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카자흐스탄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며칠씩 잠들었다는 이야기, 사실일까?
A. 사실이다. 2013년부터 2016년 초까지 아크몰라주 칼라치와 이웃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 주민들이 갑자기 쓰러져 사흘에서 일주일씩 깨어나지 못했고, 진료 기록에는 '원인 불명 뇌병증'이 적혔다.
A. 다만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국가 조사팀과 대학 연구팀의 답이 서로 다르고, 원인이 확정되기 전에 증상이 먼저 사라졌다.
카자흐스탄 국립원자력센터가 2015년 내놓은 결론, 나자르바예프대 역학팀이 2020년 제시한 반론, 발병 주민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심리조사 논문을 2026년 8월에 나란히 확인했다. 세 갈래 가운데 어느 쪽도 나머지를 밀어내지 못한 상태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교실 책상 앞에서, 소를 몰던 들판에서 사람들이 그대로 잠들었다. 흔들어 깨워도 몇 마디 대답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사흘, 길게는 일주일. 깨어난 사람들은 헛것을 봤다고 했고 잠든 동안의 기억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카자흐스탄 북부 아크몰라주의 작은 마을 칼라치에서 2013년부터 3년 동안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마을에 조사팀이 하나둘 들어오는 사이,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났다.
칼라치 진료 기록에 적힌 병명은 '원인 불명 뇌병증'이었다
환자들이 받은 진단명은 원인 불명 뇌병증(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태)이었다. 며칠씩 이어지는 수면에 구토와 환각, 방향 감각 상실, 술에 취한 듯한 행동, 기억 상실이 함께 왔다. 한 간호사는 깨우면 대답은 하는데 말을 멈추는 순간 다시 잠으로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쓰러졌고 한 사람이 두세 번 겪기도 했다. 반면 옮지는 않았다. 감염과 세균은 검사에서 제외됐고, 마을을 드나든 외부 조사원이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보고도 없다.
발병자 수는 자료마다 다르게 적힌다. 2013~2015년 사이 최소 60명이라는 현지 르포 집계가 있고, 2년 동안 130명가량이 진료를 받았다는 2015년 러시아 매체 보도가 있으며, 2016년까지 누적 150명으로 정리한 기록도 있다. 한 사람의 재발을 몇 건으로 셀지, 입원 확진만 셀지 진료 방문까지 셀지가 자료마다 달라 생긴 폭이다.
조사팀이 가장 먼저 측정한 것은 크라스노고르스크 폐광의 방사선이었다
측정값은 마을 안에서 정상 범위로 나왔다. 칼라치에서 멀지 않은 크라스노고르스크는 소련 시절 우라늄을 캐던 광산 도시였고, 1980년대 말 채굴이 멈춘 뒤 갱도는 폐쇄됐다. 잠드는 사람이 처음 나왔을 때 주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그 갱도였다.
러시아 국영방송 RT 취재진은 2015년 메워진 갱구 한 곳에서 평상시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를 쟀다고 전했다. 다만 마을에 가까운 지점들에서는 정상값이 나왔고, 카자흐 과학자들도 이 일대 배경 방사선은 정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캐던 우라늄 광석은 우라늄 함량 자체가 낮아 광석의 방사능이 강하지 않다.
라돈(암석에서 스며 나오는 방사성 기체)도 같은 이유로 후보에서 내려갔다. 중금속과 염분의 기준치 초과 역시 검출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계측기에 대단찮게 잡히는 무언가였다.
카자흐스탄 국립원자력센터는 물에 잠긴 갱도의 공기를 지목했다
2015년 5월 국립원자력센터가 내놓은 공식 설명은 공기였다. 산소 농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석유·가스 계열 유기 기체)가 섞인 공기를 주기적으로 들이마신 결과라는 것이다.
방사생태 담당 부총국장 세르게이 루카셴코가 브리핑에서 밝힌 경로는 이렇다. 광산을 폐쇄하면서 갱도에 물이 차올랐고, 갱을 떠받치던 목재 버팀목이 물에 잠긴 채 삭으며 일산화탄소를 만들어 냈다. 그 기체가 지표로 서서히 새어 나왔다.
측정치 자체는 극단적이지 않았다. 일산화탄소는 최대 허용 수준 언저리, 탄화수소는 허용치의 절반가량이었고 산소는 정상보다 낮되 곧바로 치명적인 농도는 아니었다. 대신 조건이 겹쳤다. 마을은 얕은 분지에 앉아 있고 겨울이면 난로를 때며 창을 닫는다.
2023년에도 같은 방향의 설명이 나왔다. 방사선안전생태연구소 지부장 아산 아이다르하노프는 카자흐 국영통신 카즈인포름에 난로 난방과 분지 지형이 겹쳐 사람이 내뿜고 태운 기체가 마을에 고였다고 말했다. 갱도의 기체든 난로의 기체든, 빠져나갈 곳이 없는 지형이 공통 조건으로 지목된 셈이다.
| 설명 | 내놓은 곳·연도 | 핵심 근거 | 남은 구멍 |
|---|---|---|---|
| 폐광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 | 카자흐스탄 국립원자력센터, 2015 | 마을 공기에서 일산화탄소·탄화수소 검출, 침수 갱도의 목재 분해 경로 | 같은 공기를 마신 가축은 왜 멀쩡했나 |
| 지하수에 섞인 화학물질 | 나자르바예프대 연구팀, 2020 | 주민은 지하 펌프 물, 가축은 강물을 마셨다 | 어떤 물질인지 특정하지 못함 |
| 폐광의 라돈·방사선 | 초기 언론·주민 추정, 2014~2015 | 이웃 마을이 우라늄 채굴지였다 | 마을 안 측정값이 정상 범위 |
나자르바예프대 연구팀은 2020년 물을 다시 의심했다
사람만 잠들고 소와 개, 닭은 한 마리도 잠들지 않았다는 점이 공기 설명의 약한 고리였다. 가축도 같은 마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산다.
