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숨은 이야기

8,950미터 손둥 동굴, 햇빛이 드는 지하 정글

글 · 자연현상 · · 약 11분 · 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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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어가 본 동굴 입구를, 발견한 사람이 20년 가까이 다시 찾지 못하는 일이 가능할까. 베트남 꽝빈성의 손둥 동굴(Hang Son Doong)이 정확히 그런 경우였다. 1990년 깊은 숲에서 귀한 목재를 찾던 현지인 호 칸(Ho Khanh)이 소나기를 피해 절벽 밑으로 들어갔다가, 거센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저 아래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는 구멍을 발견했다.

혼자였고 다시 가보지 않았다. 영국 탐사대가 마을 사람들에게 동굴을 수소문한 2009년에야 그는 그 기억을 꺼냈고, 20년 가까운 세월 탓에 입구를 다시 찾기까지 여러 차례 시도가 필요했다. 이 글의 수치는 2009년 탐사에 참여한 영국동굴연구협회(BCRA) 하워드 림버트 연구진이 2016년 학술지 Boletín Geológico y Minero에 실은 탐사 보고를 따랐으며, 확인은 2026년 9월에 했다. 논문이 "아직 관광객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적은 시점 이후의 운영 상황까지는 이 자료로 확정하지 못했다.

⛰ 한 문장으로

측량된 통로를 합쳐 8,950미터에 이르는 손둥 동굴에는 천장이 무너져 햇빛이 들어오는 구간이 있고, 그 아래에서 높이 30미터의 나무가 자란다.

AI로 재현한 베트남 손둥 동굴의 무너진 천장 아래 자라는 지하 정글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손둥 동굴 입구를 20년 가까이 다시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표지가 될 만한 것이 없는 원시림 한가운데였고, 입구 자체가 베트남 기준으로는 작았기 때문이다. 손둥 동굴의 입구는 가로 약 30미터, 세로 약 10미터로, 이 지역의 거대한 동굴 입구들에 비하면 눈에 띄지 않는 크기다.

탐사대는 1990년부터 이 일대를 뒤졌다. 항 엔과 항 케 리라는 두 개의 큰 하천 동굴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쳐진 뒤 거대한 낙석 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지점을 6년 넘게 살폈지만, 그 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끝내 찾지 못했다.

2009년 호 칸을 앞세우고 나선 길에서 결정적 신호는 바람이었다. 500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동굴이 뿜어내는 바람이 느껴졌고, 절벽에서는 입구로 안개가 밀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입구 안쪽은 방해석 사면을 따라 80미터를 내려가야 하는 가파른 구조여서, 마을 사람 누구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내려선 자리에서 바로 규모가 드러났다. 거대한 유석 덩어리들을 돌아 내려가자 높이 약 100미터, 폭 약 80미터의 통로가 나타났고 바닥에는 호수와 집채만 한 바위 더미가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따라 바위 사이로 길을 찾아낸 것이 손둥 동굴 본체와의 첫 대면이었다.

8,950미터 통로를 뚫은 남북 단층과 하천 쟁탈

손둥 동굴은 남북 방향으로 달리는 단층을 따라, 지표를 흐르던 하천이 지하로 방향을 바꾸면서 만들어졌다. 케방 석회암 산괴는 데본기부터 페름-석탄기에 걸쳐 고대 바다에 쌓인 탄산염암 덩어리인데, 이 지역 배수 분지는 오랫동안 물이 빠져나갈 지하 통로 자체가 없었다.

분지의 동쪽은 변성암과 결정질암이, 남쪽은 백악기 붉은 지층이 막고 있었고 나머지 경계는 큰 단층들이 둘러쌌다. 연구진은 이 단층들이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차수벽 역할을 해 동굴 형성을 가로막았다고 봤다.

북쪽 단층이 부서져 각력화되고 지표 하천이 그 틈을 파고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물길이 새 배출구를 찾자 동굴은 빠르게 성장했고, 분지의 유량 전체를 지하로 끌어들였다. 하천 쟁탈이 일어난 시기는 마이오세 후기에서 플라이오세, 즉 200만~5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 100만 년에 22미터  동굴이 수백만 년 동안 유지된 배경에는 아주 느린 침식이 있다. 연구진은 이 지역 하천의 기준면이 100만 년에 22±6미터 속도로 낮아졌다고 계산했다. 기준면이 급격히 내려갔다면 통로는 진작에 무너지거나 말라붙었을 것이다.

손둥 동굴 안에 30미터 나무가 자라는 조건은 무엇인가

천장이 무너져 생긴 거대한 구멍으로 햇빛이 직접 들어오기 때문이다. 손둥 동굴에는 이런 함몰 구간이 두 곳 있는데, 탐사대가 '공룡 조심(Watch out for Dinosaurs)'이라 이름 붙인 첫 번째 채광정은 높이 200미터가 넘고 입구는 약 100×50미터다.

