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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km 직선거리 추적에도 못 본 유럽뱀장어 산란

글 · 세계의 생물 · · 약 12분 · 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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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표지를 단 유럽뱀장어 26마리가 아조레스 제도의 물길을 떠나 대서양으로 나갔다. 방류 지점에서 표지가 떠오른 지점까지의 직선거리는 272~2,275킬로미터, 표지가 몸에서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40~366일이었다. 표지 다섯 개는 사르가소해 경계 안에서 떠올랐고, 그중 한 마리는 산란역으로 추정되는 구역 안에 있었다.

표지가 알려 준 것은 거기까지다. 알은 한 개도 건지지 못했다. 1923년 덴마크의 요하네스 슈미트가 유생 분포를 근거로 사르가소해를 산란지로 지목한 이래, 그 바다에서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의 알이나 산란 중인 성체가 채집된 사례는 지금도 없다. 2022년 추적 논문 저자들은 서문에서 이 질문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프로이트까지 여러 세대를 곤혹스럽게 했다"고 적었다.

2026년 9월에 열어 본 자료는 2022년 Scientific Reports의 위성표지 논문, 2016년 Science Advances의 대규모 추적 논문, 2011년 Nature Communications의 태평양 산란 조사다. 세 편 모두 본문까지 대조했으며, 산란 순간을 담은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산란 수심과 시기에 관한 값은 태평양 사례에서만 확인됐다.

한 줄로 줄이면 — 1923년 사르가소해가 산란지로 지목된 뒤 100년이 지나도록, 그곳에서 유럽뱀장어의 알과 산란 중인 성체는 한 번도 채집되지 않았다.

AI로 재현한 사르가소해 심해를 헤엄치는 유럽뱀장어 무리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유럽뱀장어의 산란은 왜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나

산란역으로 지목된 사르가소해에서 알도 산란 중인 성체도 아직 채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위성표지 연구는 슈미트의 제안 이후 100년 가까이 그런 표본이 나온 적이 없다고 못 박는다.

사르가소해는 해안선 없이 해류가 경계를 짓는 바다다. 육지에 기댈 표적이 없어 조사선이 훑어야 할 면적이 대단히 넓고, 산란은 깊은 층에서 짧게 끝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을 건지려면 언제·어느 수심에서 그물을 내릴지 미리 알아야 하는데, 바로 그 값이 비어 있다.

성체를 따라가는 방법도 한계가 뚜렷하다. 2022년 연구가 쓴 팝업 위성 표지는 정해진 시각이나 조건에서 몸에서 분리돼 수면으로 떠올라 위치를 송신한다. 표지가 떠오른 자리는 알 수 있어도, 그 뱀장어가 그 뒤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이 끊긴다.

요하네스 슈미트가 1923년에 좁혀 놓은 사르가소해

슈미트는 대서양과 지중해 곳곳에서 건져 올린 렙토세팔루스(뱀장어의 버들잎 모양 유생)의 몸길이를 지도에 찍어, 가장 작은 개체가 몰린 해역을 산란지로 지목했다. 결과는 1923년 영국 왕립학회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211권 179~208쪽에 실렸다(DOI 10.1098/rstb.1923.0004).

논리는 단순하다. 유생은 자라면서 해류를 타고 흩어지므로, 가장 어린 개체가 촘촘한 지점이 출발점에 가깝다. 이후 조사에서는 몸길이 12밀리미터 미만, 곧 부화 20일이 채 안 된 유생까지 같은 해역에서 확인됐다.

📍 유생 지도가 가리키는 것  슈미트의 지도에 찍힌 것은 가장 어린 유생이 모여 있던 해역이며, 알이 나온 지점은 해류를 거슬러 되짚은 추정으로 남는다. 100년 뒤의 위성 표지가 같은 바다를 다시 겨눈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성 표지는 유럽뱀장어가 하루에 얼마나 간다고 기록했나

두 대규모 추적 연구가 내놓은 값은 하루 2.9~11.9킬로미터와 하루 3~47킬로미터로 크게 벌어진다. 2022년 연구의 아조레스 출발 개체 26마리는 평균 6.8킬로미터, 2016년 Science Advances의 추적 연구가 유럽 다섯 곳에서 표지 707개를 붙여 얻은 값은 평균 19.4킬로미터(표준편차 9.8, n=87)였다.

두 값은 같은 잣대로 잰 것이 아니다. 앞의 값은 방류지와 표지 부상 지점을 잇는 직선거리를 날수로 나눈 대지속도여서 굽이친 실제 경로가 깎여 나가고, 뒤의 값은 유럽 연안을 막 벗어난 구간이 많이 섞여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두 수치를 하나로 합치지 않고 각각의 조건과 함께 적는다.

확실한 것은 방향이다. 2016년 연구는 표지가 붙은 개체들을 합쳐 끝에서 끝까지 약 5,000킬로미터를 따라갔고, 이는 산란역까지의 거리 절반을 넘는 구간이다. 유럽뱀장어의 산란 회유는 전체로 5,000~1만 킬로미터로 추정된다.

