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 태국 롭부리에서는 매년 11월, 수천 마리 원숭이에게 약 2톤의 과일·채소를 쌓아 올린 '원숭이 뷔페 축제'가 열린다.
- 훈훈해 보이는 이 축제는 사실 1989년 한 호텔 사업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행사이고, 그 이면에는 6,000마리까지 불어난 원숭이와 주민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있다.
- 2020년 관광이 끊기자 원숭이들은 먹이를 두고 '시가전'을 벌였고, 2024년부터는 1,600마리를 붙잡아 불임수술하는 대대적 방제까지 이어졌다.
2020년 3월, 태국 중부의 고도(古都) 롭부리 한복판에서 기묘한 장면이 벌어졌다. 관광객이 사라져 텅 빈 거리에서 1,000마리에 가까운 원숭이 떼가 두 편으로 갈라져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영상은 전 세계로 퍼졌고, 사람들은 '원숭이들의 시가전'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롭부리라는 도시가 수십 년간 안고 온 딜레마가 한순간에 터져 나온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딜레마의 한가운데에, 매년 원숭이에게 산더미 같은 밥상을 차려 주는 세계에서 가장 별난 축제가 있다.
원숭이에게 뷔페를 차려 주는 도시
롭부리의 '원숭이 뷔페 축제(Monkey Buffet Festival)'는 매년 11월 마지막 일요일에 열린다. 도시의 상징인 크메르 사원 프랑삼욧(Phra Prang Sam Yot) 앞 광장에, 수박·파인애플·상추·두리안 같은 과일과 채소를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린 상이 차려진다. 준비되는 음식은 해마다 대략 2톤, 많게는 4,000kg에 이른다. 초대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수천 마리의 긴꼬리마카크(게잡이마카크)다. 원숭이들이 상 위로 뛰어올라 음식을 헤집는 동안 관광객은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국 가디언은 이 행사를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축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위키백과 'Monkey Buffet Festival').
흔히 이 축제는 '수백 년 이어진 종교 의식'처럼 소개되지만, 자료를 대조해 보면 실상은 다르다. 축제는 1989년 롭부리의 한 호텔 사업가 용윳 킷와타나누손이 처음 열었다. 도시의 골칫거리였던 원숭이를 오히려 관광 자원으로 바꾸려는 아이디어였고, 원숭이를 마스코트로 쓰던 자기 호텔의 홍보를 겸한 기획이기도 했다. 낭만적인 전통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관광 마케팅'에서 출발한 셈이다.
왜 하필 롭부리일까 — 하누만 전설과 그 실체
그렇다고 원숭이와 롭부리의 인연이 얕은 것은 아니다. 이 도시에는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의 원숭이 신 하누만과 얽힌 오랜 믿음이 전해진다. 신 라마가 자신을 도운 하누만에게 이 땅을 하사했고, 롭부리의 원숭이들은 그 하누만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원숭이를 함부로 해치지 않고, 복과 번영을 가져오는 존재로 여겨 왔다.
다만 여기서 확인되는 것과 확인되지 않는 것을 갈라 둘 필요가 있다. 하누만 전설과 '원숭이가 복을 부른다'는 믿음은 어디까지나 신앙이자 구전이다. 반면 실제로 도시를 채운 것은 신의 후손이 아니라, 사원과 시가지에 눌러앉아 사람의 먹이에 적응한 야생 긴꼬리마카크 무리다. 롭부리가 원숭이의 도시가 된 진짜 이유는, 신화보다는 먹이를 주는 사람들과 그 먹이를 노리는 영리한 야생동물이 오랜 세월 한 공간에 얽혀 온 데 있다.
✨ 흥미로운 사실 '성스러운 원숭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들은 사실 사람이 주는 먹이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관광객의 손이 끊기자 곧바로 먹이 부족과 다툼이 터졌다 — 축제가 오히려 문제를 키운 역설이 여기서 드러난다.
낭만의 이면 — 도시를 접수한 원숭이들
관광 사진 속 원숭이는 귀엽지만, 주민에게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넉넉한 먹이 덕에 롭부리의 원숭이 개체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때 그 수가 몇 해 만에 두 배로 늘어 약 6,000마리에 이르렀다. 원숭이들은 집과 상점에 들이닥쳐 물건을 훔치고, 자동차 와이퍼와 방충망을 뜯고, 곳곳에 배설물을 남겼다. 지붕에 받아 둔 빗물은 오염돼 쓸 수 없게 됐고, 작물은 심는 족족 망가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 일부는 사실상 원숭이에게 넘어갔다. 주민들은 창문에 철망을 덧대고 문을 걸어 잠갔으며, 시 당국은 원숭이가 장악한 구역을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사람이 만든 축제의 주인공이 도시의 일부를 접수해 버린 것이다.
