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 몇 년에 한 번 온통 꽃밭으로 변하는 현상을 '데시에르토 플로리도(꽃피는 사막)'라 부른다.
- 땅속에서 최대 15년까지 잠들어 있던 200종 넘는 씨앗이, 엘니뇨가 몰고 온 이례적 비를 신호로 일제히 깨어나 핀다.
- 대개 9~11월 남반구 봄에 절정을 이루지만, 2024년에는 이례적으로 한겨울에 피어 '10년 만의 겨울 개화'로 기록됐다.
1년에 비가 12mm도 채 오지 않아 'NASA가 화성 연구를 위해 찾는 곳', '지구에서 가장 메마른 땅'으로 불리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그런데 이 죽은 듯한 모래벌판이 어느 해 봄이면 며칠 사이에 지평선까지 자홍빛·노란빛 꽃 카펫으로 뒤덮인다. 죽어 있던 땅이 아니라, 오랜 잠에서 깨어난 땅이었던 셈이다. 도대체 물 한 방울 귀한 사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땅에서 어떻게 꽃이 필까?
비밀은 하늘이 아니라 땅속에 있다. 아타카마의 흙 아래에는 200종이 넘는 식물의 씨앗과 알뿌리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최대 15년까지 발아를 미룬 채 잠들어 있다. 이들은 아무 비에나 깨어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만큼 물이 충분히 스며드는 '임계 강수량'을 넘겨야만 일제히 발아한다. 평년 강수량이 채 12mm도 안 되는 이곳에서 그런 비는 수년에 한 번 찾아오고, 그때 사막 전체가 짧게는 며칠 만에 초록과 분홍으로 물든다.
✨ 흥미로운 사실 이 씨앗들은 냉장고 속이 아니라, 한낮이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막 모래 속에서 최대 15년을 버틴다. 개화 없이 지나간 해에도 땅 밑에는 거대한 '씨앗 은행'이 다음 큰비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데시에르토 플로리도'는 몇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보통 5~7년에 한 번, 남반구 봄인 9~11월에 나타난다. 주기가 딱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개화를 부르는 큰비 자체가 불규칙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자료마다 주기가 조금씩 다르게 적힌다). 현지에서는 이 현상을 스페인어로 '데시에르토 플로리도(desierto florido)', 곧 '꽃피는 사막'이라 부른다. 무대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특히 코피아포와 바예나르(둘 다 칠레) 사이의 해안 계곡과 야노스 데 차예 국립공원 일대다.
왜 하필 엘니뇨 해에 꽃이 필까?
개화를 부르는 큰비의 방아쇠가 바로 엘니뇨이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남미 서해안 앞바다의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바다에서 증발이 늘고 대기 흐름이 바뀌면서 평소 비가 거의 없던 이 지역에 이례적인 비를 뿌린다. 실제로 2015년 3월에는 하루 약 23mm의 엘니뇨성 폭우가 쏟아졌고, 그해 9~10월 사막은 수십 년 만의 대개화를 맞았다. 감이 잘 안 온다면 이렇게 비교해 보자.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300mm다. 아타카마가 1년 내내 받는 비가, 서울에서는 며칠이면 다 내린다.
사막을 물들이는 주인공은 어떤 꽃들일까?
가장 먼저, 가장 넓게 번지는 건 진한 자홍빛 '파타 데 과나코(pata de guanaco)'다. '과나코의 발'이라는 뜻으로, 안데스의 야생 낙타과 동물 과나코의 이름을 딴 현지 별칭이다. 붉은 '가라 데 레온(garra de león)'은 '사자의 발톱'이라는 뜻인데, 꽃잎이 맹수의 발톱처럼 휘어 있고 아타카마 일대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노란·흰빛의 '아냐뉴카'까지 어우러지며, 삭막하던 사막은 색색의 카펫으로 바뀐다. 별칭 하나하나에 사막 사람들이 이 꽃들을 얼마나 오래 지켜봐 왔는지가 담겨 있다.
| 위치 |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코피아포~바예나르, 야노스 데 차예 국립공원) |
|---|---|
| 개화 시기 | 주로 9~11월(남반구 봄) · 2024년엔 이례적 겨울 개화 |
| 발생 주기 | 대략 5~7년에 한 번(큰비가 있는 해) |
| 평년 강수량 | 연 12mm 미만 (서울의 약 1/100) |
| 식물 종수 | 200종 이상, 다수가 이 지역 고유종 |
정말 '비만 오면' 꽃이 필까?
흔히 '비만 오면 사막이 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발아에는 임계량 이상의 강수에 더해 알맞은 시기와 지온(땅 온도)까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어중간한 비가 온 해에는 싹이 트다 말라죽어 '꽃 없는 해'로 지나가기도 한다. '봄에 핀다'는 통념도 절대적이지 않다. 2024년에는 이례적인 겨울비로 6월 한겨울에 꽃이 피어, 약 10년 만의 겨울 개화로 기록됐다. 기후 패턴이 흔들리면서 이 사막의 오래된 시계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장관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까?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분별한 방문객의 답압(밟기), 꽃과 씨앗의 불법 채취, 오프로드 차량이 여린 개체와 땅속 씨앗 은행을 훼손한다. 다만 칠레는 이 일대를 야노스 데 차예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개화기 진입과 통행을 관리하고, 지정 탐방로 밖 출입과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국립공원 울타리가 엘니뇨의 주기나 강수량까지 지켜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씨앗이 다시 깨어날 땅을 온전히 남겨 두는 일은, 다음 대개화를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준비다.
아타카마의 꽃밭은 '죽은 땅'이라는 말이 얼마나 성급한지 보여 준다. 이곳은 죽은 사막이 아니라, 물 한 번이면 200종이 되살아나는 씨앗 은행을 모래 밑에 감춘 '잠든 정원'이다. 다음 큰비가 언제 올지는 바다가 정하겠지만, 그때 사막이 다시 피어날 준비는 이미 땅속에서 끝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타카마 꽃피는 사막은 몇 년에 한 번 볼 수 있나요?
A. 보통 5~7년에 한 번, 강수가 이례적으로 많은 해의 9~11월에 나타납니다. 다만 개화를 부르는 큰비 자체가 불규칙해 주기가 딱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Q. 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에서 꽃이 필 수 있나요?
A. 땅속에 200종이 넘는 식물의 씨앗과 알뿌리가 최대 15년까지 잠들어 있다가, 임계 강수량을 넘는 비가 오면 일제히 발아하기 때문입니다.
Q. 개화와 엘니뇨는 무슨 관계인가요?
A. 엘니뇨로 태평양 수온이 오르면 증발과 강수가 늘어, 평소 비가 거의 없는 아타카마에 이례적인 비가 내립니다. 바로 이 비가 개화의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Q. 어디에 가야 볼 수 있나요?
A.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코피아포와 바예나르 사이의 해안 지대와 야노스 데 차예 국립공원 일대가 대표적인 관찰지입니다.
Q. 대표적인 꽃은 무엇인가요?
A. 자홍빛 '파타 데 과나코', 아타카마 고유종으로 알려진 붉은 '가라 데 레온(사자의 발톱)', 노란·흰빛의 '아냐뉴카' 등이 대표적입니다.
참고: National Geographic, Wikipedia(Desert bloom)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