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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보아스의 한 문단이 '눈 단어 100개'로 불어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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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한 줄  프란츠 보아스가 1911년에 적어 둔 눈 어근은 네 개였고, 뒤이은 기사들은 9개와 100개를 나란히 실었다.

AI로 재현한 북극 이누이트 마을의 눈 덮인 풍경과 세 가지 눈 표면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9개와 100개라는 답이 같은 질문 아래 나란히 인쇄된 적이 있다. 미국 잡지 《타임》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기사가 이누이트 계열 언어의 눈 단어 수를 언급하면서 근거 없이 숫자를 내놓았고, 한쪽은 9개, 다른 쪽은 100개를 적었다고 알래스카 원주민어센터(ANLC)의 해설은 정리한다.

숫자들을 자료별로 늘어놓으면 개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항목이 있다. 어떤 조사는 눈만 셌고, 어떤 목록은 바다얼음까지 담았으며, 어떤 기사는 무엇을 셌는지 밝히지 않았다. 세는 대상이 다르면 같은 100도 같은 뜻이 아니다.

이누이트어에서 눈 단어 수를 세면 왜 답이 달라질까

이누이트어와 유픽어는 어근 하나에 접사를 겹겹이 붙여 그 자리에서 새 낱말을 만들 수 있어, 무엇을 한 낱말로 볼지 먼저 정하지 않으면 목록에 끝이 생기지 않는다. 알래스카 원주민어센터가 게시한 해설은 이 점을 두고 에스키모 낱말은 이론상 무한한 수라고 적는다.

센터의 해설은 소리상 한 낱말로 들리는 형태가 대개 사전에 오른 어휘가 아니라 말하는 도중에 조립된 조합이라는 점도 함께 짚는다. 그래서 눈 어휘를 헤아리는 작업은 자료를 더 모으는 문제가 아니라, 세는 단위를 어디에서 끊을지 정하는 문제에 가깝다.

층을 나눠 보면 수가 왜 흩어지는지 드러난다. 같은 해설은 눈 자체를 가리키는 재구형 원시에스키모어 어간으로 qaniɣ(내리는 눈), aniɣu(내린 눈), apun(땅에 쌓인 눈) 셋을 든다. 여기에 현대 방언에서 쓰이는 qanik(공중의 눈, 눈송이)이나 pukak(알갱이 눈) 같은 형태가 층층이 얹힌다.

🧊 사전에 오른 말과 그 자리에서 만든 말  눈 어휘를 세는 언어학자들은 대개 사전 표제어로 굳어진 어휘소만 헤아린다. 앤서니 우드베리는 스티븐 야콥슨의 《유픽어 사전》을 주된 근거로 삼아, 무엇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눈을 가리키는 어휘소가 열두 개에서 스물네 개 사이라고 추산했다.

정리하면 어간 층위에서 세면 셋, 사전 표제어 층위에서 세면 12~24개, 말하는 도중 조립되는 형태까지 세면 상한이 없다. 세 숫자는 각각 다른 층을 잰 값이다. 아래 표는 자주 인용되는 네 자료가 각각 무엇을 셌고 어떤 수를 내놓았는지 나란히 놓은 것이다.

자료센 대상보고된 수
보아스 1911년 서문눈을 가리키는 어근4개
《타임》·《뉴욕타임스》 등의 기사밝히지 않음9개 / 100개
우드베리(야콥슨 《유픽어 사전》 기준)사전에 오른 눈 어휘소12~24개
세인트로렌스섬 유픽어(스미스소니언)바다얼음과 얼음 형성 용어약 100개

프란츠 보아스가 1911년에 적어 둔 눈 어근은 네 개였다

보아스는 1911년 《아메리카 인디언 제어 편람》 서문에서 aput(땅에 쌓인 눈), qana(내리는 눈), piqsirpoq(날리는 눈), qimuqsuq(눈더미) 네 항목을 들었다. 알래스카 원주민어센터의 해설이 이 네 단어와 뜻풀이를 그대로 옮겨 두었다.

보아스가 이 예를 든 목적은 추운 환경이 어휘를 늘린다는 점을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언어마다 사물을 묶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보이려는 것이었다. 같은 해설이 그의 의도를 그렇게 요약한다.

1940년에 벤저민 리 워프가 쓴 글은 보아스를 인용하지도,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다섯 개 이상을 시사하는 방향으로 서술했다. 여기서부터 숫자는 글쓴이마다 달라졌고, 앞서 본 9개와 100개도 그 흐름 위에 놓인다.

로라 마틴은 1986년 American Anthropologist 88권 2호 418~423쪽에 이 예시가 어떻게 퍼졌는지를 추적한 논문을 실었다. 본문은 유료라 초록 페이지까지만 공개되어 있으므로, 원자료를 찾으려면 DOI 10.1525/aa.1986.88.2.02a00080으로 접근하면 된다.

마틴이 정리한 경로는 인용의 사슬이었다. 1차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개론서와 잡지 기사가 앞선 서술을 되풀이했고, 옮겨질 때마다 수가 조금씩 커졌다. 마틴은 이 예시의 유행이 언어 상대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오히려 가렸다고 적었다.