관광이 멈추자 시작된 '원숭이 전쟁'
이 불안한 균형은 2020년 코로나19로 무너졌다. 관광객이 끊기자 원숭이에게 던져지던 먹이도 함께 사라졌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져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능력이 약해진 무리에게 이것은 곧 생존의 위기였다. 프랑삼욧 사원 일대의 무리와 프라칸 사당 주변의 무리가 줄어든 먹이를 두고 거리에서 충돌했고, 앞서 말한 '1,000마리의 시가전'이 벌어졌다.
여기서 짚어야 할 역설이 있다. '복을 부르는 신성한 원숭이'라던 존재가, 정작 인간 관광객의 먹이가 끊기자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축제와 관광이 원숭이를 먹여 살리는 동시에 그 수를 감당 못 할 만큼 불려 놓았고, 그 부양이 잠시 멈추자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원숭이 전쟁은 '동물의 난동'이라기보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관계가 어긋났을 때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인간의 반격 — 1,600마리 포획과 남은 논쟁
결국 태국 정부가 나섰다. 천연자원환경부와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전청은 2024년 5월부터 대대적인 포획 작전을 시작했다. 미끼를 넣은 대형 우리를 곳곳에 놓아 원숭이를 잡은 뒤 불임수술을 하고, 무앙군 포까오톤에 지은 큰 사육장에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작전 약 다섯 달 만에 1,600마리가량이 붙잡혀, 거리를 떠돌던 개체의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상인들은 다시 상권을 되찾았고, 주민들도 빼앗겼던 골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야생동물친구재단(WFFT)의 에드윈 위크 같은 활동가들은 불임수술에는 동의하면서도, 원숭이를 좁은 우리에 가두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실제로 2026년 7월 초에는 사육장에서 원숭이 약 99마리가 탈출해 다시 주변 동네로 흩어졌다가 당국에 재포획되는 일도 있었다(현지 보도 기준). '보호냐 통제냐'를 두고 도시는 지금도 답을 찾는 중이다. 원숭이에게 밥상을 차려 주던 도시가, 이제는 그 원숭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고민하는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다.
| 위치 | 태국 중부 롭부리(Lopburi) |
|---|---|
| 주인공 동물 | 긴꼬리마카크(게잡이마카크) |
| 축제 시작 | 1989년(호텔 사업가 용윳 킷와타나누손이 기획) |
| 개최 시기 | 매년 11월 마지막 일요일 |
| 음식 규모 | 약 2톤(많게는 4,000kg)의 과일·채소 |
자주 묻는 질문
Q. 원숭이 뷔페 축제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A. 태국 중부 롭부리에서 매년 11월 마지막 일요일에 열립니다. 크메르 사원 프랑삼욧(Phra Prang Sam Yot) 앞 광장에 과일·채소로 만든 대형 뷔페가 차려집니다.
Q. 왜 원숭이에게 잔치를 열어 주나요?
A. 롭부리 원숭이는 힌두 신화 속 원숭이 신 하누만의 후손이자 복을 부르는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다만 지금의 축제는 1989년 한 호텔 사업가가 관광 자원으로 만든 기획에서 시작됐습니다.
Q. 원숭이가 그렇게 많으면 주민들은 괜찮나요?
A. 개체수가 한때 약 6,000마리까지 늘면서 절도·재산 파손·위생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일부 구역은 '접근 금지'로 지정될 정도였고, 이 때문에 2024년부터 대규모 포획·불임수술이 진행됐습니다.
Q. 2020년 '원숭이 전쟁'은 왜 일어났나요?
A.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끊기면서 원숭이에게 주어지던 먹이가 급감했고, 두 무리가 줄어든 먹이를 두고 거리에서 충돌했습니다. 사람의 먹이에 의존하던 습성이 갈등을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Q. 지금도 롭부리에 원숭이가 많나요?
A. 2024~2025년 포획 작전으로 거리의 원숭이 수가 크게 줄었지만, 사육장 탈출 사례가 보도되는 등 관리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문 전 현지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롭부리의 원숭이 뷔페 축제는 단순히 '별난 볼거리'로만 보기 어렵다. 산더미 같은 밥상 뒤에는 신화와 관광, 그리고 사람과 야생동물의 오랜 줄다리기가 함께 놓여 있다. 화려한 축제의 사진 한 장 너머를 들여다볼 때, 롭부리는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얽혀 살아가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표본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