두 번째 함몰 지대는 규모가 더 크다. 절벽이 250미터 넘게 솟아 있고 바닥의 통로 폭은 175미터에 이른다. 그 안에서 높이 30미터짜리 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원숭이와 뱀, 큰박쥐뿐 아니라 코뿔새와 독수리 같은 새들도 이 구멍을 드나든다.

동굴 벽에도 빛의 흔적이 남는다. 채광정 주변에는 연필처럼 뾰족한 돌기가 온통 햇빛 쪽을 향해 뻗은 구간이 있다. 암석 표면의 조류가 빛을 좇아 자라며 석회암을 깎아 낸 파이토카르스트(생물이 만든 석회암 지형)다.

◈ 3억 년 전의 증거  하류 구간 옆길에서 탐사대는 칠흑 같은 석회암에 박힌 사방산호 화석 무리를 찾아냈다. 3억 년 전 바다 생물의 흔적으로, 이 일대 석회암이 언제 쌓인 것인지를 동굴 안에서 직접 확인해 준 셈이다.

사라왁 사슴동굴과 나란히 놓고 본 손둥 동굴의 크기

단면 하나만 비교하면 손둥 동굴이 1위가 아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 물루 지역의 사슴동굴은 정밀 측량 결과 폭 168미터, 높이 125미터인 구간이 있고, 논문은 이것이 손둥 동굴의 어떤 지점보다도 거의 확실히 크다고 적었다.

차이는 그 크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있다. 사슴동굴에서 가장 큰 구간은 1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반면, 손둥 동굴은 3킬로미터 넘게 거대한 규모를 이어 간다. 손둥 동굴에서 가장 넓은 대목은 높이 175미터, 폭 135미터에 이른다.

내부 구조물의 규모도 같은 축에 있다. 통로 안에는 높이 75미터가 넘는 석순이 서 있고, 폭 80미터를 넘는 석회화 소(계단식 물웅덩이)가 500미터 넘게 줄지어 이어지는 구간도 있다. 첫 채광정의 빛은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도 보였다.

흔히 인용되는 9킬로미터 가까운 길이는 측량된 모든 통로를 합산한 값이다. 부피로 보면 손둥 동굴이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동굴보다 크다는 것이 탐사팀의 판단이며, 근거는 림버트 등의 2016년 탐사 보고 전문(PDF)에 실려 있다(doi:10.21701/bolgeomin.127.1.011).

손둥 동굴을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

Q. 일반인도 손둥 동굴에 들어갈 수 있나요?

A. 2016년 논문 시점에는 관광객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논문은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투자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방정부가 거절했고, 그 덕분에 동굴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고 적었습니다. 현재의 출입 정책과 절차는 이번에 확인한 자료 범위 밖이라, 방문을 계획한다면 관할 기관의 최신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동굴 안에서 잠을 자야 할 만큼 긴가요?

A. 탐사대는 동굴 안에 야영지를 두고 여러 날에 걸쳐 조사했습니다. 첫 캠프는 채광정 아래 마른 석회화 단구 위의 모래밭이었고, 두 번째 함몰 지대 아래에는 흰 모래가 깔린 자리가 있어 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야영지 가운데 하나"로 표현했습니다.

Q. 동굴 안을 흐르는 강물은 어디로 나가나요?

A. 손둥 동굴은 퐁냐 동굴계의 일부입니다. 이 수계는 라오스 국경에 가까운 국립공원 남쪽 끝에서 시작해 퐁냐 동굴에서 물이 다시 지표로 솟아 나오는 것으로 끝납니다. 동굴 안의 하류 구간은 약 1킬로미터를 따라간 뒤 잠수 구간으로 막혀 있고, 그 너머는 아직 잠수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Q. 우기에는 동굴 안 풍경이 달라지나요?

A. 크게 달라집니다. 건기에는 진흙투성이 통로인 구간이 홍수 뒤에는 길이 600미터의 거대한 호수로 바뀝니다. 논문은 물이 찼을 때 맑고 푸른 물이 통로를 채운 모습을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록했습니다.

손둥 동굴에 아직 남아 있는 빈칸

손둥 동굴의 끝은 '베트남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방해석 벽이었다. 2009년 탐사는 그 앞에서 멈췄고, 이듬해 다시 찾아가 이틀에 걸쳐 볼트를 박으며 90미터를 올라선 뒤에야 벽 너머 400미터 통로와 반대편 출구에 닿았다.

그 출구를 현지 사람이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20년 가까이 잊혔던 입구와,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출구 사이에서 9킬로미터에 가까운 공간이 통째로 비어 있었던 셈이다. 아래쪽 하류의 잠수 구간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았고, 탐사대 스스로 케방 산괴에 더 큰 동굴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이 2009년에야 처음 탐사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산괴가 얼마나 덜 알려졌는지를 말해 준다. 라오스 국경에 붙은 이 오지에서 지도에 아직 올라가지 않은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다음 탐사대가 바람이 새어 나오는 구멍을 몇 개나 더 찾느냐에 달려 있다.

손둥 동굴베트남 퐁냐케방세계 최대 동굴카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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