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숨은 이야기

핀란드 온칼로, 10만 년 뒤 인류에게 남길 경고문 논쟁

글 · 문화·풍습 · · 약 11분 · 조회 1
수정

Q. 10만 년 뒤의 인류에게 "여기를 파지 마시오"라는 말을 어떻게 전할까?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의 온칼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400~430미터 암반에 최소 10만 년 봉인하는 세계 첫 최종처분장이다. 미국은 1만 년 동안 읽힐 경고 표지를 설계해 왔고, 핀란드에서는 표식 없이 조용히 잊히게 두는 방안까지 검토된다.

검증은 2026년 9월에 했다. 포시바가 공개한 시설·장기안전 자료와 샌디아국립연구소의 1993년 보고서(SAND1992-1382), 사이언스얼럿의 2026년 6월 보도를 나란히 놓고 맞춰 봤으며, 처분 개시일은 운영사도 확정하지 않아 전망으로만 적었다.

핵폐기물은 흔히 "기술이 없어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핀란드 서해안의 작은 섬에서는 그 설명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 첫 최종처분장이 이미 시험 가동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남은 숙제는 공학보다 인문학에 가깝다. 문자도, 국가도, 어쩌면 언어라는 것 자체도 지금과 같지 않을 10만 년 뒤의 누군가에게 "여기를 파지 마시오"라는 한 문장을 전하는 일이다. 발트해의 조용한 섬에서 지금 그 문장의 운명이 정해지고 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 지하 '동굴 도시' 온칼로

온칼로(Onkalo)는 핀란드 남서부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 암반을 나선형 진입 터널로 파고 내려간 세계 첫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으로, 이름부터 핀란드어로 '동굴'을 뜻한다. 굴착은 2004년 시작됐고, 운영은 전담 회사 포시바(Posiva)가 맡는다.

부지가 올킬루오토 원전 바로 옆이라 사용후핵연료를 멀리 운반할 필요가 없고, 오랜 지질 시대 동안 안정돼 온 암반이라는 점이 자리를 결정했다. 원자로에서 꺼낸 연료봉은 물속에서 수십 년 식힌 뒤에야 이 터널로 내려온다.

AI로 재현한 핀란드 온칼로 지하 처분 터널과 구리 캔 하강 장면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사용후핵연료는 왜 10만 년을 가둬야 할까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사람과 생태계에 무해한 수준까지 잦아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길기 때문이다. 과학 매체 사이언스얼럿의 2026년 6월 기사는 온칼로가 봉인된 뒤 최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설계됐다고 전했다.

운영사 포시바의 장기안전 자료는 눈금을 더 길게 잡아, 방사능이 천연 우라늄 광석 수준까지 떨어지는 데 약 25만 년이 걸린다고 적는다. 봉인의 안전 목표와 방사능의 감쇠 기간은 서로 다른 것을 재는 숫자다.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이 5,000년 남짓임을 떠올리면 10만 년은 문명 단위가 아니라 지질 단위의 시간이다. 그 사이 빙하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가정까지 설계에 들어가 있다.

구리 캔과 벤토나이트 점토, 온칼로의 다중 방벽

온칼로의 안전 논리는 부식에 강한 구리 캔, 벤토나이트(물을 머금으면 부풀어 틈을 메우는 점토) 완충재, 그리고 깊은 암반이라는 여러 겹의 방벽에 기댄다. 포시바 공식 안내 기준으로 처분 깊이는 지하 400~430미터, 수용 규모는 우라늄 6,500톤·처분 캔 약 3,250개다.

위치핀란드 에우라요키, 올킬루오토 섬(올킬루오토 원전 인접)
처분 깊이지하 400~430미터 암반
수용 규모우라늄 6,500톤·처분 캔 약 3,250개
방벽 구성구리 캔 + 벤토나이트 완충재 + 심부 암반
일정2004년 굴착 시작 → 2024년 시험 가동 → 2026년 말~2027년 초 처분 개시 전망

연료봉을 담은 캔은 터널 바닥에 뚫린 수직 처분공에 하나씩 내려지고, 둘레를 벤토나이트로 채운 뒤 터널 자체가 콘크리트로 봉인된다. 한 구역이 차면 그 구역은 다시 열 일이 없도록 닫힌다.

미국 WIPP는 1만 년 경고 표지를 어떻게 설계했나

미국 뉴멕시코 사막의 처분장 WIPP는 "1만 년 동안 해독될 경고 체계"라는 요건을 받아, 1993년 샌디아국립연구소 보고서로 표지 설계를 집대성했다. 샌디아의 보고서 기록은 1만 년을 버티며 읽히는 영구 표지 체계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못 박는다.

보고서에는 위압적인 화강암 기둥 무리, 거대한 흙 둔덕, '가시 돋친 풍경' 같은 조형 스케치와 여러 언어·그림문자로 층층이 쌓은 메시지 초안이 담겼다. 그중 한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곳은 명예로운 장소가 아니다. 여기에 기릴 만한 위업은 없다. 이곳에 있는 것은 우리에게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경고는 한 층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설계됐다. 멀리서 보고 피하게 하는 위압적 형태, 다가온 이에게 주는 짧은 경고문, 현장에 묻어 둘 상세 기록까지 단계적으로 겹쳐, 어느 시대의 방문자든 자기 수준에서 읽게 하려는 구상이다.

