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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초아칸 오야멜 숲을 찾아낸 제왕나비의 4세대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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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론 — 제왕나비의 남행은 더듬이 속 시계가 보정하는 태양 나침반이 이끌고, 구름이 해를 가리면 380~420nm 빛에 기대는 자기 나침반이 대신한다. 2025년 8월 실험은 그 자기 신호가 방향만 알려줄 뿐 목적지 도착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쪽을 가리켰다.

AI로 재현한 멕시코 오야멜 전나무 숲에 무리 지어 앉은 제왕나비 떼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멕시코 미초아칸주 산악지대의 오야멜 전나무 숲에서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나뭇가지가 통째로 주황빛으로 덮인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겹겹이 매달린 것은 잎이 아니라 제왕나비(Danaus plexippus) 수만 마리다. 그런데 그해 도착한 나비 가운데 이 비탈에 와 본 개체는 한 마리도 없다. 지난겨울 같은 자리에 매달려 있던 나비들의 증손자뻘이고, 그사이 북미 대륙에서는 세 번의 세대교체가 지나갔다.

부모에게 길을 배울 수 없고, 지형을 기억할 수도 없는 곤충이 매년 같은 산비탈로 모인다. 이 항법을 지탱하는 장치가 무엇인지는 지난 20년 사이 신경생물학 실험으로 조금씩 분해됐고, 가장 최근 조각은 2025년 여름에 나왔다.

제왕나비의 태양 나침반을 돌리는 시계는 뇌가 아니라 더듬이에 있다

가을 제왕나비가 남쪽을 유지하는 1차 장치는 태양의 위치를 하루 시각으로 보정해 읽는 '시간 보정 태양 나침반'이고, 그 시각을 재는 생체시계는 뇌가 아니라 더듬이 안에 들어 있다. 태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기 때문에, 해의 방향만 그대로 따라가면 하루가 갈수록 진로가 크게 틀어진다.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아는 시계가 함께 돌아야 같은 방위를 유지할 수 있다.

크리스틴 멀린과 로버트 게기어, 스티븐 레퍼트가 2009년 9월 사이언스에 낸 논문(325권 5948호, DOI 10.1126/science.1176221)이 이 시계의 위치를 바꿔 놓았다. 시간 보정을 담당하는 일주기 시계(하루 주기로 도는 체내 리듬 장치)가 뇌에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가정이었지만, 직접 검증된 적은 없었다.

✳️ 실험이 갈린 지점  더듬이를 떼어낸 나비는 시간 보정된 방향 유지 능력을 잃었다. 더듬이를 남기되 검은 에나멜을 칠해 빛을 차단하자 시계의 위상이 흐트러지면서 진로가 어긋났고, 투명 페인트를 칠한 대조군은 정상적으로 남쪽을 유지했다. 칠의 무게가 아니라 빛이 변수였다는 뜻이다.

흐린 날 제왕나비가 켜는 예비 나침반은 자기장의 기울기를 읽는다

해가 구름에 가려 방향 단서가 사라지면 제왕나비는 지구 자기장의 기울기(복각)를 읽는 경사 자기 나침반으로 갈아탄다. 패트릭 게라와 로버트 게기어, 스티븐 레퍼트가 201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5권 4164번(DOI 10.1038/ncomms5164)에 발표한 비행 시뮬레이터 실험이 이 예비 장치를 확인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나침반이 빛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자외선A와 청색광 영역인 380~420nm 파장이 있어야 작동했고, 420nm를 넘는 긴 파장만 남기자 방향성을 갖춘 비행이 뚜렷하게 줄었다. 자석처럼 늘 켜져 있는 장치가 아니라, 특정 파장의 빛이 들어와야 회로가 켜지는 구조에 가깝다.

2025년 플로스 원 실험은 자기 신호가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쪽을 가리켰다

자기 나침반은 방향을 잡아 줄 뿐 위치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2025년 8월 13일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사무엘 시블리무어·스티븐 매터·패트릭 게라)은 월동지보다 남쪽, 월동지 현지, 월동지보다 북쪽에 해당하는 자기장 조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가을 개체를 넣었다.

세 조건 모두에서 나비들은 적도 방향을 계속 고집했다. 월동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자기장으로 알아차린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조건에서 확인된 자기 정보의 역할은 진행 방향을 잡아 주는 데까지였고, 도착 판단은 다른 단서의 몫으로 남았다.

추위 24일이 제왕나비의 진행 방향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되돌렸다

같은 연구에서 월동지의 겨울과 비슷한 낮 11℃·밤 4℃ 조건에 24일을 두자, 남쪽을 향하던 개체들의 평균 진로가 극지 방향, 즉 북쪽으로 유의하게 뒤집혔다. 가을 조건인 낮 21℃·밤 12℃로 유지한 대조군에서는 방향 변화가 없었다.

봄이 되면 월동을 마친 개체가 북상을 시작한다는 사실 자체는 오래전부터 관찰돼 왔다. 다만 그 전환의 방아쇠가 무엇인지는 비어 있었다. 연구를 이끈 패트릭 게라는 2025년 8월 피즈오알지(Phys.org) 보도에서 추위가 봄 재이주 개체의 북향 비행을 촉발한다는 이 발견이 제왕나비 이동의 오랜 수수께끼 하나를 푼다고 밝혔다.

✳️ 왕복하는 유일한 나비  제왕나비는 두 방향 모두를 여러 세대에 걸쳐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나비다. 모나크 조인트 벤처는 편도 이동 거리를 최장 3,000마일(약 4,800km) 규모로, 이동기 하루 비행 거리를 대략 25~30마일(약 40~48km)로 소개한다. 출발 지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총거리는 4,000km 안팎에서 5,000km까지 폭이 벌어진다.

