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숨은 이야기

1977년 빅이어 망원경이 잡은 72초짜리 와우 신호

글 · 역사·유적 · · 약 12분 · 조회 1
수정

72초 만에 사라진 와우 신호는 무엇이 보낸 것이었을까?

1977년 8월 15일 오하이오주립대 빅이어 전파망원경은 배경잡음의 30.5배에 이르는 좁은 대역 전파를 72초 동안 기록했고, 같은 신호는 그 뒤로 다시 잡히지 않았다.

2024년과 2025년에 나온 아레시보 보관 자료 재분석은 차가운 수소 구름이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천체 현상 쪽에 무게를 실었다.

확인은 2026년 9월에 했다. 근거로 삼은 자료는 신호를 직접 발견한 제리 에만이 오하이오주립대 전파관측소 웹사이트에 남긴 20주년 정리 글과, 아레시보 와우! 연구팀이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공개한 논문이다. 신호를 낸 천체가 무엇인지는 어느 자료도 확정하지 않았다.

1977년 8월 말, 제리 에만은 며칠 치 컴퓨터 출력물을 손으로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숫자와 알파벳이 줄줄이 찍힌 종이 위에서 여섯 글자가 눈에 걸렸다. 6EQUJ5. 그는 쓰고 있던 빨간 펜으로 그 여섯 글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왼쪽 여백에 “Wow!”라고 적었다.

펜으로 적은 한 단어가 그대로 신호의 이름이 됐다.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여섯 글자는 전파천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출력물로 남아 있다.

빅이어 망원경은 1977년 와우 신호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빅이어 전파망원경은 1977년 8월 15일 밤 11시 16분경(미국 동부 일광절약시간) 수신기로 들어온 전파를 6EQUJ5라는 여섯 글자로 남겼다. 출력물의 한 줄은 약 12초 동안 모은 자료를 뜻했다. 10초는 채널 50개의 평균 세기를 재는 데, 나머지 2초 남짓은 컴퓨터가 계산하는 데 쓰였다.

여섯 글자가 이어졌다는 것은 신호가 약 72초 동안 이어졌다는 뜻이다. 글자는 세기를 나타내는 부호였다. 6은 잡음의 6~7배, E는 14~15배, Q는 26~27배, U는 30~31배, J는 19~20배, 5는 5~6배다. 가장 강했던 U 지점에서 신호는 배경잡음보다 30.5±0.5배 셌다.

AI로 재현한 1977년 오하이오 빅이어 전파망원경과 밤하늘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주파수도 우연히 고른 값이 아니었다. 에만이 정리한 빅이어 와우! 신호 20주년 보고에 따르면 관측 주파수는 1420.4556±0.005 MHz였고, 신호가 들어온 채널의 폭은 10 kHz에 불과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중성수소가 내는 21센티미터 전파가 바로 1420 MHz 부근이라, 초기 탐색은 이 좁은 창을 집중해 들여다봤다.

왜 와우 신호는 두 번째 수신 나팔에 잡히지 않았을까

빅이어는 수신 나팔(혼)을 두 개 두고 같은 하늘을 몇 분 간격으로 두 번 훑는 구조였는데, 와우 신호는 한쪽 나팔에만 걸렸다. 에만은 약 5분 안에 같은 신호를 두 번 봤어야 했다고 적었다. 한 번만 잡힌 탓에 신호가 어느 나팔로 들어왔는지 확정할 수 없었고, 추정 좌표도 두 갈래로 갈렸다.

재검출도 실패했다. 관측팀은 같은 적위 띠를 이후 30일가량 계속 훑었지만 신호는 없었고, 몇 해 뒤 같은 하늘을 여러 차례 다시 스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앨런 망원경 집합체로 반복 신호를 찾은 결과가 2020년 학술지 Astronomical Journal에 실렸지만, 와우 신호의 재현은 보고되지 않았다.

세기조차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같은 관측소의 러스 차일더스는 한 가지 방법으로 플럭스 밀도를 212 Jy(잰스키, 전파 세기 단위)로 계산했고, 에만은 다른 방법으로 54 Jy를 얻었다. 두 값의 비는 3.9배가 넘는다. 에만은 두 방법 모두에서 결함을 찾지 못했고 차이도 끝내 해소하지 못했다고 그대로 적어 두었다.

1977년 8월빅이어가 6EQUJ5 기록. 관측 주파수 1420.4556 MHz, 최대 세기는 잡음의 30.5배, 지속 약 72초
1997년에만의 20주년 정리 공개. 플럭스 밀도가 54 Jy와 212 Jy로 갈린 채 남고, 재검출은 여전히 없음
2020년 2~5월아레시보 보관 자료로 1420 MHz 드리프트 스캔 수행. 감도·시간 분해능이 1977년보다 높고 편광 자료 포함
2024년 8월'아레시보 와우! I' 공개. 10 kHz 폭 신호를 여러 곳에서 검출했으나 세기는 100분의 1 수준, 정체는 차가운 수소 구름
2025년 8월'아레시보 와우! II' 공개. 주파수 1420.726 MHz, 최대 플럭스 밀도 250 Jy 초과, 좌표 후보 두 곳으로 압축

2025년 재분석은 와우 신호의 무엇을 바꿨을까

2025년 8월 공개된 아레시보 와우! II 논문은 신호의 주파수를 1420.726±0.005 MHz로, 최대 플럭스 밀도를 250 Jy를 넘는 값으로 다시 매겼다. 좌표도 적경 19h25m02s와 19h27m55s(각각 오차 3초), 적위 -26°57'(오차 20분, J2000)의 두 후보로 좁혔다. 이전 추정보다 범위가 좁고 위치도 조금 옮겨 갔다.