1999년부터 실제 폐기물을 받아 온 WIPP에서 표지는 아직 개념 설계로 남아 있다. 처분장이 최종 봉인된 뒤에 세우도록 계획돼 있어서다.

원자 사제단과 색이 변하는 고양이, 기호학자들의 답

미국 에너지부가 1981년 꾸린 '인간 간섭 태스크포스'는 물리학자만이 아니라 언어학자·인류학자·기호학자까지 불러 모아 1만 년짜리 경고를 궁리하게 했다. 언어는 수백 년 단위로 변하니 글자가 아닌 다른 전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진단에서였다.

기호학자 토머스 시비오크는 1984년 보고서에서 지식을 대물림하는 '원자 사제단'을 제안했다. 전문가 집단이 성직자처럼 대를 이어, 전설과 의례의 형태로 금기를 전하자는 구상이다.

작가 프랑수아즈 바스티드와 기호학자 파올로 파브리도 같은 1984년, 방사선 근처에서 색이 변하도록 개량한 고양이를 퍼뜨리고 "고양이 색이 변하면 떠나라"는 민담을 함께 심자는 '레이 캣' 안을 독일 기호학 저널 특집에 실었다. 둘 다 공식 지면에 오른 진지한 제안이었다.

두 제안 모두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는 못한 채 서류로 남았다. 다만 언어 대신 이야기와 생태에 경고를 싣는다는 발상은, 이후 모든 경고문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온칼로는 경고문 대신 망각을 택하게 될까

표지를 세울지 말지, 포시바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표지가 후손을 지켜 주리라는 직관과 달리, 눈에 띄는 기념비는 오히려 호기심과 도굴을 불러들이는 지도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 논의의 큰 축이다.

2010년 다큐멘터리 「영원 속으로(Into Eternity)」에서 온칼로 관계자들은 '미래에 알릴 것인가, 잊히게 둘 것인가'를 두고 갈라진 답을 내놨다. 시설 설계 자체는 사람의 감시 없이 작동하는 수동적 안전을 전제한다. 인간이 잊어도 암반과 구리 캔이 제 몫을 하게 만든 것이다.

현장은 이미 실전에 들어섰다. 2024년 8월 말 시작된 시험 가동에서 비방사성 모의 연료를 채운 캔 3개가 실제 절차 그대로 봉입·저장됐고, 사이언스얼럿은 실제 처분이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사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킬루오토의 터널이 구역별로 닫혀 가는 동안에도 10만 년짜리 문장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버텨 온 시간이 약 4,500년, 온칼로가 상대해야 하는 시간은 그 스무 배가 넘는다.

결국 온칼로가 시험하는 것은 암반과 구리의 내구성만이 아니다. 얼굴도 언어도 모르는 아득한 미래의 타인을 상상하는 능력, 인류가 한 번도 제대로 검증받아 본 적 없는 그 능력이다.

온칼로 방문과 미래를 둘러싼 물음들

Q. 온칼로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나?

A. 처분 터널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포시바 안내 기준으로 올킬루오토 방문자센터 상설 전시는 무료로 열려 있고, 온칼로 전시관은 단체 가이드 투어를 예약한 경우에 관람할 수 있다.

Q. 온칼로는 언제까지 폐기물을 받나?

A. 유로뉴스의 2026년 4월 보도는 2120년대까지 운영될 것으로 전했다. 수용량이 차면 지상 시설을 걷어내고 터널을 되메워 완전히 봉인하는 계획이다.

Q. 경고 표지가 없으면 후손이 모르고 팔 위험은 없나?

A. 온칼로의 설계는 그 위험을 접근 난도로 막는다. 지하 400~430미터의 단단한 암반인 데다 광물 자원 가치가 낮은 부지를 골라 시추할 유인 자체를 줄였고, 시설 기록의 장기 보존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Q. 미국 WIPP의 경고 표지는 실제로 세워졌나?

A.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1993년 보고서의 표지들은 개념 설계 단계이며, 처분장이 최종 봉인된 뒤 설치하도록 계획돼 있다.

Q. 다른 나라에도 온칼로 같은 시설이 있나?

A. 스웨덴이 2022년 포스마르크 처분장 건설을 승인해 같은 방식으로 뒤를 따르고 있고, 프랑스·스위스 등도 부지 절차를 밟는 중이다. 가동 단계까지 간 곳은 온칼로가 처음이다.

Q. 연료를 재활용하면 묻지 않아도 되지 않나?

A. 재처리로 일부 연료를 다시 쓰는 나라에서도 고준위 폐기물은 남는다. 그래서 어느 경로를 택하든 최종처분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공통된 결론이다.

온칼로핀란드사용후핵연료핵기호학

수정
Info
소개문의개인정보처리방침이용약관
Categories
자연현상역사·유적버려진 장소세계의 생물문화·풍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