제왕나비 4세대 릴레이에서 마지막 세대만 여덟 달을 산다

여름 세대가 2~5주를 사는 사이 늦여름에 나온 마지막 세대만 6~9개월을 산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이어지는 세대는 짧게 살며 번식하고 조금씩 북쪽으로 분포를 밀어 올린다. 반면 미국 동부 기준으로 8월 중순 이후에 날개를 편 세대는 짧아진 낮과 떨어지는 기온에 반응해 생식휴면(생식기관의 성숙을 일시 정지시키는 상태)에 들어가고, 번식에 쓸 에너지를 아껴 겨울을 난다.

여름 세대봄~한여름 · 2~5주 · 번식하며 북쪽으로 릴레이
이주 세대늦여름 출현 · 6~9개월 · 생식휴면 상태로 남하해 월동
봄 재이주2~3월 · 같은 개체가 북상 · 미국 남부에서 첫 산란 후 세대 교체

남행 구간 전체를 한 몸이 담당하고, 북상 구간은 여러 세대가 나눠 맡는 구조다. 앞의 실험 결과를 여기에 겹쳐 보면 온도의 역할이 선명해진다. 남행을 이끄는 나침반은 태양과 자기장이 잡아 주고, 봄에 그 나침반을 반대로 돌려세우는 신호가 월동지의 추위였던 셈이다.

제왕나비 월동 면적 2.93헥타르를 두고 해석은 갈린다

2025년 12월 조사에서 월동 나비가 덮은 숲 면적은 2.93헥타르로, 1년 전 같은 시기의 1.79헥타르보다 64% 늘었다. 제왕나비 개체수는 마릿수가 아니라 이 면적으로 집계된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멕시코 국립자연보호구역위원회(CONANP)가 2026년 3월 17일 공개한 수치이며, 최근 10년 평균 2.81헥타르를 조금 웃돈다.

월동 면적을 개체군 전체의 안부로 읽어도 되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마이클 크로슬리와 앤드루 데이비스 등이 2022년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낸 분석은 1993~2018년 북미나비협회(NABA) 시민과학 관측 13만5,000여 건, 403개 지점을 모아 번식기 상대 풍부도가 연평균 1.36%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북동부에서 감소, 남동부에서 증가처럼 방향이 갈렸다.

크로슬리 팀의 해석에는 반론이 붙었다. 매슈 포리스터는 2022년 사이언스데일리 보도에서, 한 해에 한 번 세는 조사 지점만으로는 여러 세대를 거치는 종의 전체 그림을 잡을 수 없고 월동지 수치가 낮다는 우려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름의 번식 성적과 겨울의 생존은 다른 질문이라는 얘기다.

제왕나비 월동지와 나침반에 대한 물음

Q. 월동지를 직접 볼 수 있나요?

A. 미초아칸주와 멕시코주에 걸친 제왕나비 생물권보호구역의 엘로살리오, 시에라친쿠아 등 일부 군락지가 관람객에게 개방됩니다. 개방 기간은 대체로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로 알려져 있으며, 해마다 나비 도착 시점에 따라 조정되므로 방문 전 보호구역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한국에서도 제왕나비를 볼 수 있나요?

A. 이 글에서 다룬 제왕나비는 북미에 사는 종이라 한국에는 자연 분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와이, 호주, 이베리아반도 일부처럼 이 종이 정착한 지역이 따로 있고, 그런 곳의 개체군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이동을 하지 않습니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이동은 북미 개체군에서 두드러지는 행동으로 설명됩니다.

Q. 태양 나침반과 자기 나침반 중 어느 쪽이 주 장치인가요?

A. 가을 이동에서는 태양 나침반이 1차 장치이고, 자기 나침반은 햇빛 단서가 없을 때 방향을 유지하게 해 주는 예비 장치로 설명됩니다. 두 장치 모두 빛과 연결돼 있어서, 태양 쪽은 더듬이의 시계가 시각을 대고 자기 쪽은 380~420nm 파장이 있어야 작동합니다.

Q. 나비 한 마리가 왕복 전체를 나나요?

A. 남쪽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늦여름에 나온 한 세대가 담당하고, 봄에 북상하는 구간은 그 개체가 시작해 자손 세대가 이어받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멕시코에 도착하는 나비는 그 숲을 처음 보는 개체이고, 이듬해 여름 북쪽 끝에 도착하는 나비는 그 개체의 자손입니다.

따뜻해진 겨울은 제왕나비의 귀환 신호를 지울 수 있다

추위가 봄 북상의 방아쇠라면, 월동지 기온이 올라가는 일은 서식지 면적이나 먹이식물 문제와는 결이 다른 위험이 된다. 숲이 그대로 남아 있어도 나침반을 되돌릴 신호가 약해지면 북상 시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야멜 숲의 겨울 기온은 벌목과 기후 변화 양쪽에 노출돼 있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은 2026년 8월에 확인한 것으로, 항법 쪽은 사이언스(2009)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2014), 플로스 원(2025) 논문을, 개체군 쪽은 WWF·CONANP 조사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2022) 분석을 나란히 놓고 대조했다. 다만 추위가 진로를 되돌린다는 결과는 통제된 실내 조건에서 얻은 것이라, 야외 개체군에서 같은 강도로 작동하는지는 아직 열려 있는 부분이다.

실험실에서 밝혀진 것은 결국 나침반의 부품 목록이다. 더듬이 속 시계, 특정 파장에 반응하는 자기 수용, 그리고 방향을 되돌리는 온도 스위치. 세 부품이 세대를 건너는 릴레이 위에서 맞물린 덕분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숲의 좌표가 매년 다시 찾아진다.

제왕나비동물 이동오야멜 숲자기 나침반생식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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