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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바다에서 아래로 자라 내려오는 얼음 기둥 브리니클

글 · 자연현상 · · 약 12분 · 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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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현한 남극 바다얼음 아래에서 해저를 향해 뻗어 내려가는 브리니클 얼음 기둥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분당 0.2~2센티미터. 남극 바다얼음 아래에서 얼음 기둥 하나가 해저를 향해 길어지는 속도다. 빠를 때는 1분에 손가락 두 마디쯤 내려오고, 바닥에 닿으면 거기서 옆으로 번지며 지나가던 것들을 붙잡는다. 브리니클(brinicle), 우리말로 옮기면 '소금물 고드름'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브리니클은 정확히 무엇인가?

바다얼음에서 빠져나온 초저온·고염분 소금물이 아래로 가라앉을 때, 그 물길 둘레의 바닷물이 얼어붙어 생기는 속이 빈 얼음관이다.
큰 것은 길이 1~6미터, 폭 5~25센티미터에 이르고, 자연에서 관측된 성장 속도는 분당 0.2~2센티미터다.

브리니클은 바다얼음이 밀어낸 소금물에서 시작된다

브리니클의 출발점은 얼음이 아니라 소금이다. 바닷물이 얼 때 얼음 결정은 소금을 받아들이지 않아, 남은 소금은 얼음 사이 좁은 통로에 농축된 염수(brine)로 갇힌다. 이 염수는 소금 농도가 높아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로 남는다.

실험 논문은 그 하한을 섭씨 영하 23도까지로 적는다. 주변 바닷물의 어는점이 영하 1.8도 언저리이니, 스무 도 이상 더 차가운 액체가 얼음 속에 고여 있는 셈이다. 무겁고 차가운 그 액체가 통로를 타고 아래로 빠져나가는 순간 브리니클이 시작된다.

빠져나간 염수의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바다얼음이 해를 넘기며 점점 덜 짜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갓 언 얼음은 소금기를 꽤 품고 있다가, 염수가 통로를 타고 빠져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서히 민물에 가까워진다. 브리니클은 그 배출이 유난히 한곳에 몰렸을 때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굳은 결과다.

브리니클 관련 수치는 2026년 9월에 학술지 The Cryosphere에 2024년 실린 실험 논문(doi:10.5194/tc-18-2195-2024)의 본문 표기에 맞췄다. 2011년 촬영 당시의 성장 속도를 따로 잰 기록은 찾지 못해, 촬영에 걸린 시간과 성장 속도를 곱해 길이를 되짚는 계산은 하지 않았다.

브리니클은 얼마나 빨리 길어지고 얼마나 커지나

자연에서 관측된 브리니클의 성장 속도는 분당 0.2~2센티미터로 보고돼 있다. 같은 논문은 크기도 두 갈래로 나눠 적는다. 작은 것은 길이 10~100센티미터, 큰 것은 길이 1~6미터에 폭 5~25센티미터다. 여러 개가 동시에 자랄 때 서로 5~10미터쯤 간격을 두고 늘어선다는 관측도 함께 실려 있다.

속도 표기가 분 단위인 이유는 브리니클이 사람이 지켜보는 동안 눈에 띄게 길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값의 폭이 열 배에 이르는데, 얼음 두께와 염수의 온도·유출량이 현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서 잰 값을 다른 현장에 그대로 옮겨 쓰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 분과 하루를 환산하면  방송 보도들은 브리니클이 "하루에 수 미터씩" 번진다고 적었고, 논문은 분당 0.2~2센티미터로 적었다. 느린 쪽 값을 하루로 환산하면 약 2.9미터, 빠른 쪽은 약 28.8미터다. 두 표기가 같은 범위를 다른 시간 단위로 적은 것임을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프로즌 플래닛 촬영팀이 브리니클을 처음 영상에 담았다

브리니클이 자라는 장면이 영상으로 남은 것은 2011년이 처음이다. 영국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 제작진이 남극 로스섬 인근 맥머도만의 리틀레이저백섬 앞바다에서, 얼음 아래에 저속촬영 장비를 직접 짜서 설치해 얻은 화면이었다. 당시 BBC 자연사 부문 보도는 촬영자로 휴 밀러와 더그 앤더슨을 지목했다.

현상 자체가 알려진 것은 훨씬 전이다. 극지 해양학에서는 1970년대부터 '얼음 종유석(ice stalactite)'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왔다. 자라는 순간을 영상으로 붙잡기 어려웠던 이유는 단순하다. 얼음 아래 영하의 물속에서 며칠씩 카메라를 지켜야 하고, 어디에서 시작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이미 실험실에서 '얼음 종유석'을 재현하고 흐름 이론으로 설명한 연구가 나와 있었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2024년 실험 논문 역시 자기 장치의 출발점으로 그 계보를 언급한다. 2011년 영상이 보탠 몫은 속도와 규모를 눈으로 확인시킨 데 있다.

실험실에서 만든 브리니클은 남극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실험실 브리니클은 남극의 것보다 훨씬 작고 빠르게 만들어진다. 2024년 실험은 소금(NaCl) 25% 수용액을 얼렸다 녹여 영하 18도쯤의 염수를 만든 뒤, 0도에 가까운 물속으로 초당 0.06~0.2밀리리터씩 흘려 넣는 방식이었다. 몇 분 만에 수 센티미터에서 수십 센티미터짜리 관이 만들어졌다.

