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숨은 이야기

모로코 나무 위 염소, 그 사진은 진짜일까?

세계의 생물 · · 약 12분 · 조회 0
수정

🌿 핵심 세 줄

  • 염소가 아르간나무 가지에 올라서는 행동 자체는 실제다. 열매를 먹으려고 스스로 올라간다.
  • 그러나 모로코 국도변에서 관광객이 마주치는 장면은 상당수가 사람이 만든 무대다.
  • 염소는 오랫동안 아르간 숲의 훼방꾼으로 불렸지만, 2017년 보고는 되새김질 도중 씨앗을 뱉어 퍼뜨린다는 정반대 역할을 기록했다.
AI로 재현한 모로코 아르간 나무 위에 올라선 염소들과 곁에 선 목동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아가디르에서 에사우이라로 이어지는 모로코 남서부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잎이 성근 나무 한 그루에 염소 대여섯 마리가 층층이 올라서 있는 구간을 만난다. 관광버스가 속도를 늦추고 창문마다 카메라가 올라간다. 이 사진은 20년 가까이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풍경"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합성이라는 의심도 그만큼 오래 따라다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합성은 아니다. 다만 카메라 프레임 바로 밖에서는 사진과 꽤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염소는 실제로 나무에 오른다

아르간나무(Argania spinosa)에 올라선 염소는 조작된 이미지가 아니다. 모로코 남서부의 반건조 지대에서 염소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가지까지 스스로 올라가 열매를 따 먹는다. 아르간 열매는 겉이 올리브를 닮은 두툼한 과육이고 그 안에 돌처럼 단단한 씨가 들어 있는데, 풀이 모두 말라붙는 늦여름이면 이 과육이 몇 안 되는 먹이가 된다.

염소의 발굽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가 벌어져, 가느다란 가지를 집게처럼 물듯 딛는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아르간나무의 생김새가 더해진다. 이 나무는 줄기가 낮은 높이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가지가 옆으로 구불구불 뻗어, 사실상 나무 전체가 계단에 가깝다. 가시가 빽빽한데도 염소가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지역에서 먹이 경쟁이 얼마나 팍팍한지가 짐작된다.

국도변의 그 나무는 대부분 준비된 무대다

도로변에서 보는 장면의 상당수는 목동이 염소를 올려놓고 팁을 받는 영업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022년 6월 현지에서 취재한 기사에서 기자 에리카 호바트는 마라케시–에사우이라 도로변의 실태를 정리했다. 목동들은 아르간 열매와 곡물로 염소를 유인하고 막대기로 자리를 잡아 주며, 어떤 이는 아예 염소를 안아 올려 가지에 얹는다. 뛰어내리면 다시 올려놓기를 반복한다. 관광객이 안고 사진을 찍기 좋도록 새끼 염소를 줄기에 묶어 두기도 한다. 현지 가이드 무함마드 엘아므라니는 이를 두고 염소가 "볼거리로 훈련된 것"이라고 말했고, 한 목동은 훈련에 최대 여섯 달이 걸린다고 전했다.

차량 한 대가 내는 팁은 10디르함(약 1달러)에서 10달러 남짓이다. 같은 기사에서 한 목동은 형편이 좋을 때 하루 20달러쯤을 벌었지만 요즘은 멈춰 서는 차가 하루 세 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염소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다.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의 리즈 카브레라 홀츠는 먹이도 물도 그늘도 없이 가지 위에 세워 두는 것을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고, 수의사 아드난 엘 아지는 더위 스트레스와 탈수, 낙상 부상 위험을 들었다. 염소들은 관광 차량이 몰리는 늦은 오전부터 오후 중반까지 나무 위에 머문다.

흔히 도는 설명확인해 보면
사진 자체가 합성이다아니다. 열매가 익는 철에 염소가 스스로 오르는 행동은 실제로 관찰된다
도로변 장면은 우연히 마주친 야생의 순간이다상당수는 유인·훈련으로 만든 무대다. 훈련에 최대 6개월이 걸린다는 목동 증언이 있다
잠깐 서 있는 것이니 염소에게 해될 게 없다물·그늘 없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머문다. 수의사는 탈수와 낙상 위험을 지적한다
염소는 아르간 숲을 망치기만 한다어린나무를 뜯어 재생을 막는 것은 사실이지만, 씨앗을 옮기는 역할도 함께 한다

되새김질하다 뱉은 씨앗의 71.5%가 살아 있었다

델리베스 연구팀이 되새김질 도중 뱉어진 아르간 씨앗을 검사하자 71.5%가 발아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염소가 큰 씨앗을 삼켜 배설하는 것이 아니라 되새김질(반추, 삼킨 먹이를 되올려 다시 씹는 일) 단계에서 뱉어 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스페인 도냐나 생물학연구소의 미겔 델리베스, 이레네 카스타녜다, 호세 M. 페드리아니는 2017년 학술지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15권 4호 222~223쪽)에 이 관찰을 실었고, 모로코 목동들의 증언도 같은 내용이었다. 학회인 미국생태학회(ESA)는 이 내용을 공식 블로그에 요약해 공개했다.

