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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니모는 우주선이 가라앉는 가장 외로운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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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현한 남태평양 포인트 니모의 텅 빈 수평선과 대기권을 가르는 재진입 불빛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세계 지도에서 남태평양 한복판을 손가락으로 짚으면 아무 표시도 없는 파란 여백이 나온다. 그 여백의 한가운데를 “생명이 사라진 죽은 바다”로 소개하는 글이 흔하지만, 남태평양 환류를 시추한 국제 연구는 그 아래 퇴적층 전 구간에서 산소와 살아 있는 미생물을 확인했다. 포인트 니모(Point Nemo)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좌표 하나다.

Q. 포인트 니모는 결국 어떤 자리인가?

A. 가장 가까운 육지에서 약 2,688km 떨어진 바다 위 좌표다. 어느 방향으로 배를 몰아도 뭍에 닿기까지 몇 주가 걸린다.

2001년 3월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가 남태평양으로 재진입하면서 알려졌듯, 수명이 끝난 대형 비행체를 내려보내는 바다이기도 하다.

포인트 니모의 좌표는 어디를 가리키나

포인트 니모는 남위 48도 52.6분, 서경 123도 23.6분에 찍힌 한 점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해양서비스는 이 좌표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의 거리를 약 2,688km로 안내한다. 바다에서 육지가 가장 먼 지점, 이른바 해양 도달불능극이다.

가장 가까운 뭍은 세 방향에 흩어져 있다. 북쪽으로는 핏케언 제도의 두시섬, 북동쪽으로는 이스터섬에 딸린 모투누이, 남쪽으로는 남극 대륙의 마허섬이다. 세 곳 모두 사람이 상주하지 않거나 극히 드물게만 오가는 땅이라, 거리를 좁혀 주는 이웃이 사실상 없다.

이름의 뿌리는 문학 쪽이다. 라틴어 nemo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고, 쥘 베른 소설의 네모 선장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좌표 자체는 1992년 측지 계산으로 특정됐다고 전해지며, 그전까지는 ‘가장 먼 바다’가 어디인지 숫자로 답한 사람이 없었다.

좌표와 거리는 2026년 9월에 NOAA 해양서비스 자료와 미 항공우주국(NASA) 역사 기록을 나란히 놓고 확인했다. 다만 이 해역에 지금까지 몇 기의 인공물이 가라앉았는지는 기관이 공개한 통합 집계를 찾지 못해 숫자로 적지 않았다.

육지보다 가까운 이웃은 국제우주정거장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이 머리 위를 지나는 순간, 포인트 니모에 떠 있는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인간은 뭍이 아니라 궤도에 있다. NASA는 정거장이 도는 고도를 370~460km 범위로 안내한다. 육지까지의 2,688km와 견주면 여섯 배 넘게 가깝다.

고도가 하나의 값이 아니라 범위로 안내되는 데도 이유가 있다. 400km 안팎에도 옅게나마 대기가 남아 있어 정거장은 조금씩 고도를 잃고, 화물선이 도킹할 때마다 추진기를 써서 궤도를 다시 끌어올린다. 머리 위 이웃의 높이는 고정값이 아니라 계속 다시 맞춰지는 값이다.

수치 놀이 같지만 구조 관점에서는 실질적인 이야기다. 이 해역에서 사고가 나면 가장 가까운 항구에서 배가 출항해 도착할 때까지 며칠이 아니라 주 단위 시간이 필요하다. 항공 구조도 왕복 거리 때문에 선택지가 좁다.

우주 기관들은 왜 남태평양을 폐기 구역으로 고를까

사람과 부딪칠 확률을 설계 단계에서 낮출 수 있는 넓은 빈 바다가 여기이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국(ESA)은 통제되지 않은 재진입 한 건의 인명 피해 확률로 1만분의 1이라는 문턱값이 여러 우주기관과 국가 사이에서 통용된다고 설명한다.

통제 재진입은 그 확률을 더 끌어내리는 방식이다. 역추진으로 하강 시점과 각도를 잡아 잔해가 흩어지는 범위, 이른바 낙하 발자국을 바다 위로 몰아넣는다. ESA는 자사의 자동화물선(ATV) 다섯 기가 모두 남태평양의 사람이 살지 않는 해역으로 통제 재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작업이 ‘한 점 맞히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형 비행체는 대기권에서 조각나며 수백 km에 걸쳐 길게 떨어지므로, 기관들이 확보하려는 것은 좌표가 아니라 그 길쭉한 타원이 통째로 들어갈 만큼 텅 빈 면적이다.

미르는 2001년 3월 뉴질랜드 동쪽 바다로 내려왔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2001년 3월 23일 태평양 상공으로 재진입했다. NASA 역사 기록은 잔해가 “뉴질랜드 동쪽 남태평양”에 떨어졌다고 적는다.

미르는 15년 동안 궤도에 머물렀다. 같은 기록에 따르면 기본 블록만 86,331회 지구를 돌았고, 모듈이 붙을수록 복합체 질량은 45,000파운드에서 285,900파운드까지 불어났다. 무게로 환산하면 130톤에 가까운 구조물이 한꺼번에 대기권으로 들어간 셈이다.

재진입 자체는 몇 분이면 끝난다. 그러나 그 몇 분을 위해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화물선 프로그레스를 붙여 세 차례에 걸쳐 감속시켰고, 낙하 구역을 남태평양으로 몰기 위해 마지막 점화 시점을 초 단위로 맞췄다.