값이 달라진 이유는 자료가 늘어서다. 연구팀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하이오 SETI 관측 기록을 확보해 현대적 방법으로 다시 계산했다. 새 주파수는 신호원이 우리 은하 안에 있으면서 시선속도가 이전에 가정하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 된다.

천체 쪽 설명은 한 해 앞선 아레시보 와우! I 논문에서 제시됐다. 2020년 2~5월 드리프트 스캔에서 수소선 근처의 10 kHz 폭 신호가 여러 곳에서 잡혔는데, 세기는 와우 신호의 100분의 1 수준이었고 정체는 은하 안의 차가운 중성수소 구름이었다. 연구팀은 마그네타 플레어나 연질 감마선 반복원 같은 강한 순간 복사원이 이 구름의 수소선을 갑자기 밝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가설로 내놓았다.

다른 후보도 있었다. 2017년 안토니오 파리스는 혜성 266P/크리스텐센 등이 거느린 수소 구름을 신호원 후보로 제시했다(arXiv:1706.04642). 아레시보 연구팀이 후보로 삼은 것은 은하 안의 성간 수소 구름이다. 두 설명은 같은 1420 MHz 부근을 놓고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

빅이어 자체의 이력도 최근에야 정리됐다. 아벨 멘데스, 로버트 딕슨, 러셀 차일더스가 2026년 6월 공개한 오하이오 SETI 프로그램 정리(arXiv:2606.11102)에 따르면, 이 망원경은 1973년부터 1998년 철거까지 세계 최초의 전임 SETI 관측소로 운영되며 4만 건이 넘는 좁은 대역 순간 신호를 기록했다. 그 자료의 대부분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상태다.

와우 신호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와우 신호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증거로 자주 소개되지만, 정작 신호를 발견한 사람은 가장 조심스러웠다. 에만은 20주년 글에서 외계 문명이 보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반쯤 빈 자료에서 거대한 결론을 끌어내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자료가 너무 적어 결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와우 신호가 잡힌 지 49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신호의 위치는 좁아졌고 주파수와 세기는 다시 계산됐으며, 비슷한 좁은 대역 신호가 은하 안 수소 구름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도 1977년 그 72초를 만든 천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이름이 없다. 오하이오 SETI가 남긴 미공개 기록이 아직 상자째 남아 있다는 점이,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이유다.

와우 신호에 남은 궁금증

Q. 6EQUJ5는 무슨 뜻인가요?

A. 신호의 세기를 순서대로 적은 부호입니다. 숫자와 알파벳이 잡음 대비 배수를 나타내며, 가장 강한 U는 배경잡음의 30.5±0.5배를 뜻합니다. 여섯 글자는 약 12초씩 여섯 번 측정한 결과이므로 신호가 약 72초 이어졌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Q. 왜 하필 1420 MHz 근처를 들여다봤나요?

A.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중성수소가 1420 MHz 부근에서 21센티미터 전파를 냅니다. 어느 문명이든 이 진동수를 알 것이라는 전제 아래 초기 전파 탐색이 이 대역에 집중했고, 와우 신호도 그 좁은 창에서 잡혔습니다.

Q. 빅이어 망원경은 지금도 가 볼 수 있나요?

A. 없습니다. 오하이오주립대 전파관측소는 1973년부터 전임 SETI 관측을 이어 오다 1998년에 철거됐습니다. 지금 이어지는 연구는 남은 관측 기록과 다른 망원경의 자료를 다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Q. 지구에서 나온 전파 간섭이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A.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2025년 재분석은 간섭보다 천체 기원 쪽을 지지했습니다. 좁은 대역 신호가 은하 안의 작고 차가운 수소 구름에서도 나온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Q. 와우 신호 관측 기록을 일반인도 볼 수 있나요?

A. 발견자 본인이 정리한 20주년 보고가 오하이오주립대 전파관측소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고, 2024·2025년 아레시보 논문은 arXiv에서 전문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오하이오 SETI가 남긴 관측 자료 대부분은 아직 분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Q. 비슷한 신호가 다시 잡힌 적은 있나요?

A. 형태가 비슷한 좁은 대역 신호는 2020년 아레시보 자료에서 여러 곳에서 검출됐습니다. 다만 세기가 와우 신호의 100분의 1 수준이었고 정체도 차가운 수소 구름으로 식별됐습니다. 재현으로 인정하려면 세기와 정체가 함께 맞아야 하는데, 그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와우 신호빅이어 전파망원경SETI아레시보전파천문학

수정
Info
소개문의개인정보처리방침이용약관
Categories
자연현상역사·유적버려진 장소세계의 생물문화·풍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