🌱 왜 뱉는 것이 중요한가  씨앗을 삼켜 배설하는 종자 산포(씨앗이 어미나무에서 멀리 퍼지는 일)는 흔하지만, 되새김질 단계에서 뱉어 내는 경로는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이 다른 반추동물에게도 널리 퍼져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연간 강수량이 300mm 안팎인 땅에서, 나무 밑에 그대로 떨어지지 않고 몇십 미터라도 옮겨진 씨앗 하나의 값어치는 작지 않다.

같은 염소가 어린나무도 먹는다

페드리아니는 씨앗을 옮기는 그 염소가 어린나무의 싹과 잎도 함께 먹어 치운다고 경고한다. 위 연구의 공저자이기도 한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취재에서, 특히 가뭄이 길어질 때 염소의 방목이 아르간나무의 세대교체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씨앗이 옮겨져도 싹이 자라지 못하면 숲은 늙어 갈 뿐이다.

모로코의 아르간 숲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약 140만 헥타르에서 82만 헥타르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도시 확장과 농지 전환, 기후변화, 과도한 방목이 함께 지목되는데, 자료마다 감소 폭과 기준 연도가 조금씩 달라 한 숫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방향이 줄어드는 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모로코 정부는 2009년 오아시스·아르간지역개발청(ANDZOA)을 세워 조림과 숲 복원에 나섰고, 녹색기후기금과 함께 아르간 과수원을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왜 하필 나무 위 염소가 상품이 됐을까

아르간나무가 모로코에서 특별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열매 씨에서 짜는 아르간 오일은 화장품과 식용유로 팔리며, 이 지역 여성 협동조합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국제기구의 인증도 차곡차곡 쌓였다. 유네스코는 1998년 이 일대를 아르가네라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2014년에는 아르간나무를 다루는 전통 지식과 기술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유엔은 2021년 총회에서 매년 5월 10일을 국제 아르간의 날로 선포했는데, 모로코가 낸 결의안에 113개 회원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나무 위 염소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장에 담는 간판 이미지가 됐다. 오일도, 유산 등재도, 관광 홍보물도 결국 같은 나무를 가리킨다. 관광객이 원하는 것이 "그 사진"인 이상, 도로변에서 사진을 만들어 파는 일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기묘한 풍경 뒤의 원인은 초자연이 아니라 대체로 돈과 생계 쪽에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을 어떻게 봐야 할까

나무 위 염소는 진짜이면서 동시에 연출이다. 행동은 실재하고, 도로변의 배치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둘 중 하나만 골라 "가짜다" 또는 "자연 그대로다"라고 말하면 어느 쪽도 정확하지 않다. 조금 더 들어가면 염소는 숲을 갉아먹는 동시에 씨앗을 옮기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 장면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라벨이 잘 안 붙는다는 점이, 이 풍경이 20년째 소비되면서도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일 것이다. 여행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분명하다. 열매 철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목동이 없는 나무를 찾아보는 쪽이, 차를 세우자마자 완성된 사진을 사는 쪽보다 훨씬 재미있다. 여기까지가 2026년 8월 현재 확인되는 범위다. 생태학회 공식 요약과 유엔 공식 페이지, 현지 취재 기사 등 여섯 건을 교차 확인했고, 도로변 연출이 지금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공개된 집계가 없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취재 원문은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에서 볼 수 있다.

궁금해할 만한 다섯 가지

Q. 나무 위 염소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아르간나무가 자생하는 모로코 남서부 일대입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곳은 아가디르에서 에사우이라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변과 마라케시–에사우이라 구간이며, 이 두 도로가 도로변 연출이 집중된 구간이기도 합니다.

Q. 언제 가야 자연스러운 장면을 볼 수 있나요?

A. 열매가 익어 염소가 스스로 나무에 오를 이유가 생기는 여름철이 유리합니다. 관광 차량이 몰리는 늦은 오전~오후 중반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방목지 쪽을 살펴보면 연출이 아닌 장면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사진을 찍으면 돈을 내야 하나요?

A. 도로변에서는 사실상 그렇습니다. 취재 기록에 따르면 차량 한 대당 10디르함(약 1달러)에서 10달러 정도의 팁이 오갑니다. 정해진 요금표는 없고, 새끼 염소를 안고 찍을 때는 별도로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팁을 주는 것이 동물에게 나쁜 일인가요?

A.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는 그렇게 봅니다. 물과 그늘 없이 몇 시간씩 가지 위에 머물게 하는 방식이 탈수와 더위 스트레스, 낙상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오갈수록 그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라는 점이 지적의 핵심입니다.

Q. 아르간 오일은 염소가 배설한 씨로 만든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널리 퍼진 이야기지만 오늘날 유통되는 오일의 일반적인 제조 방식은 아닙니다. 협동조합에서는 사람이 모은 열매의 과육을 벗기고 씨를 깨 알맹이를 짭니다. 염소가 씨를 되새김질하다 뱉는다는 2017년 관찰은 오일 제조가 아니라 씨앗이 퍼지는 경로에 관한 내용입니다.

모로코아르간나무나무 위 염소아르간 오일동물복지

수정
Info
소개문의개인정보처리방침이용약관
Categories
자연현상역사·유적버려진 장소세계의 생물문화·풍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