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야 세상에 알려진 대형 포유류 사올라는 2013년 카메라 트랩 사진을 끝으로 확인 기록이 없다 — 이제 과학자들은 사냥꾼 집 뼛조각에서 복원한 유전체 26개로 이 동물의 행방을 쫓는다.
100마리 미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어림하는 사올라의 남은 개체 수다. 어쩌면 이 숫자조차 낙관일 수 있다. 2013년 이후 살아 있다는 확증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견 자체가 20세기 동물학의 사건이었던 동물이, 한 세대 만에 실존을 묻는 처지가 된 것이다.
부꽝 자연보호구역 조사에서 나온 낯선 두개골
사올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밀림 깊숙한 곳이 아닌 사냥꾼의 집 벽이었다. 1992년 베트남 산림부와 세계자연기금(WWF)의 합동 조사팀이 라오스 국경에 붙은 부꽝 일대를 조사하다가, 한 사냥꾼의 집에서 길고 곧은 뿔이 달린 낯선 두개골과 마주친 것이다.
두개골의 주인은 기존의 어떤 속(생물 분류에서 종의 바로 윗단계)에도 들어맞지 않았고, 이듬해 프세우도릭스 응에티넨시스(Pseudoryx nghetinhensis)라는 학명으로 새로 기재됐다. WWF는 이 발견을 50년여 만에 처음 확인된 신종 대형 포유류로 소개한다. 곧이어 비슷한 표본이 더 확보되면서 신종이라는 확신도 굳어졌다.
📌 학명에 남은 지도 종명 '응에티넨시스'는 첫 표본이 나온 베트남 응에안·하띤 지방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견의 좌표가 이름 안에 박제된 셈이다.
물레 기둥 뿔을 가진 사올라의 생김새
사올라라는 이름은 현지어로 물레의 기둥을 뜻한다고 전해진다. 암수 모두에게 나는 곧고 나란한 뿔 한 쌍이 길게는 50센티미터 안팎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옆에서 보면 두 뿔이 하나로 겹쳐 보인다고 해서 '아시아의 유니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어깨높이 80~90센티미터 정도로 어림되는 몸에 짙은 밤색 털, 얼굴에는 흰 무늬가 흩어져 있다. 주둥이 옆의 큰 향선(냄새를 묻히는 분비샘)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통상 소과에 속하지만 어느 기존 속에도 넣기 어려워, 사올라 하나만을 위한 속이 새로 만들어졌다.
덩치만 보면 몸집 큰 산양을 닮았지만 계통은 소와 영양 쪽에 가깝다. 발견 당시 학계가 술렁인 것도 이 지점이었다. 20세기가 끝나 가던 시점까지 이만 한 크기의 초식동물이 학계 목록 바깥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올라는 왜 과학자 눈에 띄지 않을까
서식지가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안남산맥의 습하고 빽빽한 상록수림이기 때문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시야가 몇 미터씩만 트이는 숲에서, 낮은 밀도로 흩어져 사는 조심스러운 초식동물을 눈으로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셀(Cell)에 실린 2025년 논문은 사올라를 자연 서식지에서 과학자가 산 채로 관찰한 적 없는 유일한 대형 육상 포유류라고 적었다. 학계가 아는 것의 대부분은 두개골과 뼛조각, 마을 주민의 증언, 그리고 무인 카메라가 대신 찍어 준 몇 장의 사진에서 나왔다.
올무 사냥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동물을 노린 덫이라도 걸리는 동물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안남산맥 일대의 밀렵 압력이 사올라를 더 빠르게 몰아붙였다는 것이 보전 단체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안남산맥이라는 무대도 한몫한다. 자이언트문착 같은 신종 대형 동물이 1990년대에 잇따라 보고된 이 산줄기는 숨은 종의 창고로 불릴 만큼 외부 조사가 늦게 닿은 땅이었다.
라오스 마을의 포획과 카메라 트랩의 마지막 사진
살아 있는 사올라의 확인 기록은 손에 꼽는다. 1999년 라오스에서 무인 카메라에 사진이 찍혔고(IUCN), 2010년 8월에는 라오스 볼리캄사이주의 주민들이 수컷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 마을로 끌고 왔다.
당국과 국제 보전 기구의 조언에 따라 방사가 추진됐지만, 수컷은 포획 스트레스로 쇠약해져 며칠 만에 숨졌다. 그리고 2013년 9월, WWF와 베트남 산림보호국이 중부 안남산맥에 설치한 카메라 트랩에 사올라 한 마리가 찍혔다. 사진에는 개울가 바위 골짜기를 지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베트남에서 15년 만에 나온 확인이자, 지금까지의 마지막 확증이다.
