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20미터가 넘는 깊이에 넓고 평평한 바닥과 직각으로 꺾인 모서리, 계단처럼 층진 벽이 나란히 이어져 있다면 그 지형은 누가 만들었다고 봐야 할까.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与那国島) 남쪽 해저에는 그렇게 생긴 바위 덩어리가 실제로 놓여 있다.
1986년 현지 다이버 신타케 기하치로가 우연히 계단 구조를 발견한 뒤, 이 지형은 고대 문명의 유적이라는 이름과 자연이 깎아 놓은 바위라는 이름을 동시에 달고 40년 가까이 불려 왔다. 답을 찾는 열쇠는 바닷속이 아니라 물 밖에 있다.
정리 시점은 2026년 8월이며, 지질 설명은 일본지리학회가 내는 E-journal GEO의 2020년 논문과 같은 학회 2020년 춘계학술대회 발표 요지에서, 구조물 규모와 인공설 근거는 기무라 마사아키가 2004년 오션뉴스레터에 직접 쓴 글에서 가져왔다. 규모 수치는 자료마다 폭이 있어 기무라 본인의 표기를 그대로 옮겼고, 해저 구조물 자체를 정면으로 판정한 심사 논문은 확인하지 못했다.
1986년 다이버가 찾아낸 요나구니 해저의 계단 지형은 중신세 야에야마층군 사암이 층리면과 절리를 따라 갈라지고 깎인 모양이며, 같은 구조는 섬의 물 밖 절벽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요나구니 해저 계단의 암석은 중신세 야에야마층군 사암이다
요나구니섬 해저 지형을 이루는 암석은 중신세에 쌓인 야에야마층군의 사암과 이암이다. 섬 지표를 널리 덮고 있는 바로 그 지층이 바다 밑으로 이어진 것이며, 오가타 다카유키 연구팀이 2020년 E-journal GEO에 실은 지형 분석은 이 사암이 최고 표고 231미터의 낮은 산지와 구릉을 만든다고 적었다.
사암은 모래가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 굳은 돌이다. 쌓인 시기가 갈리는 자리마다 층리면(퇴적층이 맞닿은 경계면)이 생기고, 이 면은 서로 거의 평행하게 발달한다. 굳은 뒤 지각이 힘을 받으면 그 힘을 따라 절리(암석이 쪼개진 틈)가 들어가는데, 절리는 층리면과 큰 각도로 어긋나 수직에 가깝게 서는 일이 많다.
바위 안에 수평한 면과 수직한 면이 미리 그려져 있는 셈이다. 요나구니섬 일부는 플라이스토세 류큐층군의 석회암이 덮어 융기한 해안 단구를 만들지만, 해저 지형이 서 있는 자리의 주인공은 사암 쪽이다.
요나구니섬은 류큐 호상열도의 서쪽 끝에 놓여 있다. 오가타 연구팀은 이 섬의 지질 배경이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해판이 만나는 침강대를 따라 대만 중앙산맥과 루손 화산호까지 이어진다고 정리했다. 판이 서로 밀고 당기는 자리에 얹힌 지층이라는 뜻이고, 사암에 규칙적인 틈이 들어가기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기무라 마사아키는 왜 요나구니를 인공 구조물로 보았을까?
인공설을 이끈 기무라 마사아키는 도로와 석축, 깔린 돌, 배수로처럼 읽히는 지형과 테라스의 좌우 대칭을 근거로 들었다. 2004년 11월 오션뉴스레터 103호에 그가 직접 쓴 글은 이 구조물을 동서 약 270미터, 남북 120미터, 높이 26미터로 적고, 수심 약 25미터 해저에서 솟아올라 1미터쯤 해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의 소속은 류큐대학 이학부다.
기무라는 같은 글에서 1만 년 전 또는 그 이전에 육상이던 시절 사람 손이 더해져 형성됐다고 보았고, 1998년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했으나 그때까지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직 벽 바로 아래에 떨어져 쌓인 암석 조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가 자주 든 관찰이다.
사이언스얼러트가 2026년 1월에 낸 기사는 구조물 꼭대기가 해수면 아래 6미터, 바닥이 수심 24미터라고 적었다. 바위 덩어리의 위아래 경계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높이와 수심 표기가 함께 움직인다.
요나구니의 사암은 어떻게 직각 모서리와 계단을 스스로 만들까?
수평한 층리면과 수직한 절리가 직각으로 교차하면, 암체는 처음부터 벽돌을 쌓아 놓은 것처럼 블록으로 나뉘어 있다. 파도와 조류가 약한 면을 파고들어 블록 하나를 통째로 떼어 가면 뒤에 남는 것은 평평한 바닥과 반듯한 수직 벽이고, 그 과정이 여러 층에서 반복되면 계단이 된다.
보스턴대학 지질학자 로버트 쇼크는 1997년 현장에 잠수한 뒤 자연 성인 쪽으로 견해를 정리했다. 사이언스얼러트 2026년 1월 기사에 인용된 그의 설명은 요나구니가 지진이 잦은 지역이며 지진이 바위를 규칙적인 방식으로 쪼갠다는 것이었다.
