |
켈리무투는 5,000루피아 지폐 도안에 등장할 만큼 인도네시아에서 상징적인 장소다. 외부 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1915년 네덜란드 군 지휘관 판 수흐텔런의 보고, 이어 1929년 Y. 보우만의 기록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왜 색이 서로 다를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부터 짚자. 뒤쪽 두 호수인 티우 누와 무리 코오 파이와 티우 아타 폴로는 얇은 화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다. 같은 산,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비를 맞는데도 한쪽은 청록이고 한쪽은 핏빛인 날이 있다.
✨ 흥미로운 사실 세 호수는 색이 동시에 바뀌지 않는다. 각각 다른 시점에, 다른 방향으로 변한다. 이는 호수마다 바닥으로 연결된 지하 통로가 사실상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켈리무투는 '한 개의 화산이 호수 셋에 색을 칠하는 곳'이 아니다. 호수 밑바닥에는 수중 분기공이 있어 이산화황·황화수소 같은 화산가스를 뿜어 올리는데, 그 공급 경로와 세기가 호수마다 제각각이다. 겉보기엔 하나의 정상이지만 지하에서는 서로 다른 배관 세 개가 각자의 리듬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색을 결정하는 건 광물이 아니라 '산소'다 — 직관과 정반대로
색의 정체는 물에 녹은 철과 망간의 산화·환원 상태다. 같은 성분이라도 산소를 얼마나 만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이 거꾸로 알고 있는 지점이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이를 혈액에 빗대 설명한다. 산소가 적을 때 물은 오히려 푸르거나 초록으로 보이고, 산소가 풍부해지면 핏빛 붉은색이나 콜라 같은 검은색이 된다는 것이다. 맑고 푸른 호수 = 산소가 많은 건강한 물이라는 통념과 정확히 반대다. 켈리무투 호수의 산성도는 pH 0.5까지 낮게 기록된 적이 있고, 아연·납 같은 금속 농도도 높다.
그렇다면 산화 상태를 흔드는 건 무엇인가. 두 가지 힘의 줄다리기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화산가스의 양과 위에서 쏟아지는 빗물의 양. 이 균형이 기울 때마다 호수는 색을 갈아입는다. 실제로 2016년 1월부터 11월 사이, 켈리무투의 호수 색은 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예고 없이'는 정확한 표현일까 — 30년치 위성이 찾아낸 리듬
규칙이 정말 없는지 확인하려면 오래, 그리고 자주 봐야 한다. 문제는 사람이 이 정상에 오르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피(S. Murphy)·라이트(R. Wright)·루웨(D. Rouwet) 연구진은 사람 대신 위성의 기억을 뒤졌다. 2018년 학술지 Bulletin of Volcanology에 실린 연구에서, 이들은 약 30년치 랜샛(Landsat) 위성 영상을 모아 세 호수의 색과 표면 온도를 시계열로 복원했다.
방법도 흥미롭다. 위성이 받은 가시광선 반사율을 RGB·HSV 색공간의 수치로 바꾼 뒤, 색조(hue) 변화를 세월에 걸쳐 일관되게 비교하려고 'hue stretch'라는 표현 방식을 새로 고안했다. 눈으로 "붉어졌다"고 말하던 것을 숫자로 바꾼 셈이다.
그 결과 색 변화에는 세 층의 리듬이 함께 있었다.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 추세, 해마다 되풀이되는 계절적 주기, 그리고 짧고 갑작스럽게 터지는 급변. 즉 "완전한 무작위"는 아니었다. 계절 주기가 잡힌다는 건 앞서 말한 강우량이 실제로 색을 밀고 당기는 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행기가 말하는 '예고 없음'은 관측 간격이 만든 착시에 가까웠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던 1997년, 위성만이 보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새로 찾아낸 과거다. 연구진은 위성 기록 속에서 1997년 무렵 그때까지 보고된 적 없는 뚜렷한 활동 시기를 발견했다. 이 시기 호수 표면에는 원소 유황 덩어리가 대규모로 떠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이를 기록한 사람은 없었다. 어떤 논문에도 적히지 않은 사건이 궤도 위에 조용히 저장돼 있다가 20여 년 만에 읽힌 셈이다. 켈리무투가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68년(소규모 수증기 폭발)이고, 그 전에는 1865년의 수증기 분화와 1938년의 열수 폭발이 기록돼 있다. 1997년은 그 목록 어디에도 없던 공백이었다.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호수의 색과 온도가 지하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위성 색 관측은 접근하기 어려운 화산을 원격으로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세한 관측 배경은 NASA 지구관측소의 켈리무투 관측 기록에 정리돼 있다.
전설이 먼저 알고 있었던 것
여기서 현지 전설을 다시 보면 흥미로운 대칭이 보인다. 리오족은 색의 변화를 '영혼들의 상태가 바뀐 신호'로 읽었는데, 과학의 답도 형태만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색은 표면의 장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일의 신호라는 것. 신호를 보내는 주체가 영혼에서 화산가스와 빗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 이 산에 오른 사람이 어떤 색을 보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그것은 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규칙을 하루 단위로 예보할 만큼 아직 촘촘히 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켈리무투 호수의 색은 왜 바뀌나요?
A. 물에 녹아 있는 철·망간의 산화·환원 상태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호수 바닥의 수중 분기공에서 올라오는 화산가스의 양과 빗물의 양, 이 두 힘의 균형이 기울 때마다 색이 달라집니다.
Q. 세 호수는 각각 무슨 색인가요?
A. 대체로 티우 아타 음부푸는 푸른색, 티우 누와 무리 코오 파이는 초록·청록, 티우 아타 폴로는 붉거나 갈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는 '평소 경향'일 뿐, 흰색·검은색까지 변한 적도 있습니다.
Q. 색은 얼마나 자주 바뀌나요?
A. 정해진 주기는 없지만 드문 일도 아닙니다. 2016년에는 1월부터 11월 사이에 여섯 차례 색이 바뀐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Q. 바로 옆에 붙은 두 호수의 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두 호수는 얇은 화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지만, 각각 바닥으로 이어진 지하 열수 통로가 사실상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색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Q. 호수 물에 들어가거나 만질 수 있나요?
A. 위험합니다. 켈리무투의 화구호는 강한 산성으로, pH가 0.5까지 낮게 기록된 적이 있고 아연·납 등 금속 농도도 높습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정해진 전망 지점에서 관람하도록 안내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