세인트로렌스섬 유픽어의 얼음 용어 100여 개는 무엇을 센 숫자일까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시 자료 '변화의 힘'은 알래스카 세인트로렌스섬의 유픽어 사용자들이 바다얼음과 얼음 형성에 대해 약 100개의 용어를 쓴다고 적는다. 센 대상은 바다얼음이며, 범위는 세인트로렌스섬에서 쓰는 말로 한정된다.

채록자는 섬 주민이었다. 현지 원로 콘래드 우제바가 1986년에 직접 받아 적었고, 스미스소니언 북극연구센터의 이고르 크루프니크가 그 목록을 그림 사전 형태로 다시 엮어 2004년에 냈다.

🧭 목록을 만든 사람이 그 말의 사용자였다  세인트로렌스섬 목록은 얼음 위에서 사냥하며 살아온 사람이 자기 말로 적어 둔 자료다. 얼음이 얼마나 오래 남았는지, 어디를 밟으면 꺼지는지를 구별해야 하는 생활이 용어의 세밀함을 만들었고, 그래서 이 목록의 항목들은 눈의 모양이 아니라 얼음의 상태를 가른다.

환경과 어휘의 관계를 넓은 표본으로 다시 살핀 연구도 있다. 테리 리기어, 알렉산드라 카스텐센, 찰스 켐프는 2016년 4월 PLOS ONE에 낸 논문에서 도서관 자료로 검토한 50개 언어와 IDS+ 자료의 246개 언어, 그리고 트위터 게시물을 모은 18개 언어를 함께 분석했다.

세 자료의 성격도 서로 다르다. 도서관 자료는 사전과 문법서에 실린 표제어를 보는 방식이고, IDS+는 여러 언어의 기초 어휘를 같은 항목표로 모아 둔 데이터베이스이며, 트위터 자료는 사람들이 눈과 얼음을 실제로 얼마나 자주 입에 올리는지를 잰다.

분석 결과 눈과 얼음을 같은 형태로 부르는 언어는 따뜻한 지역에 분포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트위터 자료에서는 기온이 높을수록 눈이나 얼음을 언급할 확률이 낮아졌다. 저자들은 이를 두 대상을 구별해 말할 필요의 차이로 해석했다.

보아스의 네 어근과 유픽어의 100여 개, 어느 쪽을 인용해야 할까

Q. '에스키모'라는 말을 지금도 써도 되나요?

A. 캐나다와 그린란드에서 통용되는 명칭은 이누이트이고, 알래스카에는 이누피아크어와 유픽어를 쓰는 집단이 따로 있습니다. 다만 학술 문헌과 기관 자료에는 어족을 묶는 총칭으로 '에스키모'가 그대로 남아 있어, 자료를 인용할 때는 원문 표기를 살리고 사람을 가리킬 때는 해당 지역에서 쓰는 이름을 쓰는 편이 무난합니다.

Q. 한국어에는 눈을 가리키는 말이 얼마나 있나요?

A.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가루눈, 도둑눈처럼 사전에 오른 낱말만 헤아려도 여러 개가 나옵니다. 다만 한국어는 낱말을 이어 붙여 새 표현을 만드는 방식이 이누이트어와 달라, 두 언어의 '단어 수'를 같은 자로 재어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Q. 이누이트어나 유픽어의 눈·얼음 용어를 직접 찾아볼 수 있나요?

A. 알래스카 원주민어센터는 알래스카 원주민어 관련 자료를 온라인 아카이브로 공개하고 있어, 눈 용어 해설도 그 안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유픽어 어휘는 스티븐 야콥슨의 《유픽어 사전》이 표준 참고서로 쓰이고, 세인트로렌스섬의 바다얼음 용어는 2004년에 그림 사전 형태로 묶여 나왔습니다.

Q. 이 사례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무너졌다는 뜻인가요?

A. 두 갈래의 연구가 서로 다른 자료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마틴은 1986년 논문에서 이 예시가 널리 퍼진 탓에 언어 상대성에 관한 진지한 연구가 오히려 가려졌다고 지적했고, 2016년 PLOS ONE 연구는 전혀 다른 자료로 기후와 어휘의 연관을 다시 살폈습니다. 두 연구가 쓴 자료와 측정 방식이 다르므로 결론도 각각의 범위 안에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누이트어 눈 어휘를 옮길 때 함께 적어야 할 것

눈 어휘의 수를 옮길 때는 숫자 옆에 세 가지를 같이 적으면 된다. 무엇을 셌는지(눈인지 얼음인지), 어떤 단위로 셌는지(사전 어휘소인지 조립된 형태까지인지), 그리고 어느 방언인지다. 이 세 가지가 붙어 있는 한 4개도 100개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보아스의 네 어근과 세인트로렌스섬의 얼음 용어 100여 개는 각기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앞의 것은 언어가 사물을 어떻게 묶는지 보여주려던 예시였고, 뒤의 것은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구별해야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숫자만 떼어 옮기는 순간 두 질문이 함께 사라진다.

여기 실린 수치와 인명은 2026년 8월 공개본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어근 목록과 언론 인용 사례, 우드베리의 추산은 알래스카 원주민어센터가 래리 캐플런 명의로 올린 해설에, 세인트로렌스섬 용어 수와 채록 경위는 스미스소니언협회 '변화의 힘' 페이지에, 기후와 어휘의 대조는 2016년 PLOS ONE 공개 논문에 각각 의존했다. 캐플런 해설과 우드베리 추산에는 자료 자체에 게시 연도가 적혀 있지 않아 연도를 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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