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고 밤에만 움직이는 뉴질랜드 앵무새 카카포는 2026년 9월 1일 개체수 325마리를 기록했다. 회복 사업이 시작된 1995년의 51마리에서 여섯 배 넘게 늘어난 숫자이자, 개체 하나하나에 이름과 유전체 정보가 따라붙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복원 사업의 중간 성적표다.
앵무새라고 하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를 떠올리기 쉽지만, 카카포는 날개를 펴도 날지 못한다. 대신 굵은 다리로 숲 바닥을 걸어 다니고, 나무에 오를 때는 부리와 발톱을 갈고리처럼 쓴다. 땅 위에 쫓아올 것이 없던 환경에서 몸이 무거워지고 날개를 덜 쓰는 쪽으로 진화한 결과다.
뉴질랜드에는 오랫동안 땅에 사는 포유류 포식자가 없었다. 밤에 조용히 걷고 위험을 만나면 그 자리에 얼어붙는 카카포의 습성은 그 환경에서 아주 잘 먹히는 전략이었다. 사람이 들여온 고양이와 담비, 쥐가 상륙한 뒤 그 전략이 정확히 반대로 작동하면서, 카카포는 20세기 중반 사라지기 직전까지 몰렸다.
카카포는 밤에 숲 바닥을 걸어 다니는 앵무새다
카카포는 해가 진 뒤에 움직이며 이동을 전적으로 걸음에 의존한다. 뉴질랜드 환경보전부(DOC)의 종 소개는 카카포를 올빼미를 닮은 얼굴과 뒤뚱거리는 걸음을 가진 크고 초록빛인 날지 못하는 앵무새이자 가장 무거운 앵무새 종으로 설명하며, 수컷의 몸무게가 최대 4킬로그램까지 나간다고 적는다. 같은 자료는 60년에서 90년을 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새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인다.
번식 방식도 앵무새 중에서 유일하다. 수컷들이 능선에 그릇 모양으로 땅을 파고 모여 앉아 저음의 울림소리를 몇 시간씩 내보내는 렉(lek) 구애를 하는데, 앵무새 가운데 이런 방식을 쓰는 종은 카카포뿐이라고 DOC는 밝힌다. 이 소리는 수 킬로미터 밖까지 퍼지지만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암컷이 소리의 주인을 찾아가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보호 노력의 역사도 짧지 않다. DOC 종 소개는 카카포 보호 시도가 1894년에 시작됐다고 적는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실패가 쌓였고, 지금의 회복 사업은 그 실패를 하나씩 되짚어 만든 결과물이다.
카카포는 왜 몇 년에 한 번만 번식하나
번식 주기를 정하는 것은 카카포가 아니라 리무 나무다. 카카포는 리무를 비롯한 나무가 한꺼번에 열매를 대량으로 맺는 해에만 번식에 들어간다. 새끼를 키울 만큼 먹이가 넘치는 해를 골라 한 번에 힘을 쏟는 방식이라, 번식은 2년에서 4년에 한 번꼴로 돌아온다.
대량 결실(마스팅)은 나무 쪽에서 보면 씨앗을 먹는 동물의 수를 굶겨 줄인 뒤 한 해에 몰아서 씨를 뿌리는 전략이다. 카카포는 그 리듬에 자기 번식을 맞췄다. 문제는 이 리듬이 회복 속도의 상한선이 된다는 점이다. 개체를 아무리 잘 보호해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새끼가 태어나지 않는다.
번식기가 열려도 한 배에 한 마리 대부분의 어미 카카포는 한 시즌에 새끼 한 마리를 길러 낸다. 번식기가 4년 만에 돌아오는 해에 어미 한 마리가 남기는 자손이 한 마리라는 뜻이라, 개체수 곡선이 계단처럼 층을 이루며 올라간다.
2026년 번식기에 새끼 90마리가 독립 단계를 넘었다
2026년 번식기에는 새끼 90마리가 150일을 넘겨 공식 개체수에 올랐다. 150일은 어린 카카포가 독립했다고 보는 기준선이다. 뉴질랜드 공영방송 RNZ가 2026년 9월 1일 전한 집계에 따르면 이 시즌에 알 258개가 나왔고 그중 106마리가 부화했으며,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번식기로 남았다.
