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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상어 수명 400년? 눈으로 나이를 잰 척추동물 최장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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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그린란드 상어는 눈 수정체 방사성탄소 측정으로 최소 272살이 확인된, 알려진 척추동물 중 최장수 종이다.
  • 흔히 인용되는 '400살'은 확정된 값이 아니라 오차 ±120년이 붙은 추정치다.
  • 시속 1km 남짓으로 헤엄치면서 물범을 먹고, 대부분 눈이 거의 멀었으며, 150살은 되어야 새끼를 낳는다.
심해를 헤엄치는 상어
이미지: Photo by GURYAN on Pexels

2016년,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혼획된 몸길이 502cm짜리 암컷 상어 한 마리의 나이가 학술지에 보고됐다. 추정 392살. 계산대로라면 이 상어가 북극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한 때는 조선에 인조가 즉위하던 1620년대 무렵이다.

그런데 이 '400살 상어' 이야기에는 기사들이 거의 항상 빠뜨리는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그 단서를 알고 나면 이 동물은 오히려 더 기묘해진다.

나이를 어떻게 셌을까? 눈 속에 남은 타임캡슐

상어의 몸은 뼈가 아니라 연골이다. 나이테나 이석(耳石)처럼 해마다 층이 쌓이는 단단한 조직이 없어, 오래도록 나이를 셀 방법 자체가 없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율리우스 닐센(Julius Nielsen) 연구팀이 201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내놓은 해법은 이었다. 상어 눈 수정체의 한가운데 핵은 태아기에 만들어진 뒤 평생 대사 활동을 하지 않는다. 즉 그 안의 단백질은 태어난 순간의 화학적 상태 그대로 박제되어 있다. 연구팀은 혼획된 암컷 28마리의 수정체 핵을 꺼내 방사성탄소(탄소-14)를 측정했다.

기준선은 뜻밖에도 냉전이었다. 1950~60년대 대기권 핵실험으로 지구의 탄소-14 농도가 급등한 '봄 펄스(bomb pulse)' 흔적이 바닷속 생물에도 새겨졌기 때문이다. 수정체에 이 표지가 있으면 핵실험 이후 출생, 없으면 그 이전 출생이다.

'400살'은 사실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여러 자료를 대조해 보면, 대중매체가 상수처럼 인용하는 400이라는 숫자는 실제 논문의 결론과 미묘하게 다르다.

논문이 단단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최소 272년"이다. 가장 큰 개체의 392살은 오차범위 ±120년이 붙은 중앙값이고, 두 번째로 큰 493cm 개체는 335살로 추정됐다. 그래서 이 종의 수명은 보통 272~512년 사이로 폭넓게 표현된다. '400살'은 그 넓은 구간의 대표선수일 뿐, 확정된 나이가 아니다.

✨ 흥미로운 사실  이 상어는 1년에 약 1cm씩 자란다. 5m짜리 개체가 되려면 산술적으로만 500년 가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항목 기록
확인된 최소 수명272년
최고령 개체 추정392년 (±120년)
성 성숙 시기약 150살 — 측정된 척추동물 중 가장 늦음

왜 이렇게 오래 살까? 2026년에야 열린 유전체

가장 오래된 설명은 '차가워서'다. 이 상어는 수온 영하 1도~4도의 북극 심해에 사는 변온동물이라 대사 속도가 극단적으로 느리다. 느린 대사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도 적게 만든다.

다만 이건 절반의 답이다. 차가운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전부 400년을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최근에야 실마리가 잡혔다. 도쿄대 기노시타 시게하루 교수팀이 2026년 6월 PNAS에 발표한 유전체 해독 결과가 그것이다. 연구팀은 약 59억 염기쌍, 전체의 96.7%를 읽어냈다.

눈에 띄는 발견은 세 가지였다. 첫째, DNA 수선·면역·암 저항과 관련된 유전자 집단이 다른 상어보다 크게 불어나 있었다. 둘째, 철을 저장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 단백질 유전자 FTH1b가 무려 59개 사본으로 늘어나 있었다. 셋째, DNA를 감아 쥐는 히스톤 H1.0 단백질에 아미노산 치환이 일어나, 유전체가 헝클어지는 것을 더 잘 막아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직하게 덧붙이자면 이건 '장수 유전자를 찾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유력한 용의자 명단에 가깝다. 400년을 사는 동물로 실험을 반복해 검증하는 일은, 연구자의 수명이 먼저 끝나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하다.

