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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콘크리트를 재현했더니 균열이 2주 만에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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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현한 로마 콘크리트 벽면의 균열이 흰 탄산칼슘 결정으로 메워지는 장면과 폼페이 공사장 재료 더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로마 판테온의 돔은 서기 128년에 봉헌된 뒤 철근 한 가닥 없이 지금까지 서 있고, 무근 콘크리트 돔으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다. 로마가 지중해 곳곳에 세운 항만 구조물 중 일부는 파도를 2,000년 가까이 맞고도 형태를 유지한다. 현대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 수명을 대개 50~100년으로 잡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순서가 뒤집혀 있는 셈이다. 그 격차가 어디서 오는지를 두고 최근 3년 사이 실험실과 발굴 현장에서 각각 답이 나왔다.

Q. 로마 콘크리트는 정말 스스로 균열을 메우나?

A. 로마식으로 배합한 재현 시편은 일부러 낸 균열이 2주 만에 닫혀 물이 통과하지 못했다(MIT, 2023년).

A. 2025년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는 폼페이의 미완성 공사장에서 그 배합 순서의 직접 증거를 보고했다.

MIT 실험실의 로마 콘크리트 시편은 2주 만에 물을 막았다

재현한 시편을 반으로 쪼갠 뒤 균열에 물을 흘려보내자 2주 만에 틈이 완전히 닫혀 물이 더는 빠져나오지 않았다. 같은 조건에서 생석회(물과 만나면 열을 내는 산화칼슘)를 뺀 시편은 끝내 아물지 않고 물이 계속 흘렀다. 실험 내용은 MIT 뉴스실이 공개한 설명에 정리돼 있다.

열쇠는 옛 로마 콘크리트 단면에서 흔히 보이는 흰 알갱이, 이른바 석회 덩어리(반죽에 남은 석회 조각)였다. 오랫동안 이 알갱이는 반죽을 대충 섞은 흔적으로 읽혔다. MIT 애드미르 마시치 교수와 린다 시모어 등이 2023년 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낸 논문(DOI 10.1126/sciadv.add1602)은 같은 조각을 의도된 부품으로 다시 놓았다.

실험 설계 자체가 그 가설을 겨냥했다. 연구진은 로마식으로 뜨겁게 반죽한 시편과 오늘날 방식대로 미리 끈 석회를 쓴 시편을 나란히 만들어 같은 균열을 낸 뒤, 양쪽에 물을 흘려보내며 언제 물길이 막히는지를 비교했다.

확인 시점은 2026년 8월이고, 근거로 삼은 자료는 MIT 뉴스실이 2023년에 낸 실험 설명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025년 12월 실린 논문, 그리고 그 논문을 다룬 화학 전문지 케미스트리 월드의 후속 취재다.

폼페이 Regio IX 공사장에는 79년의 재료 더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이 서기 79년에 덮은 미완성 주택 공사장에서 굳지 않은 반죽과 원재료 더미, 작업 도구가 놓인 자리 그대로 발굴됐다. 완성된 벽이 아니라 작업 도중의 재료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현장의 값이다.

엘리 바서만과 애드미르 마시치 등이 2025년 12월 9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16권 10847번)에 실은 분석은, 생석회를 마른 포졸란(화산재 계열 혼합재)과 먼저 섞은 다음 물을 부었다는 순서를 재료 더미에서 직접 읽어냈다. 공저자에는 폼페이 고고학 공원 관장 가브리엘 추흐트리겔도 이름을 올렸다.

기록으로 남은 로마 건축서에는 배합비는 적혀 있어도 무엇을 언제 섞었는지가 빠져 있다. 완성된 벽만 분석해서는 그 순서를 되짚기 어려웠는데, 작업이 멈춘 순간이 화산재에 봉인되면서 중간 단계가 남았다.

폼페이 고고학 공원은 2023년부터 Regio IX 구역을 다시 파고 있다. 이번 공사장은 살던 집을 고치던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벽 일부는 이미 세워졌고 일부는 쌓다 만 상태였다. 벽과 재료 더미와 도구가 한자리에 함께 남은 조합은 흔치 않다.

석회를 미리 끄지 않으면 200도가 넘는 국소 열이 생긴다

생석회를 물에 담가 미리 끄지 않고 마른 재료와 먼저 섞은 뒤 물을 부으면, 논문에 따르면 반죽 속 국소 지점 온도가 200도를 넘기도 한다. 이 열이 석회 조각을 잘 부서지는 나노 구조로 굳혀 놓는다.

그래서 나중에 균열이 생기면 단단한 골재를 피해 석회 조각 쪽으로 길이 난다. 그 자리에 물이 닿으면 칼슘이 녹아 나와 이동하다 탄산칼슘으로 다시 굳으면서 틈을 채운다. 논문은 이 과정에서 결정 이전의 무정형 상태와 여러 형태의 탄산칼슘이 함께 관찰된다고 적었다.

뜨겁게 반죽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다루기 까다롭다. 생석회는 물과 만나는 순간 격하게 열을 내고, 반죽이 굳기까지 주어진 시간도 짧아진다. 안전과 작업 속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조건이라 기계화된 현대 공사 관행에서는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 눈여겨볼 대목  자가 치유의 조건은 균열과 물이다. 물이 스며들어야 반응이 시작되므로, 비바람과 지하수에 계속 노출된 조건이 로마 구조물에는 손상 요인인 동시에 수리 조건이 됐다.