포인트 니모 아래 퇴적층에는 무엇이 살고 있나

산소를 쓰는 호기성 미생물이 산다. 남태평양 환류 해역을 시추한 스티븐 드혼트 연구팀은 2009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 해역 퇴적층의 세포 밀도가 다른 해저 조사지보다 3~4자릿수 낮지만 층 전체에 산소가 남아 있다고 보고했다(DOI 10.1073/pnas.0811793106).

산소가 끝까지 남는 이유는 퇴적이 느려서다. 같은 논문은 이 해역의 퇴적 속도를 100만 년에 0.1~1m로 제시했다. 유기물이 거의 내려앉지 않으니 그것을 태울 산소도 소진되지 않고, 그 결과 깊은 층까지 호기성 대사가 유지된다.

바다 표층 사정도 비슷하다. 환류 한가운데는 영양염을 실어 오는 해류가 닿지 않아 플랑크톤이 거의 자라지 않고, 그래서 물빛이 유난히 맑고 짙푸르다. 수면의 빈곤이 해저의 산소를 지켜 주는 구조인 셈이라, 표층과 퇴적층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진다.

🔬 여기서 한 번 놀란다  햇빛도 유기물도 거의 닿지 않는 이 퇴적층에서, 드혼트 연구팀은 물 분자가 자연 방사선에 쪼개지는 방사분해(물이 방사선에 갈라지는 현상)로 생긴 수소가 미생물의 주요 전자공여체 노릇을 한다고 적었다. 먹이가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니 바위 쪽에서 올라오는 셈이다.

다음 차례는 국제우주정거장 본체다

가장 큰 인공물은 아직 궤도에 남아 있다. NASA는 2024년 6월 26일 보도자료에서 정거장 운영을 2030년까지로 계획하고 있으며, 궤도 이탈을 맡을 미국 궤도이탈 비행체(USDV)를 스페이스X가 개발·인도하도록 최대 8억 4,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 보도자료는 정거장과 비행체가 재진입 과정에서 파괴적으로 분해될 것이라고만 적었을 뿐, 낙하 해역을 지명으로 못 박지 않았다. 남태평양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행과 면적 조건 때문이지, 기관이 좌표를 확정해 공표했기 때문은 아니다.

“직접 가볼 수는 없나요” — 포인트 니모를 두고 오가는 물음

Q. 포인트 니모에 직접 갈 수 있나요?

A. 정기 여객·화물 항로가 지나지 않아 전용 선박을 빌려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육지가 약 2,688km 떨어져 있어 왕복만으로도 몇 주가 걸리고, 중간에 보급을 받을 항구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 좌표를 지나는 배는 대양 요트 경주 참가선과 조사선 정도입니다.

Q. 재진입하는 잔해가 배나 비행기와 부딪칠 위험은 없나요?

A. 우주 기관은 재진입 전에 낙하 예상 구역을 계산해 항행·항공 경보로 통보하고 항로를 물립니다. 유럽우주국은 통제되지 않은 재진입 한 건의 인명 피해 확률로 1만분의 1을 통용 기준으로 소개하며, 통제 재진입은 낙하 범위를 바다로 좁혀 그 값을 더 낮추는 절차입니다.

Q. 포인트 니모와 우주선 폐기 해역은 같은 지점인가요?

A. 같은 점은 아닙니다. 포인트 니모는 계산으로 특정된 하나의 좌표이고, 잔해가 떨어지는 곳은 그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넓은 해역입니다. 미르 잔해도 한 점이 아니라 뉴질랜드 동쪽 남태평양에 흩어져 떨어졌습니다.

Q. 가라앉은 잔해가 바다를 오염시키지는 않나요?

A. 대부분은 재진입 중 고열로 타서 없어지고 남은 조각이 수천 미터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다만 이 해역의 장기 오염 영향을 정량화해 공개한 기관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고, 잔류 추진제 처리는 비행체마다 설계가 달라 하나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Q. 이 부근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녹음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인가요?

A. 미국 해양대기청은 1997년 여름에 기록된 광대역 저주파음 ‘블룹(Bloop)’을 거대한 빙산이 갈라지며 내는 빙진과 일치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소리를 낸 빙산은 브랜스필드 해협에서 로스해 사이, 또는 케이프 아데어 부근에 있었을 것으로 봤습니다.

Q. 국제우주정거장은 언제 어디로 내려오나요?

A. NASA는 정거장을 2030년까지 운영한 뒤 궤도에서 이탈시킬 계획이며, 2024년 6월 발표한 계약에서 스페이스X가 궤도이탈 비행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만 NASA 보도자료는 최종 재진입 해역을 지명으로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포인트 니모는 인간 활동의 마지막 주소가 됐다

포인트 니모 일대는 사람이 가장 닿기 어려운 좌표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물건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주소가 됐다.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조건이 그대로 자격 요건이 된 셈이다.

포인트 니모 아래에서는 100만 년에 몇십 센티미터씩 쌓이는 퇴적층이 방사분해 수소로 미생물을 먹여 살리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조용한 바다 위로 정거장이 지나가고, 그 바다 밑에서는 여전히 대사가 돌아간다.

포인트 니모우주선 무덤남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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