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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도와 37.1도, 물곰 완보동물의 두 가지 한계

글 · 세계의 생물 · · 약 10분 · 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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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질긴 동물을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이름이 나올까. 대개 1밀리미터를 넘지 않는 여덟 다리의 완보동물(緩步動物), 흔히 물곰이라 불리는 무리가 빠지지 않고 지목된다. 끓는 물에도, 진공에도, 방사선에도 견딘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실험실이 실제로 잰 숫자를 늘어놓으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같은 종이라도 몸이 말라 있느냐 물을 머금고 있느냐에 따라 한계가 40도 넘게 벌어지고, 우주 실험에서도 살아남은 조건과 그렇지 못한 조건이 뚜렷이 갈렸다.

수치 확인은 2026년 9월에 이뤄졌다. 온도 값은 Scientific Reports(2020), 유전체와 Dsup 값은 Nature Communications(2016), 우주 노출 실험은 Current Biology 18권(2008)에서 각각 가져왔고, 툰 상태가 최대 몇 년까지 유지되는지는 자료마다 값이 크게 갈려 하나로 적지 않았다.

이 글의 한 줄  말린 완보동물의 50% 치사 온도는 1시간 노출 기준 82.7도, 수분을 머금은 활동 상태에서는 37.1도다.

AI로 재현한 이끼 물방울 속에서 여덟 다리로 기어가는 완보동물 물곰의 현미경 확대 장면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완보동물은 어떻게 몸을 말려 '툰' 상태로 들어갈까

완보동물은 몸속 수분을 거의 다 내보내고 다리를 몸통 안쪽으로 접어 술통 모양으로 오그라든다. 이 형태를 툰(tun)이라 부르고, 물이 없는 조건에서 버티는 이 방식을 무수분휴면(anhydrobiosis)이라 한다. 이때 대사는 사실상 멈춰 있고, 다시 물을 만나면 몇 분에서 몇 시간에 걸쳐 몸을 펴며 활동을 재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극한 조건을 견디는 능력이 툰 상태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끼 위를 기어 다니는 평소의 물곰은 물속에서 조류나 미생물을 빨아 먹는 평범한 미소동물이다. 흔히 인용되는 놀라운 기록들은 대부분 몸을 말린 개체를 대상으로 얻은 값이다.

이름부터가 이 느린 몸을 가리킨다. 완보동물은 '느리게 걷는 동물'이라는 뜻이고, 물곰이라는 별명도 물속에서 곰처럼 뒤뚱거리며 기어가는 걸음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종이 훨씬 넘는 종이 이끼와 지의류, 흙, 바닷속 퇴적물까지 널리 퍼져 있으며, 툰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도는 종마다 다르다.

물곰은 몇 도까지 버틸까 — 82.7도와 37.1도

말린 완보동물의 절반이 죽는 온도는 노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1시간 노출에서는 82.7도, 24시간 노출에서는 63.1도였다. 네베스 연구진이 2020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실험 결과이며, 대상은 극한 내성으로 잘 알려진 라마조티우스 바리에오르나투스(Ramazzottius varieornatus)다.

수분을 머금은 활동 상태의 개체는 같은 논문에서 훨씬 낮은 온도에 무너졌다. 미리 열에 적응시키지 않은 개체의 50% 치사 온도는 37.1도, 30도에서 2시간·35도에서 2시간을 거치며 순치한 개체는 37.6도였다. 네 시간을 들여 몸을 준비시켜도 방어선이 0.5도 올라간 셈이다. 연구진이 이 실험을 기후 문제와 함께 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기를 머금고 활동하는 동안 이 동물이 견딜 수 있는 온도 폭은 좁다.

같은 동물, 다른 숫자  노출 시간을 1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는 것만으로 말린 개체의 50% 치사 온도는 82.7도에서 63.1도로 내려간다. 온도 기록을 옮길 때 시간과 상태를 함께 적지 않으면 같은 숫자가 전혀 다른 주장이 된다.

우주 진공에서 살아남은 완보동물, 태양 자외선 앞에서는 달랐다

완보동물은 지구 저궤도의 진공을 10일 동안 견디고 돌아왔다. 2007년 9월 유럽우주국의 노출 장치 바이오판-6(Biopan-6)에 실려 포톤-M3 위성으로 올라간 시료는 고도 258~281킬로미터에서 우주 공간에 그대로 노출됐고, 진공만 겪은 개체들의 생존 양상은 지상에 남은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바이오판은 위성 바깥에 달려 뚜껑을 여닫는 방식으로 시료를 우주 공간에 그대로 내놓는 노출 장치다.