떨어져 나간 블록이 어디로 갔는지도 같은 과정 안에서 짚어볼 수 있다. 얕은 바다에서는 파도와 조류가 부서진 덩어리를 굴리고 옮기는 힘이 강하다. 수직 벽 아래에 조각이 남아 있지 않다는 관찰 역시 그 조건과 함께 검토할 대목이다.
✦ 모서리가 반듯한 이유 돌은 이미 반듯하게 그어져 있던 면을 따라 부서진다. 모서리의 각도는 암석 안에 미리 들어 있던 면의 방향을 그대로 따르며,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계단 모양 해안은 사암이 넓게 드러난 다른 해안에서도 관찰된다.
산니누다이 절벽에는 정단층과 절리가 물 밖에 드러나 있다
요나구니섬 남안의 산니누다이(サンニヌ台)에서는 수평 응력에서 비롯한 정단층과 수많은 절리가 물 위로 드러난 채 지형을 지배한다. 오가타 연구팀이 논문에서 다룬 지오사이트 세 곳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두 곳도 같은 지층의 성질을 보여준다. 쿠부라후리시는 야에야마층군 사암으로 이뤄진 암석 해안으로, 파식대와 함께 타포니(암벽 표면이 벌집처럼 움푹 파인 구멍)가 뚜렷하게 발달했다. 틴다바나는 사암 위에 류큐층군 석회암이 얹힌 부정합 절벽이며, 지하수가 새어 나와 샘을 이룬다.
다만 논문 초록이 다루는 대상은 물 밖 노두 세 곳이며, 해저 구조물이 자연 지형이라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면서도 바닷속 구조물을 직접 판정하지는 않는다. 논문 식별자는 10.4157/ejgeo.15.44다. 같은 암석이 물 밖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자료로 읽을 때 이 논문의 쓸모가 분명해진다.
요나구니 해저의 계단은 언제 물에 잠겼을까?
잠긴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고, 빙기가 끝난 뒤 해수면이 올라오며 물에 잠겼다는 설명이 가장 널리 쓰인다. 기무라는 1만 년 전 또는 그 이전을 형성 시기로 제시했으니, 그 견해를 따르더라도 지형이 새겨진 무대는 육지가 된다.
간 히로노부 연구팀이 2020년 일본지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요나구니섬 연안 해저 지형 조사는 2017년 12월과 2018년 7월의 멀티빔 측심, 2013년과 2016년 이후의 잠수 조사를 묶은 것이다. 발표 요지 번호는 10.14866/ajg.2020s.0_114이며, 포트홀과 해식동 같은 침식 지형이 요나구니 연안 해저에 기록돼 있다.
✦ 바다가 형태를 보존한다 발표 요지는 해저에서는 육상처럼 풍화 침식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지형이 그 형성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다. 육상에서 새겨진 모양이 물에 잠긴 뒤에도 오래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나구니 해저 계단, 자주 나오는 질문에 답한다
Q. 요나구니 해저 계단과 같은 지형을 물 밖에서도 볼 수 있나요?
A. 볼 수 있습니다. 요나구니섬 남안의 산니누다이는 정단층과 절리가 지형을 지배하는 노두이고, 쿠부라후리시는 같은 야에야마층군 사암으로 이뤄진 암석 해안입니다. 잠수 장비 없이 바위 표면의 층과 갈라진 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Q. 요나구니섬 주변 바닷속은 지금도 깎이고 있나요?
A. 깎이고 있습니다. 2020년 일본지리학회 발표 요지는 요나구니섬 연안 해저에서 포트홀과 해식동 같은 침식 지형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같은 요지는 해저의 풍화 침식이 육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Q. 사람이 깎은 자국과 자연이 만든 모서리는 무엇으로 구별하나요?
A. 여러 단서를 함께 봅니다. 주변 암석에 같은 방향의 층리면과 절리가 이어지는지, 떨어져 나간 조각이 어디로 갔는지, 같은 지층이 드러난 다른 장소에도 비슷한 형태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도구 자국이라면 암석의 결과 어긋난 방향으로 남는 점도 단서가 됩니다.
Q. 요나구니 해저 지형은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나요?
A. 기무라 마사아키가 2004년 오션뉴스레터에 쓴 글 기준으로는, 1998년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에 자료가 제출됐으나 그 시점까지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이후의 지정 여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요나구니 해저 지형이 흥미로운 까닭은 답을 확인하는 방법이 물 밖에 놓여 있어서다. 같은 사암이 햇빛 아래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보고 나면, 바닷속 계단은 익숙한 지질 과정의 연장으로 읽힌다.
동시에 열려 있는 자리도 남는다. 해저 구조물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심사 논문이 드물다는 사실은 조사가 덜 쌓였다는 뜻이며, 바위에 붙은 생물 피막이 실제 표면을 가려 관찰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돼 왔다. 다음에 이 계단 사진을 보게 된다면 모서리보다 그 옆으로 이어진 바위의 결을 먼저 찾아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