걷는 속도보다 느린데, 어떻게 물범을 잡아먹나

그린란드 상어의 평균 유영 속도는 시속 1.2km 남짓, 최고 속도도 2.7km/h 정도다. 몸길이 대비 꼬리를 젓는 횟수가 어류 전체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든다. 그런데 잡힌 개체의 위에서는 물범이 나온다. 물범은 이 상어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니, 정면 승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내놓은 유력한 가설은 "자는 물범을 덮친다"는 것이다. 물범은 물속에서도 주기적으로 잠을 자야 하는데, 느리게 접근하는 상어는 물살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대사가 낮아 몸에서 새어 나오는 전기 신호도 미약하다. 다른 포식자라면 켜졌을 경보가 울리지 않는 셈이다. 다만 사냥 장면이 직접 관찰된 사례는 사실상 없어, 이 설명은 여전히 가설로 남아 있다.

눈에 기생충을 달고 사는 상어, 그리고 '빛나는 미끼' 전설

이 종의 상당수는 각막에 Ommatokoita elongata라는 요각류 기생충을 매단 채 살아간다. 이 기생충은 각막 조직을 갉아 궤양과 혼탁을 일으키고, 결국 상어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여기서 널리 퍼진 이야기가 하나 있다. "기생충이 빛을 내 먹이를 유인해 주므로 사실은 서로 돕는 공생 관계"라는 설명이다. 낭만적이지만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상어 기생충학자 조지 벤츠(George Benz)의 연구 이후, 이 요각류가 실제로 발광한다는 근거는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애초에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 시각의 쓸모는 크지 않다. 후각과 전기수용 감각에 기대는 이 상어에게 실명은 치명적 결함이라기보다 감당 가능한 손실에 가깝다.

🥶 먹으면 취한다  이 상어의 살에는 심해의 수압과 저온에서 단백질을 지키는 삼투질 TMAO와 요소가 가득하다. 갓 잡은 살을 먹으면 구토·방향감각 상실 등 만취와 비슷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6~9개월간 발효·건조해 이 성분을 빼낸 뒤에야 '하칼(hákarl)'로 먹는다.

400년을 버텼지만, 인간의 한 세대는 버티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 상어를 위태롭게 만든 것은 장수 그 자체다. 150살에야 번식을 시작하는 종은 개체수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에 수백 년이 걸린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20년 이 종을 취약(Vulnerable)으로 상향 지정했다. 지난 420년간 개체군이 약 6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북서대서양·북극해·바렌츠해에서 저층 트롤과 주낙에 연간 약 3,500마리가 혼획된다.

변화도 있었다. 북서대서양수산기구(NAFO)는 2022년 9월, 공해상에서 그린란드 상어를 배에 실어 오는 행위를 금지하는 첫 보호 조치를 채택했다. 과학위원회가 2018년부터 권고해 온 사안이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그물에서 풀려난 개체가 실제로 얼마나 살아남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이 상어가 어디서 몇 마리가 어떻게 새끼를 낳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인조 임금 시절에 태어난 개체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바다에서, 우리는 그 종에 대해 이제 겨우 나이 세는 법을 배운 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린란드 상어는 정말 400년을 사나요?

A. 측정으로 확인된 값은 '최소 272년'이고, 400년은 오차 ±120년이 붙은 추정치입니다. 학계는 보통 272~512년 범위로 표현합니다.

Q. 뼈도 없는 상어의 나이를 어떻게 측정했나요?

A. 평생 바뀌지 않는 눈 수정체 중심부의 방사성탄소를 측정하고, 냉전기 핵실험으로 생긴 탄소-14 급등('봄 펄스')을 기준선 삼아 출생 시점을 역산했습니다.

Q. 그렇게 느린데 어떻게 물범을 잡아먹나요?

A. 물속에서 잠든 물범을 덮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물살도 전기 신호도 거의 내지 않아 물범이 깨지 않는다는 설명이며, 사체를 먹는 습성도 함께 작용합니다.

Q. 눈에 붙은 기생충이 빛을 내 먹이를 유인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널리 퍼진 이야기지만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요각류가 실제로 발광한다는 근거는 지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력을 거의 잃는 것은 사실입니다.

Q. 멸종 위기인가요?

A. IUCN이 2020년 취약(Vulnerable)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연간 약 3,500마리가 혼획되며, 150살에야 번식해 회복이 매우 느립니다. 2022년 북서대서양수산기구가 공해상 반입 금지 조치를 채택했습니다.

그린란드 상어척추동물 최장수동물 수명심해 생물하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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