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짚는 세 가지
- 1989년 미 해군 수중 청음망에 잡힌 약 52헤르츠짜리 울음은 알려진 고래들의 주요 발성 대역과 겹치지 않았다.
- 12년 추적에서 이 소리는 한 시즌에 708킬로미터만 이어진 해도, 11,062킬로미터를 이동한 해도 있었다.
- 청음망이 확인한 것은 매 시즌 한 곳에서만 같은 특징의 울음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북태평양에서 한 시즌 동안 11,062킬로미터를 이동한 소리가 있다. 1989년 미 해군 청음망에 처음 걸린 뒤 12년에 걸쳐 추적된 이 울음의 주파수는 약 52헤르츠로, 대왕고래나 참고래가 주로 쓰는 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같은 특징의 울음은 매 시즌 단 한 곳에서만 잡혔고, 그 기록이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을 만들었다. 왓킨스 연구팀이 논문에 적은 값은 50~52헤르츠 대역에 강조가 실린 울음이다. 널리 쓰이는 '52헤르츠'는 그 범위의 위쪽 값이며, 아래에서도 관례를 따라 52헤르츠로 줄여 적는다.
52헤르츠 고래는 어떻게 냉전 감시망에 걸렸나?
소련 잠수함을 감시하려고 미 해군이 해저에 깔아 둔 수중음향감시체계(SOSUS·해저 청음기 네트워크)가 1989년 이 소리를 처음 붙잡았다. 냉전이 끝나며 이 체계가 부분적으로 기밀 해제되자, 잠수함을 찾던 데이터에 해양생물학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분석을 맡은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윌리엄 왓킨스는 1950년대에 윌리엄 셔빌과 함께 해양포유류 음향 분야를 연 인물이다. 그는 메리 앤 데이허, 조지프 조지, 데이비드 로드리게스와 함께 잠수함용 청음기를 고래 추적 장비로 바꿔 썼다.
이 감시망이 애초에 노린 대역은 낮은 쪽이었다. 낮은 소리일수록 바닷속에서 멀리 퍼져 원거리 탐지에 유리한데, 대형 수염고래의 울음도 마침 같은 대역에 놓여 있다. 잠수함을 찾으려 만든 장비가 고래의 계절 이동까지 함께 기록하게 된 배경이다. 52헤르츠 울음이 개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수십 년치 자료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겹침 덕이다.
북태평양 12년 추적이 남긴 이동 기록
추적 기록에 따르면 이 소리는 해마다 8월에서 12월 사이에 나타나 캘리포니아 앞바다부터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까지 북태평양을 넓게 돌아다녔다. 하루 이동 거리는 31~69킬로미터였고, 시즌이 끝날 무렵인 이듬해 1~2월까지 감시가 이어졌다.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정리한 추적 기록을 보면 한 시즌에 이어진 거리는 708킬로미터에 그친 해가 있는가 하면 2002~2003년 시즌에는 11,062킬로미터에 이르렀다. 두 값의 차이가 왜 이렇게 큰지를 공개된 요약은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같은 글에서 "이 넓은 바다에 이런 개체가 하나뿐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1년 내내 면밀히 감시했는데도 이런 특징의 울음은 다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12년치 추적은 2004년 《Deep-Sea Research Part I》 51권 1889~1901쪽에 실렸다(DOI 10.1016/j.dsr.2004.08.006).
52헤르츠라는 높이는 얼마나 특이한가?
대왕고래와 참고래의 울음이 주로 놓이는 대역과 견주면 52헤르츠는 대략 두 배 위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두 종의 대역을 15~25헤르츠로 적었고, 관측된 폭 전체를 기준으로 10~39헤르츠로 정리한 자료도 있다. 앞의 값은 울음이 몰리는 구간, 뒤의 값은 확인된 범위 전체를 가리킨다.
88건반 피아노로 옮기면 52헤르츠는 가장 낮은 쪽에서 열두 번째 건반(G#1) 언저리다. 사람의 가청 범위에는 들어가지만 바닥에 가깝고, 고래 쪽 기준으로는 오히려 높은 소리다. 발성 대역이 이만큼 어긋나면 같은 종끼리도 서로의 노래로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 별명의 전제였다.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이 딛고 선 전제
별명의 근거는 두 가지 관측이다. 같은 특징의 울음이 매 시즌 한 곳에서만 잡혔다는 것, 그리고 그 소리에 응답하는 다른 울음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관측 모두 청음기 기록으로 뒷받침된다.
응답이 잡히지 않았다는 기록과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기록은 같지 않다. 청음망은 소리를 낸 개체만 셀 수 있고, 소리를 내지 않은 채 함께 헤엄친 개체는 애초에 세지 못한다. 청음기 자료가 답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서 끝난다.