개체수는 한 번에 235마리에서 325마리로 뛰었다. 관련 보도는 RNZ의 개체수 325마리 보도에서 볼 수 있고, DOC 역시 카카포 회복 사업 공식 페이지에 현재 살아 있는 카카포가 325마리라고 적고 있다. 시즌이 진행되던 도중에 나온 보도들은 이보다 작은 수치를 실었는데, 집계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16년 걸리던 일을 한 시즌에" RNZ에 인용된 카카포 회복 사업 운영 책임자 데이드리 버코는 "회복 사업 초기에는 새끼 90마리를 만드는 데 16년쯤 걸렸는데, 그걸 한 시즌에 해냈다"고 말했다. 같은 보도에서 과학 자문 앤드루 딕비는 과거처럼 집중적으로 손대는 관리를 조금 덜어내는 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 1995년 | 51마리 — 카카포 회복 사업 출범 시점 |
|---|---|
| 2015년 | 125마리 — 전 개체 유전체 사업 카카포125+ 출발 |
| 2022년 | 252마리 — DOC 유전체 사업 페이지 표기 |
| 2026년 번식기 직전 | 235마리 |
| 2026년 9월 1일 | 325마리 — 회복기 들어 가장 많은 수 |
카카포 325마리의 유전체를 왜 전부 읽나
유전체를 읽는 목적은 번식 실패를 줄이는 데 있다. DOC가 운영하는 카카포125+ 사업 페이지는 살아 있는 모든 카카포와 최근 죽은 주요 개체의 유전체를 읽는 것이 목표이며, 회복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인 불임과 질병을 다루기 위해 유전적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사업의 큰 목적이라고 밝힌다.
사업 이름의 125는 2015년 사업이 시작될 때 살아 있던 카카포 수에서 왔다. 같은 페이지는 제인이라는 개체로 만든 기준 유전체 1건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읽은 집단 유전체 171건, 합쳐서 172건의 서열을 확보했다고 적는다. 개체수가 325마리로 늘어난 지금은 새로 태어난 세대가 그다음 대상이 된다.
수가 적은 집단에서는 가까운 친척끼리 짝이 되기 쉽고, 그러면 무정란과 부화 실패가 늘어난다. 어느 개체와 어느 개체를 만나게 할지를 감이 아니라 유전체 정보로 정할 수 있으면, 같은 수의 알에서 더 많은 새끼를 얻을 수 있다. 개체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리의 최소 단위가 개체 한 마리이기 때문이다.
카카포는 포식자 없는 섬과 울타리 보호구역에만 남았다
야생 카카포가 사는 곳은 사람이 포식자를 없앤 땅뿐이다. DOC는 카카포가 보호된 앞바다 섬들과 울타리로 둘러싼 본토 보호구역에서만 산다고 밝히며, 보전 등급은 국내 최고 위기 단계인 '위협 — 국가적 위급'으로 분류한다.
2026년 번식은 세 곳의 섬에서 이뤄졌다. RNZ에 따르면 그중 두 곳은 피오르드랜드에 있고, 나머지 한 곳은 스튜어트섬 근처의 웨누아호우(코드피시섬)다. 한곳에 몰아 두지 않는 것은 화재나 질병, 포식자 상륙 같은 사고 하나가 종 전체를 끝내지 못하게 하려는 배치다.
카카포를 둘러싼 오해와 사실
Q. 카카포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A. 일반 방문객이 야생 카카포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카카포가 사는 섬들은 포식자 유입을 막기 위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며, 상륙에는 허가와 검역 절차가 따릅니다. 새의 근황은 DOC가 공개하는 회복 사업 소식과 영상으로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다른 나라 동물원에서도 카카포를 볼 수 있나요?
A. 없습니다. DOC 설명대로 카카포는 뉴질랜드의 보호 섬과 울타리 보호구역에서만 살고 있어, 해외 동물원에 전시된 개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표본이나 박제를 소장한 박물관은 여러 나라에 있습니다.
Q. 카카포는 얼마나 오래 사나요?
A. DOC 종 소개는 60년에서 90년을 산다고 적으며, 새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축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수명이 길다는 것은 한 해 번식에 실패해도 만회할 기회가 남는다는 뜻이라, 느린 회복 속도를 버티게 해 주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Q. 카카포는 무엇을 먹나요?
A. 잎과 씨앗, 열매, 뿌리, 나무껍질 같은 식물성 먹이를 먹는 초식성 앵무새입니다. 번식 여부를 좌우하는 리무 열매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며, 사육 관리에서는 열매가 부족한 해에 보충 사료를 주는 방식이 함께 쓰입니다.
카카포 회복 사업이 아직 닫지 못한 문제
가장 급한 문제는 카카포를 더 둘 땅이다. 번식이 이뤄진 세 곳의 섬은 이미 수용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고, 새로 옮길 만큼 포식자를 완전히 몰아낸 땅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개체가 늘수록 다음 번식기를 받아 낼 공간을 어디에 마련할지가 더 큰 문제로 올라온다.
불임과 질병이라는 오래된 병목도 그대로 남아 있다. 유전체 자료가 짝짓기 조합을 고르는 데 쓰이기 시작했지만, 무정란 비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번식기에서 확인될 문제다. 사업이 스스로 다음 과제를 불임과 질병으로 적어 둔 것도 그 때문이다.
2026년 9월에 DOC의 회복 사업 페이지와 카카포125+ 사업 페이지, 그리고 같은 달 RNZ 보도를 나란히 열어 수치를 맞춰 봤다. 번식기 도중에 나온 알과 부화 수치는 집계 시점에 따라 자료마다 달라, 시즌 종료 후 집계만 본문에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