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안에서 스페인 대서양 연안까지 6,000km — 그 사이에 흩어진 수백만 개의 아르헨티나개미 둥지는 서로를 단 한 번도 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유럽 대서양 연안에서 잡은 개미 한 마리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낯선 둥지에 넣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개미 사회의 상식대로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개미는 둥지 냄새가 다른 침입자를 몇 초 안에 물어뜯는다. 그런데 아르헨티나개미(Linepithema humile)의 유럽 개체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일대이고, 유럽에는 사람의 물자에 섞여 들어왔다. 세계침입종데이터베이스(GISD)는 이 개미를 '가장 나쁜 100종'으로 분류하고 이미 6개 대륙에 정착했다고 적는다. 유럽 해안에서 이 개미가 만든 것은 국경을 여러 개 가로지르는 하나의 사회였다.
아르헨티나개미는 왜 6,000km 떨어진 개미를 공격하지 않을까
동료를 알아보는 화학 암호가 유럽 개체군 전체에서 사실상 한 종류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타티아나 지로·예스 페데르센과 교신저자 로랑 켈러가 200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는 남유럽 해안을 따라 개체군을 채집해, 서로 다른 둥지의 일꾼을 맞붙이는 10분짜리 공격성 실험을 1,151회 진행했다.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1,151회 가운데 1,131회(98%)에서 개미들은 격렬하게 싸우거나 상대를 완전히 무시했다. 중간 반응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같은 초군락에 속한 개체군끼리는 아무리 먼 둥지에서 왔어도 공격이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다.
논문은 이탈리아에서 스페인 대서양 연안까지 6,000km 넘게 이어지는 이 집단을 주 초군락(main supercolony)이라 부르고, "기록된 것 중 가장 큰 협력 단위"라고 적었다. 다만 같은 초군락을 인용한 2010년 후속 논문은 이 범위를 4,000km 이상으로 적는다. 두 표기는 아래 표에 나란히 실었다.
더듬이 횟수까지 세어 봤다 연구팀은 공격 여부만이 아니라 상대를 더듬는 횟수도 기록했다. 같은 초군락의 다른 개체군에서 온 개미끼리는 10분간 평균 9.14회, 자기 둥지 동료끼리는 9.38회였다(P=0.66).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 온 개미를 옆 둥지 동료와 구분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전적 세척' 가설이 설명하는 리네피테마 후밀레의 인식 암호
유럽 개체군의 화합은 창시자가 몇 마리뿐이어서 다양성이 사라진 결과가 아니라 인식 유전자에만 걸린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 지로 연구팀이 내놓은 설명이다. 근거는 유전자 쪽 실측이었다. 연구팀은 17개 마이크로새틀라이트 자리에서 원산지 개체군과 유럽 개체군의 대립유전자 수를 비교했다.
유럽 쪽이 적기는 했지만 감소 폭은 28%, 자리당 평균 1.4개에 그쳤다. 시뮬레이션은 이 정도 다양성이 남으려면 서로 무관한 짝짓기 완료 여왕이 최소 6~13마리 들어왔어야 한다고 계산했다. 병목이 있긴 했으나 인식 능력이 통째로 무너질 만큼 가혹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유전적 세척(genetic cleansing)'은 이렇게 작동한다. 천적과 경쟁자가 없는 새 땅에서 둥지 밀도가 치솟으면 낯선 둥지와 마주치는 횟수도 함께 치솟는다. 이때 흔한 인식 암호를 지닌 둥지는 싸움에 쓰는 비용이 적어 일꾼 수를 더 불린다. 희귀한 암호는 세대를 거치며 그렇게 쓸려 나간다.
실제로 중립 표지에서는 개체군 사이 유전적 분화가 뚜렷했다(주 초군락 Fst 0.12). 그런데도 유전적 거리가 먼 개체군끼리 더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공격성의 수준을 예측한 변수는 오직 어느 초군락에 속하느냐였다.
카탈루냐 초군락과 주 초군락이 마주치면 얼마나 싸울까
두 초군락의 일꾼을 맞붙인 241회의 실험 가운데 235회(98%)에서 일꾼이 죽었다. 카탈루냐 초군락은 스페인 동부의 세 개체군으로 이루어진 작은 쪽이고, 조사된 나머지 유럽 해안 개체군은 전부 주 초군락이다. 지리적으로는 이웃이지만 두 집단은 서로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한다.