마리 잭슨은 폼페이 한 곳으로 로마 전체를 말하는 데 선을 긋는다

유타대학 지질학자 마리 잭슨은 이 현장만으로 고대의 생석회 사용을 확정하기는 이르다고 2025년 12월 케미스트리 월드에 밝혔다. 생석회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쉽게 반응해 방해석으로 바뀌는 탓에, 현장에 남은 흔적만으로는 증거가 전적으로 분명하지는 않다는 이유다.

잭슨은 로마인이 석회를 한 번도 소화(물에 담가 끄는 처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제국이 넓었던 만큼 석회를 다루고 모르타르를 반죽하는 방식에도 지역과 시기에 따른 편차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잭슨 본인이 다른 축의 답을 내놓은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가 2017년 아메리칸 미네랄로지스트 102권 1435~1450쪽에 보고한 해양 콘크리트 연구는, 바닷물이 콘크리트를 통과하며 알루미늄 토버모라이트(판상으로 자라는 칼슘 규산염 광물)와 필립사이트가 새로 자라 구조를 얽어맨다고 봤다. 두 설명이 경쟁 구도로 소개되곤 하는데, 각 논문이 다룬 시료는 애초에 뭍의 벽과 바닷속 구조물로 갈린다.

잭슨이 분석한 것은 로마 항만 유적에서 뽑아낸 코어 시료였다. 로마인들이 나폴리 인근에서 캔 화산재를 배에 실어 지중해 항만 공사장으로 옮겼다는 기록과, 그 방파제가 지금도 파도 앞에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란히 놓인 연구였다.

DMAT는 이 배합을 유럽의 도로 공사에 넣고 있다

마시치가 공동 창업한 미국·이탈리아 합작사 DMAT는 로마식 배합을 상용 제품으로 만들어 유럽 인증을 받았고, 고속도로와 프리캐스트(공장에서 미리 찍어 현장으로 옮기는 콘크리트 부재) 공사에 적용하고 있다. 2025년 10월에는 프리모 캐피털이 주도한 45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회사는 구조물 수명을 두 배로 늘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60%까지 줄인다고 내세우는데, 이 수치는 제3자 검증 결과가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다. 시멘트·콘크리트 산업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8%를 차지한다는 추정을 감안하면, 오래 버티는 배합은 그 자체로 배출을 줄이는 수단이 된다.

수명을 늘리는 재료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보수 비용이 있다. 다리와 도로는 처음 놓는 값보다 수십 년에 걸쳐 고치는 값이 더 크게 쌓이고, 균열로 물이 스며 철근이 녹슬기 시작하면 보수 주기는 한층 짧아진다.

로마 콘크리트에서 자주 어긋나는 대목

Q. 로마 콘크리트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A. 로마 판테온의 돔과 트라야누스 시장 같은 시내 유적이 대표적이고, 폼페이 유적에서도 벽체 단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발굴이 진행 중인 구역은 시기에 따라 출입이 통제되므로 방문 전 현지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로마 콘크리트와 현대 콘크리트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압축강도는 현대 콘크리트가 훨씬 높고, 로마 콘크리트는 균열이 생긴 뒤에도 오래 버티는 내구성 쪽이 강점입니다. 철근을 넣은 현대 구조물은 철근이 녹슬기 시작하는 시점이 수명을 좌우하는 반면, 철근을 쓰지 않은 로마 구조물에는 그 경로가 없습니다.

Q. 지금 짓는 건물에 이 방식을 쓸 수 있나요?

A.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 유럽에서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 도로와 프리캐스트 공사에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 건축 시장에서 기존 시멘트를 대체할 만큼 보급된 상태는 아니고, 나라마다 자재 인증 절차가 따로 필요합니다.

Q. 바닷속에 잠긴 로마 구조물도 같은 원리로 버틴 건가요?

A. 연구자들이 제시한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뭍의 벽은 석회 조각이 균열을 메우는 쪽으로 설명되고, 바닷물에 잠긴 구조물은 해수가 스며들며 새 광물이 자라 조직을 얽어매는 쪽으로 설명됩니다. 두 설명은 시료를 채취한 장소부터 서로 갈립니다.

Q. 그렇게 좋은 배합이 왜 이어지지 않았나요?

A. 서로마 붕괴 이후 대규모 토목이 끊기면서 화산재를 실어 나르던 공급망과 숙련 인력이 함께 사라진 것이 큰 이유로 꼽힙니다. 오늘날 쓰는 포틀랜드 시멘트는 19세기 영국에서 따로 개발된 계통으로, 로마 배합과는 다른 갈래에서 나왔습니다.

Q. 자가 치유가 무한정 반복되나요?

A. 반응에 쓸 석회 조각이 남아 있고 틈이 좁을 때 메워집니다. 조각이 소진되거나 균열이 크게 벌어지면 같은 방식으로는 닫히지 않고, 실험에서 확인된 범위도 가는 균열입니다.

로마 콘크리트가 지금 서 있는 자리

로마 콘크리트는 박제된 고대 기술이 아니라 지금도 시험대에 올라 있는 재료다. 실험실은 2023년에 원리를 제시했고, 발굴 현장은 2025년에 작업 순서를 보여 줬으며, 같은 배합이 유럽의 도로 위에서 시험되고 있다.

남은 물음도 분명하다. 폼페이의 주택 공사장 한 곳이 제국 전역의 표준이었는지, 뭍과 바다에서 관찰된 두 메커니즘이 하나의 배합 안에서 만나는지는 아직 열려 있다. 2,000년을 버틴 벽은 완결된 답이라기보다 아직 붙잡고 있는 질문에 가깝다.

로마 콘크리트자가치유 콘크리트폼페이고대 기술MIT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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