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조종하는 곰팡이는 개미의 뇌를 점령했을까?
감염된 개미 8마리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 2017년 실험에서, 균 세포는 뇌 바깥을 빽빽하게 감쌌지만 뇌 조직 안쪽에서는 한 개도 관찰되지 않았다.
균이 파고든 것은 몸 곳곳의 근육 섬유였고, 감염된 개미 몸에서 균 조직이 차지한 비율은 중앙값 10.06%였다.
취재와 수치 확인 시점은 2026년 9월이다. 태국 현장 관찰은 BMC Ecology 2011년 논문, 뇌 침입 여부는 PNAS 2017년 논문, 화석 증거는 Biology Letters 2010년 논문을 각각 원문에서 대조했다. 다만 균이 개미의 행동을 바꿀 때 실제로 어떤 물질이 오가는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아 이 글에서도 그대로 열어 두었다.
열대우림 바닥 가까이에서 잎을 문 채 굳어 있는 개미를 두고, 곰팡이가 뇌를 파고들어 조종간을 잡았다는 설명이 오래 따라다녔다. 그 그림은 2017년 3차원 재구성 결과와 맞지 않는다. 머리 안은 균 세포로 가득 찼고, 뇌 조직 안쪽은 비어 있었다.
오피오코르디셉스가 장악한 것은 머리 안의 근육 다발
오피오코르디셉스 우닐라테랄리스(Ophiocordyceps unilateralis)는 뇌를 침범하지 않고 근육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숙주를 붙잡는다. 프레데릭센 연구진이 201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연구는 감염된 왕개미 Camponotus castaneus를 얇게 잘라 3차원으로 쌓아 올린 뒤, 딥러닝 모델로 균 세포를 자동 식별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세었다. 비교 대상은 행동을 바꾸는 특이 병원체에 감염된 개체 8마리, 행동을 바꾸지 않는 일반 병원체에 감염된 개체 8마리, 감염되지 않은 대조 개체 3마리였다.
결과는 뚜렷했다. 균 조직은 뇌 겉면에 몰려 있었고 뇌 내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다리와 머리, 몸통의 근육 섬유 사이를 파고들었으며, 감염 개체에서 균 조직이 차지한 부피 비율은 중앙값 10.06%로, 개미를 조종하지 않는 일반 병원성 곰팡이 Beauveria bassiana의 2.09%보다 약 다섯 배 높았다. 균과 숙주가 맞닿아 있던 자리는 근육 층이었다.
왜 하필 땅 위 25센티미터인가 — 캄포노투스 개미가 멈추는 자리
감염된 개미가 멈추는 높이가 지면에서 약 25센티미터인 것은, 그 지점이 곰팡이가 자라기에 가장 알맞은 조건을 갖춘 층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휴스 연구진이 태국 남부 트랑의 열대우림에서 관찰한 2011년 BMC Ecology 논문은 캄포노투스 레오나르디(Camponotus leonardi)가 나무 위 둥지를 떠나 임하층까지 내려온 뒤 그 높이에서 잎맥을 문다고 기록했다.
높이만 특이한 것이 아니다. 개미가 매달린 잎은 북북서(NNW) 쪽을 향한 것들에 몰려 있었는데, 무엇이 이 방향을 만드는지는 논문도 설명하지 못한 채 남겨 두었다. 무는 위치도 일정했다. 관찰된 개체의 98%가 잎 뒷면의 1차 또는 2차 주맥에 턱을 박았다. 두꺼운 잎맥은 개미 머리에서 자실체가 솟아오를 때까지 시신을 지탱해 준다. 조건이 맞는 층이 좁다 보니 사체는 숲 전체에 흩어지지 않고 특정 구역에 몰리며, 연구진은 이렇게 시신이 모인 자리를 '무덤(graveyard)'이라 불렀다.
죽음의 깨물기는 왜 정오에 몰릴까 — 오피오코르디셉스의 시계
깨물기가 태양 남중 무렵에 몰린다는 것은 현장에서 관찰된 사실이고, 그 시각을 무엇이 정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논문은 감염 개미 21마리의 최후 행동을 따라가고 그중 16마리가 무는 순간을 직접 보았는데, 방향 없이 헤매던 걸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고 턱이 잎맥에 박히는 전환이 태양 남중 무렵에 동기화돼 있었다.
깨문 뒤에도 시간은 남아 있다. 개미는 턱을 박은 뒤 최대 여섯 시간까지 살아 있었다. 그 사이 개미는 경련을 반복하며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되풀이해 나무 위 둥지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루 중 어느 시각에 어떤 신호가 이 전환을 당기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고, 곰팡이가 시계를 어떻게 읽는지도 마찬가지다.