✨ 덧붙이는 관점 코넬대의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이 개체의 노래가 전형적인 대왕고래 노래의 특징을 상당 부분 공유하며 다른 고래들이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2015년 기사가 전한 발언이다.
유력 후보로 떠오른 대왕고래·참고래 잡종
미국 캐스캐디아 연구협회는 대왕고래와 참고래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개체를 유력한 후보로 본다. 이 단체가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해당 개체는 1995년에 처음 문서화됐고,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28.1일 동안 위성 태그가 붙었다.
태그를 붙인 이듬해 조사에서 이 잡종은 대왕고래 15~25마리 사이에서 먹이를 먹었고, 그중 한 마리와는 바짝 붙어 다녔다. 다만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녹음자료로 52헤르츠 울음과 맞춰 보려던 시도는 결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캐스캐디아 연구협회가 이 개체에 붙인 식별번호는 CRC-BM-3330/CRC-BP-114다. 이 잡종을 소리의 주인 후보로 다룬 2021년 다큐멘터리 《가장 외로운 고래: 52를 찾아서》가 공개되면서 이야기는 학계 밖으로 크게 번졌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2010년에는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서로 멀리 떨어진 센서들이 52헤르츠와 비슷한 패턴의 울음을 잡았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존 힐데브란트는 여러 개체가 노래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스미스소니언 매거진 2015). 그 뒤로 공개된 결정적 후속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 후보 설명 | 뒷받침하는 관측 | 아직 비어 있는 자리 |
|---|---|---|
| 발성이 유별난 단일 개체 | 매 시즌 한 곳에서만 같은 특징의 울음이 탐지됨 | 종을 특정할 관찰·표본 기록이 없음 |
| 대왕고래·참고래 잡종 | 1995년부터 기록된 잡종 개체가 실재하고 위성 태그로 이동이 확인됨 | 녹음 대조가 결론에 이르지 못함 |
| 발성기관의 변이 | 알려진 종의 대역을 벗어난 주파수를 설명할 수 있음 | 개체를 직접 관찰하거나 검사한 기록이 없음 |
52헤르츠 고래가 남긴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청음 기록의 한계다
1989년 이후 이 울음은 얼굴도 표본도 없이 데이터로만 존재해 왔다. 확실한 것은 주파수와 계절, 이동 경로뿐이고 종·성별·나이 칸은 여전히 비어 있다. 잡종설이 맞는다면 그 개체는 무리 속에서 먹이를 먹던 고래가 된다.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도 그 소리가 바다에 있는가. 공개된 정리는 2004년까지의 추적을 담고 있고, 그 뒤의 칸은 비어 있다. 소리 하나로 한 개체의 40년 가까운 시간을 따라간 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점도 이 기록의 값어치다.
수치와 추적 기록은 우즈홀 해양연구소 소식지 《오세아너스》와 캐스캐디아 연구협회 페이지에서 2026년 8월에 대조했다. 대왕고래의 발성 대역은 자료마다 15~25헤르츠와 10~39헤르츠로 갈려, 여기서는 각 값이 무엇을 잰 것인지 함께 적는 쪽을 택했다.
52헤르츠 고래, 남은 물음에 답한다
Q. 52헤르츠 고래를 눈으로 확인한 사람이 있나요?
A. 공개된 자료에서 이 울음의 주인을 직접 보고 촬영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추적은 전부 소리로만 이뤄졌습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잡종 개체는 관찰·태그 기록이 있지만, 그 개체가 이 울음의 주인인지 가리는 대조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Q. 지금도 이 울음이 잡히고 있나요?
A. 공개된 정리는 1989년부터 2004년까지의 탐지와 추적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같은 울음이 계속 잡히는지는 이번에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Q. 52헤르츠는 다른 고래에게 아예 들리지 않나요?
A. 코넬대의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이 개체의 노래가 전형적인 대왕고래 노래의 특징을 많이 공유하며 다른 고래들이 들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스미스소니언 매거진 2015). 다만 그 노래가 같은 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지까지 밝힌 자료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Q. 대왕고래와 참고래 사이에서 잡종이 실제로 태어나나요?
A. 캐스캐디아 연구협회는 1995년부터 기록해 온 잡종 개체에 2015년 위성 태그를 붙여 28.1일 동안 이동을 추적했습니다. 두 종 사이의 잡종은 드물지만 실제로 확인되는 사례입니다.
Q. 고래가 정말 외로움을 느끼는지 알 수 있나요?
A. 고래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소리 기록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가장 외로운 고래'는 울음이 한 곳에서만 잡혔다는 관측에서 나온 별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