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바닥에 지름 몇 밀리미터짜리 투명한 해파리 갓이 주저앉아 있다. 며칠 전까지 물속을 떠다니며 촉수를 뻗던 성체 해파리다. 굶주림이나 상처,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를 겪은 이 개체는 헤엄을 멈추고 몸을 오므리더니 덩어리로 뭉쳐 바닥에 달라붙었다.
며칠 뒤 그 자리에서 자라난 것은 죽은 해파리의 잔해가 아니었다. 해파리가 되기 전 단계, 바위에 붙어 가지를 뻗는 폴립이었다. 성체가 유생기로 되돌아간 것이다.
Q. 투리토프시스 도르니는 정말 죽지 않을까
A. 성체가 다시 폴립으로 돌아가는 역발생은 1996년 학술지 Biological Bulletin에 처음 보고됐고, 실험실에서는 한 개체가 이 과정을 10회까지 반복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A. 다시 감기는 범위는 노화 시계까지입니다. 포식과 질병 앞에서는 보통 해파리와 처지가 같고, 같은 속의 형제종은 이 재주를 부리지 못합니다.
투리토프시스 도르니는 성숙한 뒤에도 폴립으로 돌아간다
투리토프시스 도르니는 생식이 가능한 성체가 된 뒤에도 몸을 허물어 어린 단계인 폴립 군체로 되돌아갈 수 있다. 피라이노와 보에로 연구팀이 1996년 Biological Bulletin 190권 3호(302~312쪽)에 보고한 내용으로, 갓 떨어져 나온 어린 개체부터 성적으로 성숙한 개체까지 모든 단계에서 이 전환이 관찰됐다. 성숙을 마친 뒤 군체 형태로 되돌아간 동물은 그때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절제 실험은 조건도 함께 짚었다. 갓 바깥쪽 표피와 위수관계(먹이를 소화·운반하는 통로)의 일부가 남아 있어야 전환이 일어났고, 그 조직을 떼어내면 되돌아가지 못했다. 되감기에는 남아 있어야 할 조직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이름 표기에도 사연이 있다. 1996년 논문은 대상을 투리토프시스 누트리쿨라로 적었지만, 이후 분류가 정리되면서 지중해에서 회춘이 확인된 이 개체군은 투리토프시스 도르니로 불린다. 국내 자료에 두 학명이 뒤섞여 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인 시점은 2026년 8월이다. 가주사 DNA연구소가 2022년 공개한 유전체 조립본까지는 원문에서 수치를 직접 옮겼고, 유료로 묶인 2022년 PNAS 논문은 초록과 학술지 정정 공지에 드러난 범위 안에서만 인용했다.
도르니의 회춘을 여는 열쇠는 전분화라는 세포 전환이다
되돌아감의 실체는 이미 제 역할이 정해진 세포가 다른 종류의 세포로 직접 바뀌는 전분화(분화를 끝낸 세포가 다른 세포로 전환되는 현상)다. 근육세포가 신경세포로, 신경세포가 다시 다른 세포로 옮겨 가는 식이다.
과정의 중간에는 낭종이라 불리는 단계가 있다. 헤엄을 멈춘 성체는 촉수를 흡수하며 오그라들어 분화가 흐려진 세포 덩어리가 되고, 이 덩어리가 바닥에 붙어 폴립으로 다시 자란다. 겉으로는 죽어가는 것과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실제로 회춘 사례가 오랫동안 폐사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지적돼 왔다.
전분화가 진행되는 속도도 만만치 않다. 가주사 DNA연구소 연구진은 이 변신을 붙잡기 위해 아홉 개 발생 단계의 mRNA를 51시간에 걸쳐 나눠 채취했다. 사흘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몸의 설계가 뒤바뀌는 셈이다.
형제종 투리토프시스 루브라는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한다
투리토프시스 루브라에서는 같은 속에 속하면서도 반복 회춘이 확인되지 않았고, 2022년 8월 PNAS에 실린 오비에도대 연구팀의 논문(DOI 10.1073/pnas.2118763119)은 바로 이 대비를 비교의 축으로 삼았다. 마리아 파스쿠알-토르네르와 카를로스 로페스-오틴 연구진은 두 종의 유전체를 나란히 조립해 놓고 무엇이 다른지 찾았다.
PNAS 초록이 밝힌 차이는 복제와 DNA 수선, 텔로미어(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구조) 유지, 산화환원 환경, 줄기세포군, 세포 간 신호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변이와 사본 수 확장이다. 과학 매체 더 사이언티스트가 2022년 전한 설명에 따르면 연구진은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약 1,000개를 비교했고, 도르니 쪽에서 DNA 수선 단백질과 중합효소의 사본이 더 많이 나왔다.
회춘이 진행되는 동안의 스위치 조작도 함께 보고됐다. 세포의 운명을 잠가 두는 억제 복합체의 표적은 꺼지고, 만능성에 관여하는 표적은 켜졌다. 이 목록은 회춘과 함께 움직인 유전자를 모은 후보군이며, 인과를 확인하는 일은 다음 과제로 남았다.