역학자 바이런 크럼프가 이끈 나자르바예프대 연구팀은 2020년 다른 경로를 제시했다. 주민들은 모두 하나의 지하 펌프에서 물을 길어 마셨고 가축은 강물을 마셨다. 사람과 가축을 가른 것이 공기가 아니라 물이었다면 이 어긋남이 풀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80년대 말 버려진 우라늄 갱도나 인근 군 폐기물 처리장에서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스몄을 가능성을 들었다. 다만 어떤 물질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인테르팍스가 2020년 10월 전한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증상이 더는 나타나지 않아 이제 이 가설을 확인하려면 갱도 안으로 직접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칼라치는 병이 그친 뒤 절반으로 줄었다
2016년 1월 이후 새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마을 인구는 177가구 413명에서 101가구 201명으로 줄었다. 텡그리뉴스가 2025년 11월 칼라치를 다시 찾아 기록한 르포에 실린 숫자다.
학교는 4학년까지만 남았고 상점은 문을 닫았다. 마당이 풀에 덮인 빈집과 갈라진 아스팔트가 이어진다. 이주를 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보상 조건이 맞지 않거나 옮겨 갈 곳이 없어 남았다. 르포에 실린 한 주민의 말은 "우리를 바보 마을로 만들어 놨다"였다.
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은 검사지에도 있다. 톨레게노바 등이 2019년 발표한 칼라치 주민 심리조사 논문(DOI 10.15405/epsbs.2019.01.76)은 증상을 한 번 이상 겪은 주민 60명을 검사해 88%가 전반적인 건강 악화를 호소했고 93%에서 높은 수준의 공격성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표본이 작아 마을 전체로 넓혀 읽을 수는 없지만, 잠에서 깬 뒤의 시간도 조사 대상이 됐다는 기록이다.
칼라치가 아직 닫지 못한 질문
공기였다는 설명은 국가 조사의 공식 결론으로 남아 있고, 물이었다는 반론은 갱도에 내려가기 전에는 검증할 방법이 없으며, 증상은 누가 손을 쓰기 전에 2016년으로 그쳤다. 원인이 사라진 것인지 원인을 안고 살던 사람들이 떠난 것인지는 지금도 갈린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폐광은 문을 닫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물이 차고 목재가 삭고 공기의 조성이 바뀌는 데는 폐쇄 이후로도 수십 년이 걸린다. 칼라치는 그 시차를 사람의 몸으로 먼저 겪은 마을이었다. 같은 시차를 품은 옛 광산 마을이 세계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세지 않았다.
칼라치를 검색하면 함께 뜨는 질문들
Q. 아프리카 수면병과 같은 병인가요?
A. 다른 병입니다. 아프리카 수면병은 체체파리가 옮기는 기생충 감염병이지만, 칼라치 사례는 사람 사이에 옮지 않았고 병원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며칠씩 잠든다는 겉모습이 비슷해 같은 이름으로 불렸을 뿐입니다.
Q. 지금 칼라치에 갈 수 있나요?
A. 마을이 봉쇄된 적은 없고 주민 200명가량이 여전히 살고 있어 접근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관광지가 아니어서 숙박 시설도 상점도 없고, 인근 폐광 갱구는 출입이 통제됩니다. 아크몰라주 예실 지구의 시골 마을이라 대중교통도 드뭅니다.
Q. 지금도 잠드는 사람이 있나요?
A. 2016년 1월 이후 새로 보고된 사례는 없습니다. 증상은 시작될 때처럼 뚜렷한 계기 없이 멈췄고, 그 사이 주민 절반 이상이 마을을 떠났습니다.
Q. 왜 사람만 잠들고 가축은 멀쩡했나요?
A. 사람과 가축의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나자르바예프대 연구팀은 주민이 지하 펌프 물을, 가축이 강물을 마셨다는 차이에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원인 물질을 짚어내지는 못했습니다.
Q. 칼라치 말고 같은 일이 벌어진 곳이 또 있나요?
A. 바로 옆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도 같은 증상이 보고됐습니다. 두 마을 모두 같은 우라늄 광산 지대에 붙어 있습니다. 그 밖에 같은 양상의 집단 발병이 다른 나라에서 보고된 사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Q. 이 사건을 더 확인하려면 어떤 자료를 봐야 하나요?
A. 공식 결론은 2015년 카자흐스탄 국립원자력센터 브리핑을 전한 현지 보도에, 반론은 2020년 나자르바예프대 연구팀 발표에 담겨 있습니다. 주민의 심리 상태는 2019년 논문(DOI 10.15405/epsbs.2019.01.76)에서, 마을의 현재 모습은 2025년 11월 텡그리뉴스 현지 르포에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