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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알레포에서 온 첫 인출 요청

· 역사·유적 · · 약 12분 · 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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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산속에 봉인된 '씨앗 금고'가 실제로 열린 적이 있을까?

있다.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으로 알레포 유전자은행을 잃은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이카르다)가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맡겨 둔 씨앗 표본 38,073점을 되찾아 갔다.

'지구 멸망 대비'라는 별명과 달리 그 문을 연 것은 재난 자체가 아니라 근거지를 옮겨야 했던 연구기관의 요청이었고, 꺼낸 씨앗은 레바논·모로코에서 다시 길러져 2017년부터 저장고로 돌아왔다.

2026년 8월에 확인한 내용이다. 인출·재기탁 수치는 노르웨이 농림식품부가 운영하는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의 2017년·2019년 공지에 실린 값이고, 현재 보관량은 크롭트러스트가 2026년 6월 17일 발표한 수치다. 운영기관 노르드젠의 FAQ는 보관량을 아직 130만 점대로 적어 두고 있어 더 최근 발표 쪽을 택했다.

38,073. 2015년 9월 북극권의 한 산속 저장고에서 밖으로 나온 씨앗 표본의 수다. 그 문을 연 쪽은 시리아 알레포에 본부를 두고 있던 농업 연구기관 한 곳이었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2008년 2월 26일 문을 열었다. 크롭트러스트는 2026년 6월의 기탁을 개장 이후 70번째 개봉으로 셌는데, 그 개봉의 대부분은 씨앗을 들여놓기 위한 것이었다. 밖으로 꺼낸 기록은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한 기관의 요청뿐이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왜 씨앗을 산속 깊이 얼려 둘까

씨앗의 대사 활동을 최대한 늦춰 발아력을 수백 년 단위로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저장고를 운영하는 노르드젠은 잘 건조해 진공 포장한 장수 종의 씨앗이라면 영하 18도에서 수 세기 동안 발아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장고 자체가 냉동고 안의 냉동고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 소개에 따르면 씨앗을 두는 보관 구역은 산 안쪽으로 100미터 넘게 들어간 자리에 있고, 그 위를 두께 40~60미터의 암반이 덮고 있다. 기계식 냉각이 온도를 영하 18도까지 내리지만, 주변 영구동토(연중 얼어 있는 땅)가 이미 차갑기 때문에 냉각에 드는 전력이 적게 든다.

암반과 영구동토를 겹쳐 놓은 구조가 노리는 것은 정전 대비다. 크롭트러스트는 기계 설비가 멈춰도 영구동토가 자연 냉동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 조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저장고 쪽도 상수로 두지 않았다. 노르드젠은 눈 녹는 철마다 진입 터널에서 되풀이된 소규모 누수를 개선 사업의 이유로 적고 있다.

개선 사업의 규모는 자료마다 표기가 다르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는 2018년 2월 1억 노르웨이 크로네 규모의 착수 예산 제안을 알렸고, 노르드젠 FAQ는 실제 이뤄진 개선을 2,000만 유로로 적는다. 앞은 제안 단계의 예산이고 뒤는 완료된 사업의 규모다.

AI로 재현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입구와 눈 덮인 북극 산비탈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알레포를 떠난 이카르다가 2015년 9월 38,073점을 되찾아 갔다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ICARDA·이카르다)는 시리아 내전으로 알레포 본부의 유전자은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2015년 9월 스발바르에 맡겨 둔 복본 가운데 38,073점을 꺼냈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의 2017년 10월 공지는 이 표본들이 레바논과 모로코에 무사히 도착해 그해 11월 이미 파종됐다고 적었다.

꺼낸 것은 밀·보리 같은 곡물과 콩과 작물, 목초 종자였다. 건조하고 더운 땅에서 견디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골라진 계통들이라, 알레포에서 사라지면 같은 구성을 다시 모으기 어려운 자원이었다. 이카르다는 레바논과 모로코에 새 유전자은행 거점을 세우며 이 씨앗을 종잣돈으로 삼았다.

이카르다의 인출에는 되돌려 놓는 절차가 따라붙었다. 같은 공지에 따르면 이카르다는 옮겨 간 곳에서 씨앗을 다시 길러 2017년 2월과 9월에 2만 점 넘는 표본을 스발바르에 재기탁했다. 2019년 9월 공지에는 2017년 이후 재기탁된 표본이 42,729점으로 늘었다고 적혀 있다.

2019년 9월 공지에는 이카르다 유전자은행장 아메드 암리의 이름이 함께 실려 있고, 그해 8월 인출한 36상자가 모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이카르다 측 보고가 인용돼 있다. 저장고와 이카르다 사이를 오간 씨앗의 흐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시점 오간 씨앗
2015년 9월개장 이후 첫 인출 — 38,073점이 레바논과 모로코로
2017년 2월·9월옮겨 간 곳에서 증식한 씨앗 2만 점 이상을 재기탁
2017년두 번째 인출 — 그해 가을 파종·증식용 54,354점
2019년 8월세 번째 인출 36상자 — 밀·보리 31상자는 모로코, 클로버·완두·목초 5상자는 레바논
2019년 9월2017년 이후 누적 재기탁 42,729점, 약 2만 점은 아직 재기탁 대기

스발바르에 맡긴 씨앗은 끝까지 누구의 것으로 남을까

스발바르에 맡긴 씨앗은 끝까지 기탁 기관의 것으로 남는다. 노르드젠과 크롭트러스트는 저장고가 '블랙박스'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상자를 열 수 있는 것은 그 상자를 맡긴 기탁자뿐이고, 씨앗을 맡겨도 법적 소유권은 노르웨이 쪽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블랙박스 규칙이 이카르다의 인출을 가능하게 했다. 알레포의 유전자은행이 멈춘 뒤에도 스발바르의 상자는 여전히 이카르다의 것이었고, 그래서 문을 여는 조건은 기탁자의 요청 하나였다.

