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확인하고 갈 것
- 1904년 문을 연 그리트비켄 포경기지는 1965년 조업을 끝으로 폐쇄됐다.
- 2003년 시작된 정부 철거 사업이 석면과 위험 구조물을 걷어내면서, 이곳은 사우스조지아섬에서 방문객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포경기지가 됐다.
- 2018년 5월 18일 사우스조지아는 설치류 청정 지역으로 선언됐고, 물개와 새가 돌아온 시기는 그 정비 기간과 겹친다.
붉게 부푼 기름탱크의 철판이 바람에 덜컹거리고, 그 아래 자갈밭에는 새끼 물개 한 마리가 배를 깔고 누워 있다. 무너진 작업장 문틈으로는 킹펭귄이 뒤뚱거리며 지나간다.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섬의 옛 포경기지 그리트비켄에서 찍힌 사진은 대개 이런 구도이고, 대개 야생이 산업 설비를 통째로 물려받았다는 설명이 함께 붙는다. 그런데 이 풍경이 사람이 손을 뗀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트비켄의 포경기지는 언제, 왜 문을 닫았을까
1904년 문을 연 그리트비켄 포경기지는 1965년 시즌을 끝으로 조업을 멈췄고, 직접적인 이유는 잡을 고래가 남지 않은 데 있었다. 노르웨이 선장 칼 안톤 라르센은 1902년 이 만을 포경기지 적지로 점찍었고, 2년 뒤 돌아와 섬의 첫 기지를 세웠다.
운영 주체는 한 곳이 아니었다. 라르센이 이끈 콤파니아 아르헨티나 데 페스카에서 앨비언 스타로 넘어갔고, 마지막 두 시즌은 일본 기업 교교 가부시키가 맡았다. 섬에는 그리트비켄을 포함해 일곱 곳의 포경기지가 들어섰다.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기록도 남아 있다. 사우스조지아·사우스샌드위치제도 정부(GSGSSI)의 포경기지 안내는 기록상 가장 큰 흰긴수염고래로 믿어지는 33.8m 개체가 초기 조업 시기에 이곳으로 올라왔다고 적는다.
그리트비켄이 다시 안전해지기까지 사람은 무엇을 했을까
2001년 기지 주변의 공기 중 석면 농도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2003년 유해물질과 위험 구조물을 걷어내는 대규모 사업을 시작했다. 시공은 모리슨(포클랜드)사가 맡았다.
이 공사는 필요하다고 판단된 유해물질과 구조물을 제거하는 방식이었고, 눈에 띄던 건물 상당수가 이때 사라졌다. GSGSSI는 같은 안내에서 이 작업이 기지를 방문객에게 완전히 닫아걸어야 하는 상황을 막았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그리트비켄은 섬에서 사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유일한 포경기지가 됐고, 박물관·교회·묘지는 지금도 열려 있다. 나머지 기지는 붕괴 위험과 석면 때문에 법으로 출입이 막혀 있다.
사우스조지아에서 쥐를 없앤 10만 헥타르 작전은 무엇을 되돌렸을까
2011·2013·2015년 세 차례 미끼 살포로 10만 헥타르가 넘는 땅에서 설치류가 사라졌고, 2018년 5월 18일 사우스조지아는 설치류 청정 지역으로 선언됐다. 쥐와 생쥐는 초기 물개잡이 원정대의 배에 실려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노린 것은 땅에 둥지를 트는 새였다. GSGSSI의 설치류 근절 사업 페이지에 따르면 섬 고유의 사우스조지아 흰죽지오리(South Georgia pintail)는 번식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우스조지아 밭종다리(South Georgia pipit)는 멸종 위협에 놓였으며 여러 슴새·바다제비류도 타격을 입었다.
사업은 사우스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가 이끌고 GSGSSI가 지원했다. 10년에 걸친 모금으로 1,000만 파운드를 마련했고, 정리한 면적은 이전 최대 기록이던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섬(1만 2,780헥타르)의 여덟 배가 넘는다. 정부 페이지는 이 면적을 "10만 헥타르가 넘는다"로, 트러스트는 10만 8,723헥타르(1,087km²)로 적는다. 이 글의 소제목과 요약에 쓴 10만 헥타르는 앞의 표기를 따른 것이다.
2017~2018년 최종 조사에서는 설치류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고, 흰죽지오리와 밭종다리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 마지막 확인은 개가 했다 사우스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의 발표에 따르면, 종료 판정을 위한 정밀 조사에서 설치류 탐지견 세 마리가 도합 2,420km를 훑었고 이들을 이끈 핸들러 두 명은 1,608km를 걸었다.
| 1904년 | 라르센이 그리트비켄에 섬 최초의 포경기지를 세움 |
|---|---|
| 1965년 | 조업 종료, 기지 폐쇄 |
| 2003년 | 정부 주도 유해물질·위험 구조물 철거 착수 |
| 2011·2013·2015년 | 설치류 근절을 위한 세 차례 미끼 살포 |
| 2018년 5월 18일 | 사우스조지아 설치류 청정 선언 |
남극물개의 회복 곡선은 버드섬에서 한 번 꺾였다
사우스조지아 북서쪽 버드섬의 남극물개 개체군은 2009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포카다 등이 2023년 학술지 Global Change Biology(29권 6867~6887쪽, DOI 10.1111/gcb.16947)에 낸 논문은 90년치 자료를 통합 개체군 모형으로 재구성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종은 1907년까지 상업적 멸종 수준으로 사냥당한 뒤 되살아나, 현재 개체수가 가장 많은 물갯과 동물이 됐다. 저자들은 가장 최근의 종합 조사 자료를 적용해 2007~2009년 사우스조지아의 개체수를 351만 283마리(95% 신뢰구간 314만 548~391만 9,604마리)로 추정했고, 이를 전 세계 개체군의 약 98%로 봤다.