차이는 규모만이 아니다. 자연의 브리니클은 얼음판 전체가 천천히 얼면서 스스로 염수를 짜내지만, 실험에서는 사람이 만든 염수를 일정한 속도로 주입한다. 그래서 실험은 관의 형태와 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통제된 조건에서 보여 주고, 자연 관측은 실제 크기와 분포를 알려 준다. 두 자료를 나란히 놓아야 형태와 규모가 함께 잡힌다.

연구자들이 브리니클을 화학정원(chemical garden)과 나란히 놓는 이유도 여기 있다. 화학정원은 금속염이 규산염 용액 속에서 위로 관을 뻗는 실험실 고전인데, 브리니클은 무거운 액체가 아래로 흐르며 관을 만든다. 2013년 랭뮤어(Langmuir)에 실린 카트라이트 연구진의 논문이 브리니클을 '역(逆)화학정원'으로 부른 배경이다.

해저에 닿은 브리니클은 앵커아이스로 퍼진다

해저에 도달한 브리니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닥을 따라 옆으로 얼음을 밀어 낸다. 해저에 들러붙은 이 얼음을 앵커아이스(anchor ice)라 부른다. 널리 인용되는 방송 장면 설명에 따르면, 퍼져 나온 얼음에 불가사리와 성게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저서생물이 갇혔다.

앵커아이스는 남극 연안 생태에서 오래 연구돼 온 요소이기도 하다. 해저에 들러붙은 얼음이 자라다 부력을 이기지 못하고 떠오르면 그 자리에 붙어 있던 생물까지 함께 뜯겨 올라가, 얕은 해저의 생물 분포가 수심에 따라 층을 이루게 된다. 브리니클은 그 얼음이 만들어지는 여러 경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한 가지다.

'죽음의 고드름'이라는 별명은 그 장면에서 나왔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하다. 무거운 염수가 중력을 따라 내려가고 그 둘레의 물이 언다. 브리니클이 '자란다'는 말도 생물의 성장이 아니라 얼음이 붙는 자리가 계속 아래로 옮겨 간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브리니클을 둘러싼 남은 물음

Q. 브리니클을 일반인이 직접 볼 수 있나요?

A. 사실상 어렵습니다. 브리니클은 바다얼음 밑면에서 만들어지므로 얼음을 뚫고 잠수해야 볼 수 있고, 극지 연구기지의 다이빙 허가와 장비가 필요합니다. 일반 관광 일정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어서, 대부분은 연구·촬영 목적의 잠수에서 관측됩니다.

Q. 북극 바다에서도 생기나요?

A. 브리니클은 극지 바다 전반에서 생길 수 있는 현상입니다. 바닷물이 얼면서 염수를 밀어내는 조건이면 극지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어, 연구 문헌도 '극지 바다'로 범위를 잡습니다. 다만 영상으로 널리 알려진 사례가 남극 쪽에 몰려 있습니다.

Q. 잠수부가 브리니클에 닿으면 위험한가요?

A. 얼음관 자체는 두께가 얇아 손으로도 부서집니다. 위험한 쪽은 얼음이 아니라 관 안을 흐르는 영하 20도대의 염수와, 얼음 밑 잠수라는 환경 자체입니다. 극지 다이빙은 별도 훈련과 안전 절차를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Q. 브리니클과 처마 밑 고드름은 무엇이 다른가요?

A. 고드름은 물이 흘러내리며 겉면이 얼어 속이 찬 원뿔이 되지만, 브리니클은 흐르는 염수 둘레가 얼어 속이 빈 관이 됩니다. 만들어지는 장소도 공기 중과 물속으로 다르고, 브리니클은 물속에서 주변보다 무거운 액체가 있어야만 생깁니다.

Q. 브리니클이 생명의 기원 연구와 관련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A. 농도가 다른 두 액체가 만나는 경계에서 저절로 관 구조가 생기고, 그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화학적 기울기가 유지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심해 열수구의 관 구조를 초기 생명의 반응 용기로 보는 가설과 형태가 닮아, 화학정원 연구자들이 함께 다뤄 왔습니다.

Q. 브리니클은 왜 위로는 자라지 않나요?

A. 관을 만드는 염수가 주변 바닷물보다 무겁기 때문입니다. 밀도가 큰 액체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고, 얼음이 붙는 자리도 그 흐름을 따라 아래로만 이동합니다. 같은 원리의 실험실 화학정원에서 가벼운 용액을 쓰면 관이 위로 자랍니다.

브리니클이 남긴 관측 과제

브리니클이 흥미로운 대목은 바다얼음이 소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눈에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바다얼음은 짜지 않은 얼음과 짠 액체로 스스로를 갈라놓고, 갈라낸 액체를 아래로 버린다. 브리니클은 그 배출구가 잠깐 굳어 보이게 된 형태다.

남은 질문도 거기에 있다. 실험은 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주지만, 실제 극지 바다에서 이런 배출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해저 생물 분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관측치가 넉넉하지 않다. 얼음 아래를 오래 지켜본 기록이 드물다는 사정이, 2011년의 그 영상이 아직도 대표 화면으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리니클남극바다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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