기탁자 우선 원칙은 저장고의 성격도 규정한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는 스스로를 세계 각국 유전자은행과 나라가 참여하는 공동 노력의 일부로 소개하며, 종자 복본을 무료로 안전하게 장기 보관한다고 밝힌다. 각지 유전자은행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의 사본을 맡아 두는 백업 시설이라는 뜻이다.

2026년 6월 스발바르 저장고의 씨앗은 1,401,285점이 됐다

크롭트러스트가 2026년 6월 17일 발표한 집계에서 저장고 보관량은 1,401,285점으로 확인됐다(발표문 제목은 이를 '140만 점 돌파'로 줄여 적었다). 그날의 기탁은 2008년 개장 이후 70번째 개봉이었고, 11개 유전자은행이 15,387점을 새로 맡겼다.

기탁국 명단에는 수단·네덜란드·부르키나파소·브라질·모로코·폴란드·니제르·영국·한국·미국·대만이 올랐다. 노르드젠 사무총장 레네 크뢸 안데르센은 같은 발표에서 저장고가 지키는 표본이 140만 점을 넘어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2026년 2월의 기탁에도 처음 보는 이름이 있었다. 폴라 저널이 전한 바로는 2026년 2월 25일 열 곳의 기탁자가 7,864점을 맡겼고, 과테말라와 니제르가 처음 참여했으며 올리브 씨앗이 저장고 역사상 처음 들어왔다.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의 알바로 톨레도 사무차장은 2026년 6월 크롭트러스트 발표에서,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의 첫 기탁을 지역 농가와 함께 지켜 온 다양성이 전 지구적 체계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했다.

저장고를 부르는 별명은 종말과 재난 쪽에 기울어 있지만, 실제로 문이 열린 기록은 훨씬 사무적이다. 유전자은행 한 곳이 근거지를 옮겨야 했고, 맡겨 둔 복본을 되찾았고, 다시 길러 돌려놓았다. 70번의 개봉 가운데 압도적 다수는 씨앗을 들여놓는 쪽이었다.

스발바르 저장고에 남는 질문도 있다. 저장고가 기대는 영구동토는 북극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조건이고, 2018년의 개선 사업도 진입 터널의 누수에서 출발했다. 씨앗을 수 세기 보관한다는 설계가 얼마나 여유를 갖는지는 저장고 안이 아니라 바깥 조건에도 달려 있다. 다음에 이 저장고 소식을 보게 된다면 몇 점이 들어갔는지보다 무엇이 처음 들어왔는지를 먼저 찾아보길 권한다.

스발바르 종자저장고를 두고 가장 헷갈리는 대목은 어디일까?

Q.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안에 일반 방문객도 들어가 볼 수 있나요?

A. 들어갈 수 없습니다. 노르드젠이 운영하는 종자저장고 데이터베이스의 FAQ는 보안 강화 조치에 따라 언론을 포함해 허가받은 인력 외에는 누구도 저장고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산비탈 밖으로 드러난 콘크리트 입구 구조물은 바깥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씨앗 표본 한 개에는 몇 알이 들어 있나요?

A. 평균 500알 정도입니다. 노르드젠이 운영하는 저장고 데이터베이스의 FAQ는 표본 하나에 평균 500알이 담긴다고 적고 있습니다. 표본은 밀봉한 은박 봉지에 담겨 상자 단위로 보관됩니다.

Q. 저장고에 아직 자리가 남아 있나요?

A. 많이 남아 있습니다. 노르드젠은 저장고의 최대 용량을 450만 표본으로 적고 있고, 2026년 6월 기준 보관량은 1,401,285점입니다. 채워진 자리는 아직 3분의 1에 이르지 않습니다.

Q. 한국도 스발바르에 씨앗을 맡겼나요?

A. 맡겼습니다. 크롭트러스트가 2026년 6월 17일 발표한 기탁국 명단에 한국이 들어 있습니다. 그날은 11개 유전자은행이 15,387점을 맡긴 날이었습니다.

Q. 이카르다 말고 다른 기관이 씨앗을 꺼낸 적도 있나요?

A.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없습니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가 공지한 인출은 2015년, 2017년, 2019년 모두 이카르다의 요청이었습니다. 다만 저장고가 모든 인출을 공지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Q. 개인도 씨앗을 맡길 수 있나요?

A. 기탁 주체는 기관입니다. 종자저장고 공식 사이트는 세계 각국 유전자은행과 나라가 참여하는 공동 노력의 일부로 종자 복본을 무료로 장기 보관한다고 설명합니다. 개인 기탁에 관한 안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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