캄포노투스 개미의 턱 근육 위축과 경합하는 설명들
한 번 박힌 턱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근육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미 머리 10개를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큰턱을 여닫는 근육에서 근절의 경계인 z-선이 끊어져 있었고 근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밀도도 건강한 개체보다 뚜렷하게 낮았다(p<0.0001). 근육이 수축한 채로 굳어 일종의 잠금장치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걸음과 깨물기를 지휘하는 주체는 무엇일까. 2017년 재구성 실험은 세 가지 설명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각각에 붙는 관측을 갈라 놓았다.
| 설명 | 핵심 주장 | 2017년 재구성에서 확인된 것 |
|---|---|---|
| 뇌 직접 침입 | 균이 뇌 조직 안으로 들어가 신경을 건드린다 | 뇌 바깥에는 균 세포가 몰렸으나 뇌 안쪽에서는 관찰되지 않음 |
| 근육 직접 접촉 | 균사가 근섬유에 닿아 수축을 바꾼다 | 감염 개미 8마리 중 5마리에서 균사가 근섬유 막을 통과 |
| 연결망 협응 | 흩어진 균 세포가 서로 이어져 한 몸처럼 작동한다 | 균사체 1,014개 중 59%가 다른 균사체와 최소 한 곳에서 연결 |
세 설명이 서로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첫 번째 칸이 비면서, 남은 두 축을 잇는 신호물질을 찾는 쪽으로 연구의 무게가 옮겨 갔다. 해당 논문 전문에서 균사체 연결망의 3차원 지도를 직접 볼 수 있다.
메셀 화석에 남은 4,800만 년 전의 같은 자국
개미와 곰팡이의 관계는 최소 4,800만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독일 헤센주 메셀 피트(그루베 메셀)에서 나온 화석 잎 표본 SM.B.Me 10167에는 개미가 잎맥을 문 자국 29개가 2차맥 11개에 몰려 남아 있었고, 그 형태가 오늘날 태국 숲에서 발견되는 자국과 사실상 구분되지 않았다.
퇴적층 아래 현무암 조각의 방사성 연대 측정값은 47.8±0.2백만 년으로, 시신세 중기에 해당한다. 화석에 남는 것은 대개 몸의 형태인데, 이 잎은 몸이 아니라 행동이 화석으로 남은 드문 사례다. 기생체가 숙주의 행동을 바꾸는 일이 최근에 생긴 일이 아님을 보여 주는 물증이기도 하다.
자국이 남는 원리 자체는 단순하다. 개미가 잎맥을 물면 그 자리에 조직 반응이 흉터로 남고, 잎이 퇴적층에 눌리면 흉터의 배열이 그대로 굳는다. 메셀 피트는 잎맥 하나까지 형태가 살아남는 보존 상태로 유명한 화석 산지이며, 그 덕분에 자국이 놓인 자리와 방향을 오늘날 태국 숲의 잎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었다.
오피오코르디셉스 연구가 아직 닫지 못한 질문
이름 하나에 여러 종이 숨어 있다는 점도 최근에야 정리됐다. 에번스·엘리엇·휴스 연구진은 2011년 PLoS ONE에서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의 대서양림 잔존림을 조사해 이 복합종에서 신종 4종을 기재했는데, 조사에서 만난 왕개미 네 종이 저마다 다른 오피오코르디셉스 종에게 당하고 있었다. 같은 연구진은 같은 해 다른 지면에서 복합종 안에 수백 종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자료마다 이름과 수치가 조금씩 어긋난다. 태국의 관찰은 C. leonardi를, 미국 실험실의 재구성은 C. castaneus를 대상으로 했으니, 두 수치는 서로 다른 개미에게서 나온 값으로 갈라 읽어야 한다. 정오라는 시각도, 북북서라는 방향도, 원인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좀비 개미를 둘러싼 오해와 확인된 사실
Q. 오피오코르디셉스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나요?
A. 사람이 이 균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확인되지 않는다. 2011년 브라질 조사에서 드러났듯 이 곰팡이는 개미 종마다 다른 종으로 갈라져 있을 만큼 숙주 범위가 좁고, 곤충에 특화된 병원성 곰팡이 대부분은 포유류의 체온에서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다.
Q. 게임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균류 감염' 설정은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A. 곰팡이가 곤충의 행동을 바꾼다는 축은 실제 관측에 근거한다. 다만 확인된 조종의 범위는 방향 없는 걸음, 경련, 정해진 높이에서의 깨물기 정도이고, 숙주가 다른 개체를 공격하도록 만든다는 관측은 보고되지 않았다.
Q. 좀비 개미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A. 보고가 집중된 곳은 태국 남부 트랑 일대와 브라질 대서양림 같은 열대 저지 숲이다. 나무 위가 아니라 임하층 어린나무의 잎 뒷면, 지면에서 무릎 아래 높이를 살펴야 하며 사체가 몰린 구역이 따로 형성된다.
Q. 한국에도 비슷한 곰팡이가 있나요?
A. 오피오코르디셉스 속에는 나방 애벌레에 기생해 한약재로 알려진 동충하초(Ophiocordyceps sinensis) 같은 종도 포함된다. 다만 개미의 행동을 바꾸는 것으로 보고된 종들은 열대 저지 숲에 집중돼 기록돼 왔다.
Q. 자료마다 곰팡이 이름이 다르게 적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오피오코르디셉스 우닐라테랄리스가 단일 종이 아니라 복합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들은 '넓은 의미의'라는 뜻으로 학명 뒤에 sensu lato(s.l.)를 붙이거나, 숙주 개미 이름을 딴 별도의 종명을 쓴다.
Q. 뇌가 멀쩡하다면 개미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을까요?
A. 확인할 방법이 없다. 2017년 연구가 밝힌 것은 뇌 조직이 물리적으로 보존돼 있었다는 사실까지이며, 개미가 무엇을 감각했는지는 실험으로 접근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