200~1,000미터를 오르내리는 유럽뱀장어의 이동 방식

표지 기록에서 뱀장어는 낮에 깊은 층으로 내려갔다가 밤에 얕은 층으로 올라오는 일주 수직이동을 반복했고, 오간 수심은 200~1,000미터, 하루 안에 겪은 수온은 0~11도였다. 하루에 두 번 10도 안팎의 온도차를 통과하는 셈이다.

수직 왕복은 시간표를 바꾸는 장치로 읽힌다. 낮에 찬 심층에 머물면 대형 포식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성숙 속도가 늦춰지고, 산란 준비가 끝나는 시점이 뒤로 밀린다. 실제로 2016년 연구는 표지가 잡아낸 속도로 계산하면 봄 산란 성수기에 맞춰 도착할 수 있는 개체가 약 5퍼센트에 그친다고 봤다.

🧭 계산이 남긴 빈칸  나머지 개체가 이듬해를 기다리는지, 다른 시기에 산란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22년 연구는 산란 회유 기간이 18개월을 넘길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유럽을 떠난 뱀장어는 두 번째 겨울을 바다에서 나는 셈이 된다.

일본뱀장어의 알 31개가 만든 대조군

2011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조사가 서마리아나 해령 부근에서 일본뱀장어(Anguilla japonica)의 알 31개를 건져 올리면서, 태평양에서는 같은 물음에 답이 나왔다. 담수 뱀장어류의 알이 야생에서 확인된 첫 사례였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시간표였다. 조사팀은 산란이 신월 무렵에 몰린다는 규칙을 잡아낸 뒤 그 주기에 맞춰 그물을 내렸고, 알과 갓 부화한 유생, 산란 상태의 성체를 같은 해역에서 함께 확보했다. 논문은 산란이 수심 150~200미터의 비교적 얕은 층에서 일어난다고 결론지었다.

대서양 쪽에는 그 시간표가 없다. 산란역 추정 범위가 태평양 사례보다 넓고, 유럽뱀장어가 신월 주기를 같은 방식으로 쓰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태평양에서 통한 절차를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이 지금의 벽이다.

"유럽뱀장어의 산란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 — 그 뒤에 남는 물음

Q. 유럽뱀장어의 산란 장면을 노린다면 언제, 어느 수심을 봐야 하나요?

A. 유럽뱀장어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태평양의 일본뱀장어 사례에서는 신월 무렵, 수심 150~200미터 층에서 알과 갓 부화한 유생이 확보됐으므로 이 조건이 참고 기준이 됩니다. 다만 두 종은 서로 다른 바다에서 산란하므로 같은 시간표가 적용된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Q. 표지를 단 뱀장어는 왜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나요?

A. 상당수가 도중에 잡아먹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추적 연구에서는 회수된 표지 가운데 약 절반(41건)에서 포식 흔적이 확인됐고, 그중 10건(약 25퍼센트)은 연안이 아닌 대양에서 일어났습니다. 2022년 연구에서도 표지 두 개가 방류 일주일 안에 떨어졌는데, 부착 실패인지 포식인지는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Q. 유럽뱀장어와 일본뱀장어는 같은 종인가요?

A. 다른 종입니다. 유럽뱀장어는 Anguilla anguilla, 일본뱀장어는 Anguilla japonica로 같은 뱀장어속에 속하지만 산란하는 바다가 각각 대서양 사르가소해와 서태평양 서마리아나 해령 부근으로 갈립니다. 한국·일본의 식탁에 오르는 민물장어는 대개 뒤쪽 종입니다.

Q. 알을 못 봤는데 사르가소해를 산란지라고 부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A. 가장 어린 유생의 분포입니다. 슈미트가 대서양 전역에서 잡은 렙토세팔루스를 크기별로 지도에 찍었을 때 가장 작은 개체가 사르가소해에 몰렸고, 이후 조사에서 몸길이 12밀리미터 미만(부화 20일 미만) 유생까지 같은 해역에서 확인됐습니다. 2022년의 위성표지도 표지 다섯 개가 이 해역 경계 안에서 떠오르며 성체의 도달을 뒷받침했습니다.

유럽뱀장어 미스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유럽뱀장어 이야기는 흔히 "슈미트가 풀어낸 미스터리"로 소개되지만, 정작 결정적 장면은 지금도 비어 있다. 확정된 것은 유생이 사르가소해에서 가장 어리다는 사실과, 성체가 실제로 그 바다에 닿는다는 사실까지다. 산란의 순간·깊이·정확한 시기는 여전히 추정 구간에 놓여 있다.

빈칸이 남긴 부담은 보전 현장으로 곧장 넘어간다. 유럽뱀장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가장 최근 평가에서 위급(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돼 있고, 1980년대 이후 새끼 가입량이 95퍼센트 감소했다. 산란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면 무엇이 그 단계를 망가뜨리고 있는지도 좁히기 어렵다.

앞으로의 표지는 더 오래 몸에 붙어 있어야 하고, 조사선은 더 좁은 시간창을 겨눠야 한다. 직선거리로 2,275킬로미터를 따라간 기록조차 아직 마지막 한 장면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유럽뱀장어사르가소해동물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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