진공이 생물에게 치명적인 것은 몸에 남은 수분을 끝까지 뽑아내기 때문이다. 이미 물을 버리고 툰으로 들어간 동물에게는 새로 빼앗길 물이 거의 없고, 그래서 진공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는 이 동물을 죽이지 못했다.

실험에 오른 종은 릭테르시우스 코로니페르(Richtersius coronifer)와 밀네시움 타르디그라둠(Milnesium tardigradum) 두 가지였다. 결과를 가른 변수는 진공이 아니라 태양 자외선이었다. 자외선까지 함께 받은 시료에서는 생존이 크게 떨어졌고, 가장 가혹한 파장 조건에서는 밀네시움 타르디그라둠 세 개체만 살아 돌아왔다. 이 실험은 TARDIS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옌손 연구진이 Current Biology 18권 R729~R731쪽(2008)에 보고했다.

Dsup 단백질은 사람 세포도 방사선에서 지켜 줄까

완보동물 고유 단백질 Dsup을 발현시킨 사람 배양세포에서는 X선으로 생긴 DNA 손상이 약 40% 줄었다. 하시모토 연구진이 2016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은 결과로, 손상 정도를 재는 코멧 분석에서 꼬리 쪽으로 흘러나온 DNA 비율이 대조 세포 33%에 견줘 Dsup 발현 세포는 16%에 그쳤다.

하시모토 연구진은 같은 논문에서 라마조티우스 바리에오르나투스의 유전체를 55.8메가염기쌍 규모로 해독하면서, 단백질 코딩 유전자 19,521개 가운데 외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234개, 즉 1.2% 이하라고 적었다. 이 무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단백질 쪽에 극한 내성의 열쇠가 있다는 방향을 가리키는 수치다.

어디까지 확인된 이야기인가  Dsup의 방사선 저항 효과는 배양접시 위의 사람 세포에서 측정된 값이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몸에 적용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는 보고는 나오지 않았다.

완보동물에 관해 자주 갈리는 대목

Q. 물곰은 어디에 가면 직접 볼 수 있나요?

A. 담벼락이나 보도블록 틈의 이끼, 나무껍질의 지의류가 가장 흔한 채집처다. 마른 이끼를 물에 몇 시간 불린 뒤 가라앉은 찌꺼기를 배율 40~100배 정도의 현미경으로 보면 느리게 기어가는 개체를 찾을 수 있다.

Q. 물곰이 우주에서 활동하거나 번식할 수 있나요?

A. 아니다. 우주 실험에서 살아남은 것은 대사를 멈춘 툰 상태의 개체이고, 먹고 움직이고 알을 낳는 활동은 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만 지구로 돌아온 뒤 물을 준 개체 가운데 일부는 되살아나 알을 낳았다고 보고됐다.

Q. 물곰을 집에서 기를 수 있나요?

A. 이끼를 물에 불려 며칠간 관찰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오래 유지하려면 먹이가 되는 미세조류와 수질을 함께 관리해야 해서, 연구실 밖에서 세대를 이어 기르기는 쉽지 않다.

Q. 온도 기록을 볼 때 무엇을 함께 확인해야 하나요?

A. 개체가 말린 툰 상태였는지 활동 상태였는지, 노출 시간이 얼마였는지, 어느 종을 대상으로 했는지 세 가지다. 같은 종·같은 툰 상태에서도 1시간 노출은 82.7도, 24시간 노출은 63.1도로 20도 가까이 벌어진다.

완보동물이 알려 주는 것과 알려 주지 않는 것

완보동물의 기록을 정직하게 옮기려면 숫자마다 조건을 함께 들고 가야 한다. 82.7도는 말린 개체를 1시간 데웠을 때의 값이고, 37.1도는 물을 머금은 개체의 값이며, 10일간의 진공 생존은 자외선을 막아 준 조건에서 나온 결과다. 조건을 함께 적을 때에만 이 숫자들이 같은 동물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상태와 시간과 종을 지운 숫자는 원래 주장보다 늘 커지는데, 그 습관이 필요한 것은 이 동물의 기록만이 아니다.

남은 질문도 분명하다. 툰 상태가 자연에서 최대 몇 년까지 유지되는지, Dsup 말고 어떤 단백질들이 같은 일을 나눠 맡는지, 자외선이 정확히 무엇을 망가뜨려 우주 실험의 생존을 갈랐는지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1밀리미터도 안 되는 동물이 여전히 실험실의 숙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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