반면 버드섬에서는 50년의 지수적 증가와 25년의 느린 안정적 성장을 지나 2009년 개체군이 무너졌고, 이후 연 -7.2%(-5.2~-9.1) 속도로 줄어 1970년대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 감소율의 적용 범위는 버드섬이며, 그리트비켄 앞바다 무리를 따로 센 최신 값은 확인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이 흐름이 크릴 부족과 연동된 기후·해수면온도 주기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적으면서도, 상업 어획과 자연 경쟁자의 몫이 얼마나 되는지는 불확실하게 남겨 두었다.
다른 종에서는 더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기록됐다. 뱀퍼드 등이 2025년 Communications Biology(DOI 10.1038/s42003-025-09014-7)에 보고한 바로는, 2023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도달한 뒤 사우스조지아에서 가장 큰 번식 해변 세 곳의 남방코끼리물범 번식 암컷이 2022년 대비 2024년에 47%(표준편차 14.2%) 줄었다. 남방코끼리물범은 남극물개와 계통이 다른 물범과 동물이므로, 이 47%는 앞의 버드섬 감소율과 별개의 집계다.
세는 일 자체도 간단하지 않다. 콜먼 등이 2026년 Ecology and Evolution(DOI 10.1002/ece3.73209)에 낸 연구는 남극물개 암컷 상당수가 키 큰 툭삭 풀숲으로 들어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탓에 육안 조사에서 가려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열화상 센서를 단 드론을 대안으로 시험했다.
그리트비켄이 남긴 것과 남기지 못한 것
그리트비켄의 지금 풍경은 인간이 물러난 자리라기보다, 인간이 치우고 관리해 온 자리에 가깝다. 석면을 걷어낸 것도, 200년 넘게 눌러앉은 설치류를 몰아낸 것도, 어느 기지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정하고 집행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일이다.
동시에 그 관리가 닿지 않는 축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크릴이 줄어든 바다에서 개체군은 내려앉았고, 새로운 병원체가 배와 새를 따라 아남극까지 도착했다. 녹슨 탱크 옆에 누운 물개 사진 한 장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회복과 감소가 같은 섬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2026년 9월 현재 공개돼 있는 자료만 놓고 보면, 폐쇄·철거 연도와 설치류 근절 선언의 근거는 GSGSSI 공식 페이지이고 개체수 추세의 근거는 포카다 등(2023)과 뱀퍼드 등(2025)의 초록이다. 포카다·뱀퍼드 논문의 본문은 열어보지 못해 초록에 실린 값과 저자들이 붙인 한정만 옮겼고, 그리트비켄 앞바다에 모이는 무리의 최근 개체수는 후속 조사에서 다시 확인할 지점으로 남겨 둔다.
그리트비켄 방문 전 짚어둘 것
Q. 그리트비켄에는 일반 여행자도 들어갈 수 있나요?
A. 들어갈 수 있습니다. 2003년 철거 사업 덕분에 사우스조지아의 옛 포경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방문이 허용된 곳이며, 사우스조지아 박물관과 교회, 묘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섬 자체가 정기 여객 노선이 없는 곳이라 실제 접근은 남극권을 도는 원정 크루즈나 요트를 통해 이뤄지고, 상륙에는 정부가 정한 방문 규칙과 방역 절차가 적용됩니다.
Q. 다른 포경기지는 왜 접근이 막혀 있나요?
A. 구조물이 극도로 위험한 상태이고 상당량의 석면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GSGSSI는 후스비크·스트롬네스·레이스·프린스올라프 기지에 대해 부두를 포함한 출입을 금지하고, 공기 중 석면 노출과 부상을 막기 위해 각 부지 둘레에 200m 안전 출입금지 구역을 두고 있습니다. 허가 없이 들어가면 범죄로 취급되며,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정부에 별도 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Q. 섀클턴의 무덤이 왜 그리트비켄에 있나요?
A. 그가 사우스조지아에서 숨졌기 때문입니다. 사우스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의 설명에 따르면 어니스트 섀클턴은 1922년 마지막 남극 원정인 퀘스트 원정 도중 그리트비켄에 기항했고, 그날 밤 배 안 선실에서 사망해 이후 그리트비켄 묘지에 묻혔습니다. 1916년 인듀어런스호 조난 당시 그가 구조를 요청하러 도착한 곳도 같은 섬의 스트롬네스 기지였습니다.
Q. 설치류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은 없나요?
A.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GSGSSI는 관광·연구·어업·물류로 사람의 활동이 늘어난 만큼 재유입 위험이 상존한다고 보고, 방문객용·선박용·화물 포장용·이상 폐사 대응용 표준운영절차를 따로 운영합니다. 옷가지나 장비, 화물이 씨앗과 무척추동물, 병원체를 옮길 수 있어서 탐지견 운용과 상륙 이후 모니터링도 절차에 포함돼 있습니다.
Q. 그리트비켄 앞바다의 물개도 줄고 있다는 뜻인가요?
A. 연 -7.2%라는 감소율은 버드섬 개체군을 대상으로 산출된 값이고, 그리트비켄 일대 무리를 따로 집계한 최근 수치는 공개 자료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남극물개는 키 큰 툭삭 풀숲에 들어가 있으면 육안 조사에서 빠지기 때문에, 특정 만의 개체수를 눈으로 어림하는 방식 자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