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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10만㎢가 하얗게 빛나는 밀키 씨, 왜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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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 세 개로 보는 밀키 씨

  • 2019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자바섬 남쪽 바다 약 10만 제곱킬로미터가 밤마다 하얗게 빛났다.
  • 야간 관측 위성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잡아낸 밀키 씨는 단 12건이다.
  • 빛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발광 세균은 물을 휘저으면 오히려 어두워진다.
AI로 재현한 밀키 씨, 밤바다 수평선까지 우유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그 위를 지나는 화물선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바다 10만 제곱킬로미터가 한 달 넘게 하얗게 빛났다. 남한 전체 면적과 맞먹는 넓이의 바닷물이 2019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쪽에서 밤마다 우유를 부어 놓은 듯한 빛을 냈다.

밀키 씨(milky sea), 우리말로 유백광 바다라 부르는 빛이다. 200년 넘게 선원들의 항해일지와 술자리 이야기 속에만 살아 있던 현상이라, 20세기 후반까지도 해양학 교과서는 이것을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자바섬 사건을 가장 먼저 알아본 눈은 궤도 위에 있었다.

2019년 자바 앞바다는 얼마나 넓게, 얼마나 오래 빛났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자바섬 남쪽에서 관측된 밀키 씨는 약 10만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두 번의 삭망 주기 동안 이어졌다. 지금까지 위성으로 확인된 사건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오래간 사례다.

관측을 가능하게 한 장비는 야간 조도를 재는 위성 센서다. NASA 지구관측소의 밀키 씨 위성 탐지 기록은 이 센서가 대낮 햇빛보다 최대 1,000만 배 어두운 빛까지 감지한다고 설명한다. 그 감도로 10년을 뒤졌는데도 확인된 사건은 12건뿐이었다.

위성 확인 최대 면적약 10만 제곱킬로미터(2019년 자바섬 남쪽)
지속 기간2019년 7월 말~9월 초, 두 번의 삭망 주기
보고가 몰리는 해역소말리아·소코트라 앞 북서 인도양, 동남아시아 해역
유력한 원인 생물발광 세균 비브리오 하베이(Vibrio harveyi)
위성 탐지 건수2012~2021년 12건

1995년 SS 리마호가 지나간 하얀 바다

상선 SS 리마호는 1995년 1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사방이 하얗게 빛나는 바다를 통과했고, 이 목격담은 훗날 위성 영상과 나란히 맞춰 본 첫 사례가 됐다. 당직 선원은 배가 눈밭 위를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스티븐 밀러 연구팀은 2005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 항해 기록과 군사 기상위성 영상을 겹쳐 본 논문을 실었다(DOI 10.1073/pnas.0507253102). 논문은 리마호가 들어가고 나온 좌표와 경계가 들어맞는 약 1만 5,400제곱킬로미터의 빛 덩어리가 사흘 밤 연속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요약 카드에 적은 10만 제곱킬로미터는 2019년 자바섬 사건의 값이고, 이 1만 5,400제곱킬로미터는 1995년 소말리아 사건의 값이라 서로 다른 사건의 크기다.

밀키 씨가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현상은 항로에서 벗어난 먼바다에서 주로 벌어지고, 배가 그 위를 지나가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1985년 아라비아해 소코트라 인근에서 이뤄진 현장 조사도 계획된 항해가 아니라 우연한 조우에서 나왔다.

🔎 항해일지 속의 옛 기록  NASA 지구관측소는 남북전쟁기 군함 CSS 앨라배마가 1864년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같은 장면을 기록했다고 소개한다. 160년 전 군함과 1995년 상선, 2019년 위성이 사실상 같은 해역을 가리킨 셈이다.

왜 밀키 씨는 파도가 없어도 계속 빛날까?

밀키 씨의 빛은 자극을 받아야 반짝이는 플랑크톤이 아니라 스스로 꾸준히 빛을 내는 발광 세균에서 나온다는 것이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이다. 야광 플랑크톤이 만드는 해변의 푸른 파도와 같은 현상으로 소개되는 일이 많지만, 두 빛은 켜지는 방식이 서로 반대다.

2022년 PNAS에 실린 후속 논문(DOI 10.1073/pnas.2207612119)에는 2019년 자바섬 사건 한복판을 지나간 배의 증언이 담겼다. 길이 16미터 요트 가네샤호는 8월 2일 밤 여덟 시간 동안 빛나는 바다를 항해했고, 승무원들은 그 빛을 야광 별 스티커에 비유했다.