학습 탓일 가능성을 지우려고 연구팀은 채집한 군체를 실험실에서 6개월과 18개월 키운 뒤 다시 붙였다. 일꾼의 평균 수명이 4.8개월, 최대 수명이 11.2개월이니 18개월 시점의 일꾼은 전부 실험실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만 겪은 개체다. 그런데도 두 초군락 사이 공격성은 30회 실험 전부에서 최고 등급이었다.
대륙을 건너뛴 화합 뉴질랜드에서는 1990년, 일본에서는 1993년에야 이 개미가 확인됐다. 그런데 2010년 실험에서 두 곳의 초군락은 캘리포니아·유럽·호주·하와이의 최대 초군락과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 100년 넘게 갈라져 지낸 뒤에도 인식 암호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럽·캘리포니아·뉴질랜드 초군락, 보고된 범위 대조
유럽 주 초군락의 범위는 원논문에 6,000km 이상, 8년 뒤 후속 논문에 4,000km 이상으로 적혀 있다. 엘런 판 빌헨뷔르흐·캔디스 토레스·닐 츠쓰이가 2010년 Evolutionary Applications에 실은 논문은 북미·유럽·아시아·하와이·뉴질랜드·호주의 초군락을 서로 맞붙여, 이들이 하나의 지구 규모 초군락처럼 서로를 받아들인다고 보고했다. 같은 논문은 이 집단을 "알려진 것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동물 사회"라고 표현했다.
| 초군락 | 보고된 범위 | 근거 자료 |
|---|---|---|
| 유럽 주 초군락 | 6,000km 이상 (이탈리아~스페인 대서양 연안) | 지로 외, PNAS 2002 |
| 유럽 주 초군락 (후속 논문 표기) | 4,000km 이상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 | 판 빌헨뷔르흐 외, Evolutionary Applications 2010 |
| 캘리포니아 최대 초군락 | 최소 900km | 2010년 논문이 인용한 츠쓰이 연구팀 보고 |
| 뉴질랜드 초군락 | 최소 700km | 2010년 논문이 인용한 츠쓰이 연구팀 보고 |
| 카탈루냐 초군락 | 스페인 동부의 세 개체군 | 지로 외, PNAS 2002 |
초군락을 둘러싼 나머지 물음
Q. 아르헨티나개미는 겉모습만으로 알아볼 수 있나요?
A. 크기와 형태가 첫 단서가 됩니다. GISD의 종 기재에 따르면 일꾼은 몸길이 2~3mm의 중간~짙은 갈색이고, 일꾼 사이에 크기 차이가 없는 단형입니다. 몸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며 침이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동정은 표본을 놓고 하는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현지에서 두 초군락의 경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나요?
A. 지상에 경계선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어느 초군락인지는 두 지점의 개미를 한자리에 놓고 반응을 보는 공격성 실험으로만 갈립니다. 2002년 연구도 해안을 따라 고르게 분포한 20개 개체군을 골라 세 번씩 반복 실험한 뒤에야 경계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Q. 같은 초군락의 개미들은 서로 혈연인가요?
A. 아닙니다. 둥지 동료 사이의 혈연도가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일꾼이 자기와 무관한 알을 돌본다는 뜻이라, 혈연선택 이론에서는 이 구조 자체가 풀어야 할 역설로 다뤄집니다.
Q. 6,000km 협력체는 앞으로도 유지될까요?
A. 논문 스스로 불안정한 체제라고 봤습니다. 일꾼이 남의 새끼를 키우는 구조에서는 애벌레를 일꾼 대신 여왕으로 키우도록 유도하는 이기적 변이가 퍼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 단일군체성은 실패할 운명의 일시적 사회 체제일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마지막 지적입니다.
6,000km 협력체가 남긴 물음
리네피테마 후밀레의 초군락은 협력의 규모를 보여주는 기록인 동시에, 그 규모가 무엇을 대가로 얻어졌는지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유럽 해안 6,000km를 하나로 묶은 자리에 남은 것은, 서로를 구별하던 능력이 사라진 흔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대목은 18개월짜리 실험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실험실 밖을 본 적 없는 일꾼들이, 조상이 6,000km 밖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서로를 죽였다. 소속을 정한 것은 겪은 환경이 아니라 물려받은 유전자였다.
2026년 9월에 확인한 자료는 지로 연구팀의 2002년 PNAS 논문(DOI 10.1073/pnas.092694199)과 판 빌헨뷔르흐 연구팀의 2010년 Evolutionary Applications 논문, 그리고 세계침입종데이터베이스의 리네피테마 후밀레 종 페이지다. 두 논문이 같은 유럽 초군락을 6,000km와 4,000km로 다르게 적은 근거는 어느 쪽에도 적혀 있지 않아, 여기서는 표기를 통일하지 않고 나란히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