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에는 풀밭에 맨땅 원 수만 개가 벌집처럼 박힌 '페어리 서클'이 있습니다.
- 원인을 두고 '흰개미설'과 '식물 자기조직화설'이 약 50년간 맞섰습니다.
- 2022년 토양수분 측정 연구로, 흰개미가 아니라 물을 둘러싼 식물의 자기조직화가 유력해졌습니다.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 메마른 풀밭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기이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풀 한 포기 없는 동그란 맨땅이 수만 개, 마치 누군가 컴퍼스로 찍은 듯 규칙적인 간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현지 힘바족은 "신들의 발자국"이라 불렀고, 서구에는 '요정의 원(fairy circle)'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름은 작게는 2m, 크게는 15m에 달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이 완벽한 원을 만드는 걸까요?
페어리 서클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페어리 서클은 건조한 초원에 생기는, 풀이 자라지 않는 원형의 맨땅 패치를 말합니다. 단순히 흩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벌집(육각형) 같은 규칙적 패턴을 이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랫동안 나미비아 고유의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2014년 호주 서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고되며 학계의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50년 논쟁: 흰개미냐, 식물이냐
오랜 세월 두 가설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한쪽은 모래흰개미(Psammotermes)가 풀뿌리를 갉아먹어 맨땅이 생기고, 그 아래 수분이 모여 원이 유지된다는 '흰개미설'입니다. 다른 한쪽은 물과 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 식물이 스스로 간격을 두고 배열하며 패턴을 만든다는 '식물 자기조직화설'입니다.
✨ 흥미로운 사실 식물 자기조직화설은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패턴 형성(튜링 패턴)' 이론과 연결됩니다. 생명체가 중앙 설계도 없이도 단순한 규칙만으로 규칙적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2022년, 저울이 기울다
독일 괴팅겐대학교의 슈테판 게친 연구팀은 2020년 건기부터 2022년 우기까지, 페어리 서클 안팎에 토양수분 센서를 심어 30분 간격으로 수분을 측정했습니다. 마침 비가 잘 온 두 시즌 덕분에 풀이 자라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흰개미설에 불리했습니다. 비가 온 뒤 원 안의 풀은 곧바로 말라 죽었지만, 죽은 풀의 뿌리는 바깥 풀만큼 길고 멀쩡했고 흰개미가 갉아먹은 흔적이 없었습니다. 대신 원 주변의 무성한 풀들이 물을 강하게 빨아들여, 원 안쪽 토양의 수분이 빠르게 고갈되는 현상이 측정됐습니다. 즉, 안쪽 풀은 흰개미가 아니라 물 부족으로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연구팀은 페어리 서클을 "생태수문학적 되먹임으로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패턴"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풀들이 한정된 물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고, 그 사이에 맨땅 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다만 흰개미의 역할을 지지하는 연구도 여전히 존재하므로, "완전히 끝난 논쟁"이라기보다 식물 자기조직화설이 한층 유력해진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페어리 서클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대표적으로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의 건조 초원에서 볼 수 있으며, 2014년 이후 호주 서부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보고되었습니다.
Q. 원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자라나요?
A. 원 안쪽은 풀이 거의 자라지 않는 맨땅 상태입니다. 비가 온 직후 잠깐 싹이 트더라도 물 부족으로 금세 말라 죽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Q. 흰개미설은 완전히 틀린 건가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2년 연구는 식물 자기조직화설을 강하게 뒷받침했지만, 흰개미의 영향을 주장하는 연구도 있어 학계의 논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Q. 페어리 서클은 영원히 그대로인가요?
A. 아닙니다. 페어리 서클은 생겨나고 사라지며, 보통 수십 년 단위의 수명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 University of Göttingen 연구(2022), phys.org 등. 본 글은 공개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교양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