승무원들이 남긴 묘사 가운데 가장 낯선 대목은 밝기의 순서였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보다 발밑의 바다가 더 밝았다는 것이다. 밤바다는 대개 하늘빛을 되비추는 검은 거울처럼 보인다. 그날 바다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하나의 커다란 면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양동이 안에서 나왔다. 퍼 올린 바닷물에는 꾸준히 빛나는 점들이 있었는데, 저으면 밝아지는 대신 어두워졌다. 파도가 부서질 때만 반짝이는 보통의 생물발광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뱃머리가 가르는 물결도 주변보다 오히려 어둡게 보였다.

무엇이 비브리오 하베이의 불을 한꺼번에 켤까?

밀키 씨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발광 세균 비브리오 하베이는 주위에 같은 종의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발광 유전자를 켜는 정족수 감지(쿼럼 센싱, 세균이 동료 수를 화학 신호로 헤아리는 방식)를 쓴다.

세균 한 마리의 빛은 사람 눈으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구자들은 세균이 표층에 번성한 미세조류 덩어리에 달라붙어 증식하면서 바다 한 층이 통째로 발광판이 되는 상황을 그린다.

세균이 굳이 에너지를 써서 빛을 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빛에 이끌린 물고기에게 잡아먹혀 그 소화관 안에서 영양이 풍부한 새 서식지를 얻는다는 설명으로, 발광 세균 연구에서 오래 논의돼 온 아이디어다. 빛이 신호가 아니라 이동 수단인 셈이다.

다만 이 그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밀키 씨 현장에서 물을 떠 분석한 사례가 극히 드물어, 어떤 종이 얼마나 있어야 위성에 잡히는 밝기가 나오는지는 계산과 추정에 기대고 있다. 발광 세균 가설은 여전히 검증이 진행 중인 단계에 있다.

밀키 씨 연구는 위성 시대에 이제 막 시작됐다

밀키 씨 연구의 판을 바꾼 것은 야간 관측 위성과, 흩어져 있던 목격담을 한자리에 모은 목록이다. 콜로라도주립대의 저스틴 허드슨과 스티븐 밀러는 2025년 학술지 Earth and Space Science에 16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밀키 씨 보고 415건을 정리한 데이터베이스 논문을 냈다(DOI 10.1029/2024EA004082).

데이터베이스가 드러낸 것은 밀키 씨가 아무 데서나 무작위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려진 사건의 60% 가까이가 소말리아와 예멘 소코트라섬 인근 북서 인도양에 몰려 있었고, 발생 시기는 인도양 쌍극자와 엘니뇨 남방진동 같은 대규모 기후 진동과 통계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몬순이 바꿔 놓는 바람과 해류가 그 아래 생물 활동을 흔든다는 것이다.

확인 시점은 2026년 9월이다. NASA 지구관측소의 정리, 밀러 연구팀의 2005년·2022년 PNAS 논문, 허드슨과 밀러의 2025년 데이터베이스 논문을 나란히 놓고 맞췄으며, 발광 세균이 밀키 씨의 원인이라는 설명은 현장 시료가 몇 건뿐이라 확정하지 않고 열어 두었다.

밀키 씨를 직접 볼 수 있을까?

Q. 여행을 가서 밀키 씨를 볼 수 있나요?

A. 사실상 어렵습니다. 보고가 몰리는 해역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원양이고, 목격 기록도 대부분 항로를 지나던 상선이나 요트에서 나왔습니다. 달빛이 없는 밤이어야 빛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조건입니다.

Q. 해변에서 보이는 파란 야광 파도와 같은 것인가요?

A. 다릅니다. 해변의 파란빛은 파도가 부서지는 자극을 받아야 반짝이고 몇 초 만에 꺼지지만, 밀키 씨는 자극이 없어도 밤새 같은 밝기로 이어지고 색도 우윳빛에 가깝습니다.

Q. 밀키 씨 바닷물은 사람이나 배에 해로운가요?

A.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가네샤호 승무원도 바닷물을 직접 퍼 올려 살펴봤습니다. 다만 원인으로 지목된 비브리오 하베이는 새우와 어류의 질병과 관련된 종으로도 알려져 있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확인된 사례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Q. 사진으로 찍으면 눈으로 본 것처럼 나오나요?

A. 잘 나오지 않습니다. 밝기 자체가 야광 시계 바늘 수준이어서 일반 촬영으로는 검은 바다로 찍히고, 긴 노출이 필요합니다. 2019년 사건이 기록으로 남은 것도 야간 조도를 재는 위성 센서 덕분이었습니다.

Q. 밀키 씨는 언제 자주 보고되나요?

A. 해역마다 다릅니다. 2025년 데이터베이스 연구는 북서 인도양의 사건이 몬순 주기와 맞물려 특정 시기에 몰리고, 동남아시아 해역은 또 다른 시기에 보고가 잦다고 정리했습니다. 예보가 가능한 수준은 아직 아닙니다.

밀키씨생물발광해양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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