두 종을 견주는 연구인 만큼 종 동정이라는 전제도 뒤늦게 보강됐다. 2023년 4월 4일 자 정정 공지에서 저자들은 각 표본의 미토콘드리아 16S 서열과 그 대조 결과를 담은 종 동정 파일을 따로 공개했다. 어느 표본이 정말 도르니이고 어느 쪽이 루브라인지가 이 비교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가주사 DNA연구소가 조립한 도르니 유전체는 435.9메가베이스였다
일본 지바현 기사라즈의 가주사 DNA연구소 연구진이 2022년 12월 DNA Research에 발표한 조립본은 총 길이 435.9메가베이스다. 하세가와 요시노리와 히라카와 히데키 등이 참여했고, 1차 컨티그 891개에 컨티그 N50은 747.2킬로베이스로 보고됐다(DOI 10.1093/dnares/dsac047).
유전자 예측 결과는 고신뢰 23,314개, 저신뢰 34,177개, 전이인자 유래 12,427개였다. 사람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가 2만 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니, 손톱보다 작은 이 동물이 유전자 수에서는 사람에 밀리지 않는 셈이다.
도르니는 표본을 모으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연구진은 하나의 클론 군체에서 나온 어린 메두사를 약 1,500마리 모아 DNA를 추출했다. 개체 하나가 너무 작아 유전체 한 벌을 읽는 데 그만큼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이 논문은 선행 연구를 인용하며 기계적 손상을 준 투리토프시스가 최대 10회까지 회춘을 되풀이했다고 적었다. 교토대 구보타 신이 2011년 Biogeography 13권(101~103쪽)에 보고한 관찰로, 짧게는 한 달 간격으로 되돌아간 개체도 있었다.
✨ 조용한 확산 미글리에타와 레시오스가 2009년 학술지 Biological Invasions에 낸 분석(DOI 10.1007/s10530-008-9296-0)에 따르면 일본과 스페인, 이탈리아, 파나마 양쪽 연안, 플로리다에서 모은 개체의 염기서열 차이는 평균 0.31%에 그쳤다. 배의 평형수를 타고 세계로 퍼졌으면서도 생김새가 해역마다 조금씩 달라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르니의 야생 개체 대부분은 포식과 질병으로 죽는다
야생의 도르니 대부분은 회춘의 기회를 얻기 전에 잡아먹히거나 병들어 죽는다. 역발생이 늦추는 것은 노화로 맞는 죽음이고, 포식자와 감염 앞에서는 다른 플랑크톤과 처지가 같다.
구보타의 실험실 기록에도 조건이 붙어 있다. 되돌아감은 굶김이나 물리적 손상, 수온 변화 같은 자극이 주어졌을 때 관찰된 결과이고, 연약한 이 동물을 오래 살려 두는 사육 자체가 소수의 연구자만 해낸 일이다. 관찰된 최대 횟수 10회도 사육 중 세어 본 값이며, 그 이상을 시도한 기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도르니의 되감기에는 철학적인 구멍도 남는다. 되살아난 것은 원래 개체와 유전적으로 같은 폴립 군체이며, 기억이나 신경의 연속성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되감기를 개인의 영생으로 셈할지는 관측보다 정의가 정하는 몫이다. 유전자 후보 목록이 사람의 노화 연구로 이어지기까지의 거리도 그만큼 멀다.
도르니 이야기 뒤에 남는 궁금증
Q. 수족관에 가면 불사 해파리를 볼 수 있나요?
A. 상설 전시는 드뭅니다. 갓 지름이 몇 밀리미터에 불과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 사육이 까다로워, 장기간 길러 온 곳은 교토대 세토임해실험소처럼 손에 꼽히는 연구 시설입니다.
Q. 우리나라 바다에도 살고 있나요?
A. 일본 연안을 포함한 온대·열대 해역 여러 곳에서 보고됐지만, 한국 연안의 공식 기록은 이번 확인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근연종이 많고 겉모습이 비슷해 현장 동정에는 유전자 분석이 필요합니다.
Q. 회춘은 몇 번까지 가능한가요?
A. 실험실에서 확인된 최다 기록은 2년 동안 10회입니다. 그보다 더 반복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실패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Q. 사람의 노화 치료에 바로 쓸 수 있나요?
A. 아직 아닙니다. 2022년 비교 유전체 연구가 내놓은 것은 관련 있어 보이는 유전자 후보 목록이며, 사람의 세포에서 같은 조작이 안전하게 작동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Q. 다른 동물도 이렇게 어려질 수 있나요?
A. 히드라를 비롯한 일부 자포동물이 뛰어난 재생 능력으로 알려져 있고, 몇몇 히드로충류에서도 어린 단계로 돌아가는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생식을 마친 성체가 반복해서 되돌아간 사례로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투리토프시스 도르니입니다.
Q. 죽지 않는다면 바다가 이 해파리로 가득 차지 않나요?
A. 대부분의 개체가 포식과 질병으로 사라져 개체 수가 계속 불어나지는 않습니다. 회춘은 몸이 상하거나 굶주렸을 때 나타나는 비상 대응이어서, 개체 수를 불리기보다 나쁜 시기를 넘기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투리토프시스 도르니가 흥미로운 이유는 죽지 않아서가 아니라, 죽는 형제종을 옆에 두고 있어서다. 같은 속에 속한 두 종이 한쪽은 늙어 죽고 한쪽은 되감기를 하니, 그 사이의 유전체 차이가 노화라는 현상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손톱보다 작은 이 동물이 남긴 목록은 아직 후보에 머물러 있다. 되감기 스위치를 누가 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 되감기에 정말 끝이 없는지는 다음 세대의 수조와 시퀀서가 답할 몫이다.