뼛조각에서 읽어낸 사올라 유전체는 무엇을 알려줬을까
덴마크 코펜하겐대가 이끈 국제 연구진은 사냥꾼의 집에 남아 있던 뿔과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사올라 26마리의 유전체 전체를 복원했다. 결과는 2025년 학술지 셀에 실렸고(DOI: 10.1016/j.cell.2025.03.040), 코펜하겐대 발표문에 요약돼 있다.
가장 뜻밖의 결과는 사올라가 유전적으로 뚜렷이 갈리는 두 개체군으로 나뉜다는 점이었다. 두 집단은 약 5,000~2만 년 전에 갈라져 각자 쇠퇴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오랜 감소 과정에서 해로운 돌연변이가 상당 부분 걸러졌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에서 총 유전 하중(축적된 해로운 변이의 부담)의 3분의 2 가까이가 제거된 것으로 어림했다.
🧬 서로를 메우는 두 집단 각 개체군이 잃어버린 유전 다양성은 정확히 서로를 보완한다. 연구진 시뮬레이션에서는 두 집단을 섞어 최소 12마리로 포획 번식을 시작하면 생존 가능한 개체군을 세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그 12마리를 찾는 일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산거머리가 빨아들인 피에서 포유류 DNA를 걸러내 사올라의 흔적을 찾는 조사까지 동원됐다. 거머리 소화관에는 빨아들인 피의 DNA가 한동안 남아 있어, 숲을 통째로 훑는 이동식 채혈 키트 구실을 한다. 살아 있다는 쪽과 이미 늦었다는 쪽의 근거는 아래처럼 갈린다.
| 쟁점 | 살아 있다고 보는 쪽 | 회의하는 쪽 |
|---|---|---|
| 목격 기록 | 2013년 카메라 트랩 사진이 확인된 마지막 기록 | 이후 대규모 조사에서도 추가 확증이 없음 |
| 주민 증언 | 국경 산지 마을의 목격담이 이어진다고 전해짐 | 사진·표본 같은 검증 가능한 증거가 뒤따르지 않음 |
| 유전체 단서 | 두 개체군의 다양성이 상보적이라 복원 여지가 남음 | 표본이 모두 죽은 개체의 뼈라 현재 생존의 증거는 아님 |
「아직 살아 있다」 — 이 믿음을 따져 보는 문답
Q. 동물원에서 사올라를 볼 수 있나?
A. 없다. 전 세계 어느 동물원에도 사육 중인 사올라가 없고, 과거 마을에 잡혀 온 개체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 있는 모습은 야생에서 찍힌 무인 카메라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Q. 베트남이나 라오스 여행에서 흔적이라도 만날 수 있나?
A. 일반 여행 코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식 추정지는 국경 산악 보호구역의 접근이 어려운 밀림이고, 베트남에는 사올라의 이름을 딴 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어 보전 현장의 이야기를 접하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Q. 확인이 안 되는데 왜 멸종 선언을 하지 않나?
A. 살아 있다는 증거도, 완전히 사라졌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코펜하겐대 발표문은 현재 상태를 생존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넓고 험한 서식지를 다 뒤지지 못한 채 내리는 선언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Q. 유전체를 다 읽었다면 복제로 되살릴 수 있지 않나?
A. 유전체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온전한 세포와 가까운 친척 종의 대리모가 필요한데 사올라는 단독 속이라 마땅한 친척이 없다. 연구진이 우선순위로 꼽는 것도 살아 있는 개체를 찾아 두 개체군을 섞는 포획 번식 쪽이다.
연구를 이끈 코펜하겐대의 라스무스 헬레르 부교수는 발표문에서 "지나치게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사올라가 아직 어딘가에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코펜하겐대, 2025). 유전체 지도는 완성됐고, 이제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사올라 단 한 마리의 증거다. 두 개체군이 서로의 유전적 빈틈을 메운다는 발견은, 수색이 성공하기만 하면 복원의 설계도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문의 사실관계는 2026년 9월 시점에 코펜하겐대 발표문(2025)과 WWF·IUCN 공개 자료를 나란히 놓고 확인한 것이다. 야생 생존 여부는 어느 자료도 확정하지 못했고, 이 글도 그 지점은 열린 질문으로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